자기도취의 법칙 (56)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쉬랭 신부의 도움으로 악마들은 하나씩 하나씩 그녀의 몸떠났다. 그리고 그녀의 첫 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그녀의 왼손 손바닥에 '요셉'이라는 글씨가 뚜렷이 새겨진 것이다. 며칠 후 이 글씨가 희미해지더니 그 자리에 '예수'라는 글씨가 나타났고, 다음에는 '마리아', 이후에도 계속 여러 이름이 나타났다.
바로 하느님의 진정한 은총을 상징하는 성흔(聖)이었다. 이후 잔은 깊은 병에 걸려 죽음이 가까워 보였다. 그녀는 긴 금발을 늘어뜨린 아름다운 어린 천사가 찾아왔었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성요셉이 직접 찾아와 그녀가 극심한 통증을 느끼던 옆구리를 만지며 향유를 발라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회복됐고 향유는 그녀의 속옷에 뚜렷한 다섯 개의 방울 자국을 남겼다. 이제 악마들은 물러갔고 쉬랭 신부는 크게 안도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놀랍게도 잔은 쉬랭 신부에게 이상한 요청을 했다. 잔은 유럽을 돌며 이 기적들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잔은 그게 자신의 사명이라고 느꼈다. 지극히 겸손하고 세속적인 면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잔의 성정과는 너무나 대조 적인 요구였지만 쉬랭 신부는 잔과 동행하기로 했다.
파리에 도착하자 잔이 머무는 호텔 밖은 그녀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잔은 리슐리외 추기경을 만났다. 추기경은 크게 감동을 받은 듯 이제는 성물(聖物)이 된 향유자국이 남은 속옷에 입을 맞추었다. 같은 자신의 성혼을 프랑스 국왕과 왕비에게 보여주었다. 여행은 계속됐다. 잔은 당대의 가장 위대한 귀족과 선각자들을 만났다.
어느 도시에서는 그녀가 머무는 수녀원을 매일 7,000명의 사람들이 찾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너무나 듣고 싶어 했기 때문에 잔은 작은 책자까지 발행했다. 작가에는 그녀가 악마에 씌었던 일이 아주 상세히 설명됐고, 그녀의 가장 내밀한 생각과 그녀에게 일어난 여러 기적이 적혀 있었다.
지금은 잔데 강주(kose des Arap)로 알려진 잔은 1665년 사망했다. 그녀의 머리는 분리되어 미라로 만들어졌으며 크리스털 창이 있는 은박 상자에 담겼다. 그리고 섬유 자국이 남은 속옷과 함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우르술라 수녀원에 전시되었으나 프랑스 혁명 와중에 분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