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속 오아시스 (51)

그래서 마케팅에도 심리학이 필요합니다

2023-01-24     김병국 원장
진변석, 김종선 저 | 팬덤북스 | 2022년 11월 30일 쪽수 228ISBN13 9791161692272 / ISBN10 1161692274

신조어와 힘숨찐
 우리는 신조어 범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신조어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익광고까지 등장했을까? 최근에 TV와 라디오를 통해 공개된 이 공익광고에서는 쌉사블1),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킹리적 갓심(합리적 의심), 갈비(갈수록 비호감) 등의 표현들을 예로 제시한다. 이들과 더불어 최근 자주 쓰이는 신조어로 ‘힘숨찐’이 있다. ‘힘을 숨긴 찐따’의 줄임말로 ‘평소 힘(능력)을 숨기고 있던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문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평소 말이 없고 얌전한 철수가 학교 매점 앞에서 불량하기로 소문난 전국도와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했다. 모두가 전국도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철수가 업어치기로 전국도를 바닥에 내리 꽂았다. 나중에 들려온 소문에 따르면 철수의 아버지는 ‘용인대유도관’ 관장이며 철수는 유도 공인 3단이라고 한다. 철수는 ‘힘숨찐’이었다.

힘숨찐이 나타났다
진짜가 나타났다
 대한민국 출판계에 힘숨찐이 나타났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옴니버스식 구성’이란 ‘각기 독립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제는 같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구조에 엮어 놓은 구성방식’을 뜻한다. 소설, 영화 등에서 활용된다. ‘옴니버스’는 본디 ‘합승마차’라는 뜻이다. 합승하는 이들(독립된 이야기들)이 서로 개인적인 친분(연관성)은 없지만 일관된 목적지(방향성 또는 주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가 반드시 알아야(읽어야) 할 100가지’와 같은 부류의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용의 깊이가 얕으면서 구성이 수준 미달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심사숙고 끝에 애써 주문한 책이 왼쪽은 그림(혹은 사진), 오른쪽은 성의 없는 요약으로 가득 찬 경우, 환불 의지가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Mauna Roa) 화산처럼 폭발한다. 바쁜 현대인들의 지적 갈망을 이용하여 책을 팔아먹기에 급급한 출판사의 검은 속내(장삿속)가 너무 뻔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욕망을 파악하는 마케팅 심리효과 45’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면서 ‘혹여 실망하진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두려움은 이내 환희로 바뀌었다. 유레카(Eureka)!

근거에 기반 한 알찬 내용(evidence based knowledge)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관한 책이다. 이는 저자들이 프롤로그를 통해 직접 언급한 사항이다. ‘심리학에 뿌리를 둔 경제학’인 행동경제학을 배제하고 마케팅과 심리학을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저자들은 휴리스틱(heuristic), 프레이밍(framing),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심적 회계(mental account), 편향(bias) 등 행동경제학에 대한 최신 지견을 무려 101개의 참고문헌에 근거하여 소개한다.

유재석의 진행에 버금가는 매끄러운 전개
 이 책은 45가지 각기 다른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동일한 구조(순서)에 따라 전개한다. 이는 유재석의 진행,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연상될 정도로 매끄럽다. 각 소재별로 앞부분에서는 개념 및 원리를 설명한다. 가운데 부분에서는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뒷부분에서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제언(提言)으로 마무리한다. 이 책은 애피타이저, 메인 디시, 디저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코스 요리와도 같다.

기대 이상의 선전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 추첨 완료 직후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예상하는 해외 언론매체는 거의 없었다. 피파(FIFA) 랭킹 9위 포르투갈과 14위 우루과이의 조별 리그 통과를 예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한민국은 축구 강대국의 ‘승점자판기’가 될 거라는 부정적인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필자 역시 우리 대표팀이 조별 리그에서 고전할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며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잡탕식 구성을 가진 책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해준 ≪그래서 마케팅에도 심리학이 필요합니다≫를 강력히 추천한다.

1)‘사랑이 이루어지다’는 뜻. ‘완전히(completely)’라는 뜻을 가진 은어 ‘쌉’에 ‘사랑’과 영어 ‘able’에서 ‘블’ 발음을 붙여 만든 외계어. ‘이런다고 쌉사블 할 줄 알아요?’라는 말은 ‘이런다고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라는 뜻이다. 국경까지 넘나드는 이런 방식의 조어(造語) 현상이 계속된다면 새로운 언어의 이해를 위해 통역사 또는 파파고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