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52)

배민다움

2023-01-29     김병국 원장

“첫 번째 내놓은 아이디어로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거의 환상에 가까운 일이에요. 제가 봤을 때는 언론이 기막힌 아이디어로 성공했다는 환상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 환상에 편승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영웅의 이야기나 성공한 사업스토리의 대부분이 그렇게 포장되기 십상이지요.” - 본문 중에서

성공철학의 정복자 나폴레온 힐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1883~1970)은 버지니아 주 남서부의 와이즈 카운티라고 하는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대장간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법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잡지사 및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다 <Bob Taylor’s Magazine>에 기자로 취직하여 근무하던 중에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를 만난 것이 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카네기는 모든 성공에는 그 나름의 원리가 존재하리라 믿었고, 위대한 기업가들을 인터뷰하여 성공의 원리를 발견할 것을 힐에게 제안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힐은 앤드류 카네기가 건네준 성공한 기업가 507명을 20년(1908~1928)에 걸쳐 직접 인터뷰하고 조사하여 성공의 원리를 정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세기 최고의 성공철학서로 평가받는 ≪Think and Grow Rich(한국어제목은 출판사에 따라 달라 원제를 표기함-필자 주)≫이다. 나폴레온 힐은 평생에 걸쳐 연구‧저술‧강연 등 통하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성공철학의 거장이 되었고, 특히 개인의 동기부여와 성취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앤드류 카네기,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마셜 필드, 윌리엄 듀런트, 월터 크라이슬러 등 세계 최대 부호들을 직접 인터뷰한 경험이 나폴레온 힐의 성공에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주요 저서 ≪Think and Grow Rich≫, ≪The Law of Success≫는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 선입견
 책 표지를 보자마자 ‘제목이 ≪배민다움≫이라고? 대놓고 상업적인 제목이네. 보나마나 음식 배달 앱(application)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배달의민족’에 대한 맹목적인 찬사로 가득 찬 용비어천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판매한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기업 홍보용 책자라면 응당 <메트로(Metro)>와 같은 무가지(無價紙)처럼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다. 이런 선입견들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다른 책들 몇 권과 함께 2021년 가을에 구입한 후 줄곧 원장실 소파 위에 던져두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벽돌책을 읽기 전 준비 운동
 2022년 11월 12일 홍성태 교수가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이라는 새 책을 출간했다. 브랜드‧마케팅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저자를 믿고 출간 즉시 책을 구입했다. 막상 받아보니 560쪽에 달하는 벽돌책이다. ‘이것저것 맡은 일이 많은 터에 당장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량이네. 이 일을 어떻게 한다?’라고 궁리하던 찰나 소파 위에서 잠자고 있는 ≪배민다움≫이 눈에 띄었다. 일단 벽돌책을 읽기 전 준비 운동 삼아 상대적으로 날씬한 책을 읽기로 했다. 호랑이보다는 늑대가, 브라질보다는 우루과이가 상대하기 수월한 법이니까.

검증된 인터뷰어(interviewer)와 검증되지 않은 인터뷰이(interviewee)
 앞서 언급했듯이 홍성태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한국마케팅 학회의 학회지 〈마케팅연구〉의 편집장을 역임하였고,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을 비롯해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한국디자인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배민다움≫ 출간 전에 이미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나음보다 다름≫ 등의 저서들을 통해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홍 교수는 이미 검증된 인터뷰어이다.
 그에 반해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의 내공 및 역량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성공한 기업의 대표라고 해서 반드시 경영 전략, 브랜드, 마케팅, 리더십, HR(human resources management:인적자원관리) 등에 관하여 통찰력(洞察力,insight)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 짓기에는 의문부호가 따르기 때문이다.

담임교사와 고3 학생
 고등학교 3학년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시기이다. 향후 인생의 경로를 판가름할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목전에 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때 담임교사의 역량에 따라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에 진학할 수준의 학생이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고 지방대로 미끌어 질수도 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 또한 이와 유사하다. 인터뷰어의 내공‧역량에 따라 인터뷰이가 본인이 가진 것 이상 또는 이하를 말하고 보여주게 된다.

홍성태와 김봉진의 앙상블(ensemble)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의 앙상블은 기대 이상이다. 홍성태 교수는 중요하면서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김봉진 대표는 결코 얕지 않은 지식과 내공을 활용하여 답한다.
 이 책은 총 3부(각 부는 2개의 장)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스타트업’은 1장 ‘업의 개념’과 2장 ‘타깃 고객’으로 다시 나뉜다. 1장을 통해 업종 선택, 원칙, 가치, 비전, 창업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장에서는 시장세분화(segmentation)와 그 기준, 표적 선택(targeting), 브랜드 페르소나(brand persona), 고객의 유치와 유지,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등에 관한 대화가 펼쳐진다.
 
2부
‘외부 마케팅’은 3장 ‘커뮤니케이션’과 4장 ‘사업의 방향’으로 다시 나뉜다. 3장을 통해 브랜드 런칭(launching) 후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파고드는 전략과 노하우를 자세히 공개한다. 4장은 경영 및 경쟁 전략, 브랜드 확장, 니즈(needs)와 원츠(wants) 등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3부
‘내부 브랜딩’은 5장 ‘아이덴티티’와 6장 ‘조직의 분위기’로 다시 나뉜다. 5장에서는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 정신(spirit)과 가치(value)의 체화, 회사의 미션과 비젼, 창업자 정신에 관한 대화가 펼쳐진다. 6장은 규율(discipline), 기업 문화, 복지, 리더십, HR에 관한 부분이다.

두 가지 보너스
 이 책에는 두 가지 보너스가 존재한다.
 첫째, 홍성태 교수의 부연 설명. 인터뷰 중 중요한 내용들에 대해 상세한 추가 설명과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
 둘째, 홍 교수와 김 대표가 번갈아가며 언급하는 20권 이상의 책들.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이들은 아무 책들이나 읽지 않고 아무 책들이나 추천하지 않는다. 수준 이하의 책들은 불량식품과도 같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끔 하면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께 기대 이상의 만족도를 선사할 ≪배민다움≫을 추천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칙은 임시방편보다 중요하다. 11명의 뛰어난 선수들이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정확한 시간에 경기장에 나타나기만 한다면, 승리의 절반은 이미 이룬 셈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많은 구단들이 이 간단한 일을 해내지 못한다.” - 알렉스 퍼거슨 경(Sir Alex Ferguson)1)
≪리딩(Leading)≫ 중에서


1)영국축구 역사상 가장 유능한 감독으로 38년의 감독 생활 중 각종 대회에서 49회 우승을 거둠.

 

글-김병국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