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그린] 자기도취의 법칙 (63)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2023-02-03     로버트그린

 

남녀관계에서 공감을 사용하는 열쇠는 나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상대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있다. 무엇이 사랑이나 관심, 배려의 징표인지 상대와 나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

가치관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대체로 어린 시절에 저절로 형성된다. 상대의 가치관을 늘 염두에 둔다면 흔히 방어적으로 돌변할 만한 순간에도 상대의 영혼과 관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심한 자기도취자조차 그의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깊은 관심을 기울여주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간관계를 ‘자기도취의 정도’라는 척도로 한번 측정해 보라. 바뀌어야 할 것은 나나 상대방이 아니라 둘 사이의 역학관계다.

상대의 기분을 읽는 건강한 자기도취자

1915년 10월 영국의 위대한 탐험가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Ernest Henry Shackleton, 1874-1922) 경은 유빙(氷)에 갇힌 인듀어런스(Endurance) 호를 버리라고 명령했다. 벌써 8개월째 남극의 유빙 사이에 갇혀 있던 배는 이제 안으로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섀클턴이 배를 버린다는 것은 대원들과 함께 남극대륙을 최초로 횡단하는 큰 꿈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사실 이번 원정은 탐험가로서 빛나는 그의 경력의 절정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스물일곱 명의 대원들을 안전하게 고향으로 데려가야 했다. 하루하루 그가 내리는 결정에 대 원들의 생사가 걸려 있었다.

섀클턴 앞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이제 곧 혹독한 겨울이 들이 닥칠 것이다. 야영을 하게 될 유빙은 해류에 밀려 어디로 떠내려갈지 모른다. 앞으로 남은 날들은 햇빛도 없을 테고, 식량도 줄어들 것이다. 무선 연락도 그들 을 실어갈 배도 없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섀클턴을 가장 두렵게 만들었던, 가장 큰 위험은 대원들의 사기(氣)였다.

몇 사람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해도 원망과 부정적 생각은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그러면 대원들은 전처 럼 열심히 일하지 않을 테고, 섀클턴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더이상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이런 날씨에 각자도생이란, 곧 참사와 죽음을 소환할 것이다. 섀클턴은 이제 날씨보다 더 면밀히 대원들의 사기 변화를 관찰해야 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서 대원들의 기운을 북돋워두는 일이었다.

팀의 사기는 리더로부터 시작된다. 섀클턴 자신이 가진 수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대원들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 유방 위에서 맞이한 첫날 아침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뜨거운 차를 한가득 준비 했다. 한사람 한사람 직접 따라주면서 살펴보니, 대원들은 당면한 난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섀클턴에게서 신호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 마련한 집과 다가올 어둠에 관해 유머를 동원해가며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지금은 이 혼란을 빠져나갈 방법에 관해 아이디어를 교환할 때가 아니다. 그랬다가는 대원들이 극도로 초조해질 것이다.

섀클턴은 낙관적 전망을 입 밖으로 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태도와 보디랭귀지를 통해 대원들이 느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