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53)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2023-02-06     김병국 원장
김병규 저 | 미래의창 | 2021년 09월 15일쪽수 272 ISBN13 9791191464498 / ISBN10 1191464490

대한민국이 멈췄다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 19분, 대한민국이 멈췄다. 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지하에서 난 화재로 인해 대한민국의 통신이 대혼란에 빠졌다. 해당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둔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복구되는 데에는 5일 이상이 걸렸다.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다른 입주 기업도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면서 국민 대다수의 생활에 막대한 불편이 발생했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의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월간 사용자가 4천750만 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이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는 물론,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택시·대리운전·개인형 이동장치 등), 카카오페이, 포털 '다음' 메일 등에서 심각한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특히 카카오T를 이용해 영업하는 택시 기사들과 자영업자에게 이번 장애 사태는 생계에 대한 위협 그 자체였다. 택시 호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T를 통한 호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개점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게 판매정보 시스템(POS) 기계와 카카오톡과 연동시켜 둔 상황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하자 배달 앱으로 들어온 주문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 자영업자들도 허다했다. 중소규모 인터넷 쇼핑몰 또는 상점들 또한 카카오톡 비즈니스 채널이나 카카오페이 결제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

한국의 4대 거대 플랫폼: 쿠네배카
 앞서 살펴본 사례는 한국의 4대 거대 플랫폼 중 하나인 카카오의 시장지배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4대 플랫폼으로 ‘쿠팡’, ‘네이버’, ‘배달의민족’, ‘카카오’를 지목한다. 그리고 각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분야), 방식, 전망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네이버
 쿠네배카 중 내가 가장 주의 깊게 바라보는 대상은 네이버다. 죽파치과를 운영하면서 네이버 플레이스, 네이버 예약, 네이버 톡톡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인터넷트렌드(www.internettrend.co.kr)'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56%이다. 절반을 가볍게 넘기는 수치다. 5년 전인 2016년에는 무려 78%였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지배적은 그야말로 압도적(dominant)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네이버의 무서운 점은 ‘쇼핑’이라는 또 다른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네이버 쇼핑’을 통해 최저가 상품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과 유사한 기능이다. 즉, 네이버는 구글과 아마존이 합쳐진 절대자 타노스(Thanos)나 다름없다. 그 결과 미국에서 구글과 아마존이 각각 가지는 검색과 쇼핑 시장의 지배력보다 더 큰 시장 지배력을 한국에서 네이버는 가지고 있다. 더 두려운 사실은 네이버의 성장이 현재 진행이라는 점이다. 네이버를 토리야마 아키라의 작품 <드래곤볼(Dragon Ball)>에 등장하는 프리저에 비유하자면 아직 변신의 다음 단계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네이버가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그 사례를 찾기 힘든 완전한 독점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치과 검색의 시작 네이버
 의료소비자(medisumer)들이 온라인을 통해 치과를 검색하는 방식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대부분 네이버를 통해 ‘지역+치과’ 또는 ‘지역+치과+희망진료내용’의 패턴으로 검색한다. 그러면 ‘파워링크(광고)’, ‘네이버 플레이스’, ‘지역 카페글’, ‘지식in’의 순서로 정보를 제공한다.

낮이밤져? 네이의져!
 ‘낮이밤져’란 ‘낮에는 이기고 밤에는 진다’의 준말로 2013년 8월 2일부터 2015년 12월 18일까지 123부에 걸쳐 방영되었던 JTBC의 예능프로 <마녀사냥>에서 유행시킨 용어이다. ‘네이의져’는 ‘네이버는 항상 이기고 개원의는 항상 진다’의 준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쩐의 전쟁과 검색.
 네이버 검색 시 본인의 치과 병의원이 상위에 노출되기를 희망한다면 ‘파워링크’와 관련하여 치과 관련 주요 키워드를 낙찰 받아야한다. 선정방식은 경매와 유사하다. 지명에 더해 ‘치과’, ‘임플란트’, ‘교정’ 등 인기(메인) 키워드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심화될수록 클릭 당 비용(cost per click)은 증가한다. 치과 관련 인기 키워드를 비싼 비용을 주고 낙찰 받았다고 해서 실제 내원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낙찰 받은 비싼 키워드의 클릭수가 높게 나오면 광고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승자의 저주’1)에 빠질 수 있다.

둘째, 시시포스(Sisyphos)2)와 블로그.
 일단 네이버 블로그 검색 알고리즘은 코카콜라 제조 레시피(recipe)와 같다. 1급 기밀로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심지어 네이버의 알고리즘은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모하기까지 한다.
 
블로그는 크게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네이버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최적화’ 블로그, 흔한 ‘일반’ 블로그, 검색이 되지 않는 ‘저품질’ 블로그가 바로 그것들이다. 잘 운용되던 최적화 또는 일반 블로그가 네이버에 의해 저품질 블로그로 분류되었다는 것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더 이상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블로그를 폐기하고 또 다시 블로그를 만들어 키우는 수밖에 없다. 시시포스처럼 또 다시 시간‧노력‧비용을 투자해야하는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플랫폼 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가 꼭 알아야 할 것들
 플랫폼 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가 꼭 알아야 할 것들로 저자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나이키, 버켄스탁, 이케아, 반스, 파타고니아 등과 같이 진정한 브랜드 팬(찐팬)을 확보해야만 플랫폼을 벗어나더라도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
 둘째, 플랫폼이 채워주지 못하는 네 가지 근원적(심리적) 욕구에 주목하라. 이는 위상에 대한 욕구, 소속에 대한 욕구, 독특함에 대한 욕구, 통제에 대한 욕구이다.
 셋째, 소비자가 브랜드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는 나만을 위한 브랜드, 위상을 높여주는 브랜드, 소속감을 주는 브랜드, 선택을 쉽게 해주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갈망한다.

플랫폼의 권력화에 저항하는 6가지 브랜드 채널 전략
 책의 뒷표지에 정리된 ‘플랫폼의 권력화에 저항하는 6가지 브랜드 채널 전략’은 다음과 같다.
- 정보의 충분성: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라.
- 가격의 신뢰성: 가격은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 채널의 흥미성: 브랜드 채널에 수시로 방문하게 만들어라.
- 고객에 대한 반응성: 고객의 신호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라.
- 환불의 용이성: 환불은 무조건 쉽고 빠르게 해줘라.
- 고객과의 관계성: 당장의 이익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

 늘 정확한 분석과 참신한 대안 제시로 주목받는 김병규 교수의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를 강력히 추천한다.

 You take the blue pill, the story ends. You wake up in your bed and believe whatever you want to believe. You take the red pill, you stay in Wonderland. And I'll show you how deep the rabbit hole goes. Remember, all I'm offering is the truth, nothing more.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이게 끝나면 돌이킬 수 없어. 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 자넨 잠에서 깨어 일상으로 되돌아가 믿고 싶은 걸 믿으며 살면 돼.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는다. 나는 토끼굴이 과연 어디까지 깊은지 보여줄 걸세. 명심하게. 난 자네에게 오직 진실만을 보여준다는 걸. - 모피어스(Morpheus),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winner's curse.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

2)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간. 시지푸스, 시지프스, 시지프(Sisyphe)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들을 기만한 죄로 사후(死後)에 산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바위를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된다. 바위는 정상에 도달하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이 형벌은 영원히 반복되는 노동이다. 

-김병국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