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54)

믹스(MIX)

2023-02-12     김병국 원장
안성은 저 | 더퀘스트 | 2022년 08월 24일 쪽수 384ISBN13 9791140700998 / ISBN10 1140700995

100번 넘게 읽은 책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서재에서 ≪포지셔닝≫을 처음 접했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1981년에 출간한 마케팅의 바이블이었다. 그 책에는 차별화를 가능케 하는 1급 기밀이 담겨 있었다. (중략)
 나는 이 책을 ≪포지셔닝≫의 실전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썼다. 그리고 이 책이 차별화를 이루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침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 에필로그 중에서

 현재는 ‘윤미래의 남편’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대한민국 힙합신(Hip Hop Scene)을 대표하던 남자가 있다. 그는 바로 ‘타이거JK(본명 서정권)’다. 한 번 틀면 멈출 수 없는(Once you pop, can't stop) 매력적인 음악들을 생산하는 이 능력자의 부친은 바로 저명한 음악평론가 서병후 씨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저자는 카피라이터 아버지 슬하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부터 ‘브랜드’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저자는 현재 브랜드 컨설팅을 업으로 하는 회사 ‘브랜드보이’를 이끌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차별화와 포지셔닝의 방법론으로 ‘섞기(mix)’를 제안한다. 그렇다면 섞기만 하면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아니다. 저자는 ‘제대로’ 섞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총 384쪽에 달하는 결코 얇지 않은 책을 관통하는 성공 전략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력을 갖추라.
 저자는 책에 “지금은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 케이크를 선물로 받으면 어쩐지 성의 없어 보여요. 차라리 동네의 개성 있는 빵집에서 산 빵들이 더 좋아 보이죠.”라는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의 발언을 실었다. 이 발언을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 빵집보다 동네 빵집을 더 선호한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크라운베이커리, 신라명과(현 ‘브래댄코’) 등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골목상권을 폭격하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에 실력(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동네 빵집들은 버티지 못하고 도산했다.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현재 살아남은 동네 빵집들은 이미 한 번의 큰 시험을 통과한 것이나 진배없다. 저자가 직접 언급한 오월의종, 노아베이커리, 노티드도넛은 작은 빵집이라서 인기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빵집을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었기에 인기가 있는 것이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하며 화재를 모았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발언은 실력을 갖추는 것이 모든 사업의 출발점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당시 "한국 프렌차이즈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모 국회의원의 질문에 백 대표는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새로운 자리에 매장을 내려면 1~2년이 걸린다.

인스펙션(inspection:당국의 안전점검 또는 검사)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신고만 하면 낼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함량미달, 수준이하의 자영업자들이 외식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악순환(창업-고전-폐업-파산)의 시작이다. 이는 비단 외식업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둘째, 반전 매력을 섞으라.
 2012년 말춤으로 전 세계를 휩쓴 ‘강남 스타일’의 주인공 싸이는 투박한 외모와 고급스럽지 않은 댄스와 어울리지 않는 정중한 복식(服飾)으로 유명하다. 그는 늘 정장을 고집한다. 싸이의 정장은 그의 날라리 같은 이미지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반전 매력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셋째, 인간과 기술을 섞으라.
 이는 ‘휴머니티(humanity)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조화시키라’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OTT(over the top)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가 한국에 상륙한지 6년이 경과했다. 한국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콘텐츠의 총 개수는 4,380개(2020년 기준)이다. 넷플릭스 상륙 전, 수만 개에 달하는 콘텐츠의 양(量,quantity)만 믿고 방심하고 있던 국내 OTT 업체들은 넷플릭스 상륙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재기발랄한 캐치프라이즈로 당선을 거머쥐었다. 이 문구를 차용(借用)하여 국내 OTT 업체들에게 직언을 하자면 “문제는 큐레이션이야! 바보야!”라고 말하고 싶다.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큐레이션으로 칭키즈칸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대륙을 점령하듯 한국을 점령했다. 차트에 환자 및 보호자의 신상 정보를 꼼꼼하게 적으면 뭐하나? 활용치 않으면 헛일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넷째, 업(業)의 본질을 파악하라.
 “백화점은 부동산업이다.”
 “호텔은 장치 산업이다.”
 “반도체는 경쟁사보다 조기 생산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간 산업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업의 본질에 대하여 한 말들이다. 예리한 통찰력에 감탄하며 무릎을 탁 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치과원장이라면 의료서비스업, 특히나 ‘치과 병의원’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다섯째, 자신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개인 미디어가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만 6세 유튜버의 수입이 1,7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MBC의 수익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있을 정도다. 개인 미디어의 시대라고 해서 아무 미디어나 팔린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야심차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을 중단한 수많은 개인 유튜버들이 살아있는 증거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를 갖추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여섯째, 성공한 덕후가 되라.

 당신이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많이 봤든지 간에 타란티노의 영화 지식은 당신을 뛰어 넘을 것입니다. - 브래트 피트(Bred Pitt)

 타란티노의 집에 가서 느낀 건 내가 영화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가 하는 거였어요. ‘난 그냥 닥치고 있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는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 ‘덕질로 가장 성공한 영화 오타쿠’라는 별명을 가진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그는 떡잎부터 남달랐다. 첫 영화 대본을 중학생 때 완성했다. 오직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열여섯 살 때 나본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포르노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중에는 알바를 하고 주말에는 16mm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자신만의 영화를 촬영하러 돌아다녔다. 그는 학교에서 정식으로 영화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그 대신 스피노자의 말처럼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팠다.’ 그가 연출한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장고: 분노의 추격자>, <헤이트풀8> 등은 흥행과 평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행위다.

 성공을 갈망하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나는 발명할 때 나 이전의 마지막 사람이 멈추고 남겨놓은 것에서 출발한다. -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