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59)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 아이작 뉴튼 (Sir Isaac Newton)
근주자적근묵자흑(近朱者赤近墨者黑)
코비 브라이언트의 플레이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닮았다. 코비가 어린 시절부터 조던의 플레이를 보며 성장한 탓이다.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란 용어가 있다. 이는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인 페이팔 출신의 벤처기업가, 투자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2003년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인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각기 벤처기업을 설립하거나 벤처업체에 투자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2007년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이래 통용되게 되었다.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 멤버로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기업용 인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링크트인 설립자 리드 오프먼, 유튜브 설립자 스티브 천, 미국 리뷰 사이트 옐프 창업자 제러미 스토플먼 등이 있다. 페이팔 마피아들이 페이팔이라는 둥지를 떠나 각자의 새 터전에서도 성공을 거둔 근저(根底)에는 그들이 공유하는 정신(spirit)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페이팔 마피아들은 성공 DNA를 공유하고 있다.
한 집단 또는 조직에서 함께 오랜 시간을 생활하다 보면 자신들도 모르게 닮아가기 마련이다. 사수와 부사수 관계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본질의 발견≫, ≪기획자의 습관≫, ≪의미의 발견≫을 연달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최장순 작가(엘레멘트컴퍼니 대표)와 이 책의 저자인 임태수 작가(스탠더드프로젝트 대표)는 브랜드앤컴퍼니1)에서 한솥밥2) 을 먹었다. 그래서인지 임태수 작가의 브랜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걸 맞는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 한 때 사수였던 최장순 작가의 방식을 닮아있다.
최장순의 차별화 공식 BEAT
필자가 본 지면을 통해 서른여덟 번째로 소개했던 책을 기억하는가?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필자 본인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방금 검색을 했으니까. 당시 언급했던 최장순의 ≪본질의 발견≫에는 그만의 브랜드 차별화 공식이 실려 있다. ‘BEAT'가 바로 그것이다.
B: 해당 업(業)의 본질은 무엇인가(Business Definition)
E: 목표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Experiential Problem)
A: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Actual Solution)
T: 최적의 컨셉은 무엇인가(Thrilling Concept)
임태수 식 브랜딩의 출발점
저자는 본문을 통해 ‘업(業)의 정의는 기업 외연(外延)을 확장하는 근간인 동시에 비즈니스 방향성을 좌우하는 브랜드의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즉, ‘업의 본질(本質)’을 정의하는 것이 브랜딩의 출발점임을 천명하고 있다.
치과의사들에게 던지는 화두
치의들의 공급 과잉과 그로 인한 경쟁의 심화,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진료비 전쟁, 구인난, 수익률 악화 등 여러 가지 과제들이 하루하루 치의들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다. 당면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두 가지 화두를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던지고자 한다.
첫째, 우리 업(치과의료업)의 본질적 정의는 무엇인가?
둘째,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우리 업(치과의료업)의 본질적 정의는 무엇인가?
통상 치과병의원 개설 전에 사업자등록증 발급 받는 것이 이제는 대세이자 트렌드다. 사업자등록 시 업태는 ‘의료업’, 종목은 ‘치과’로 기재하여야 한다.
나는 ‘치과의료업’을 ‘굳건한 관계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입, 턱, 얼굴 영역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는 학생 시절부터 선배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치과의사는 치아가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굳건한 관계’의 의미와 영향력은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란 질문의 답을 고려했을 때 더욱 더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어떠한 것을 소비하든지 가장 낮은 가격만을 고집하는 ‘최저가’라는 환자가 있다. 그는 최근에 현 시점에서 가장 낮은 진료비를 제안한 X치과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향후 다른 치아가 손상될 경우 그는 또 다시 X치과로 내원할까? 답은 ‘NO'일 가능성이 높다. ‘최저가’ 환자의 다음 임플란트 행선지는 수술 시점에서 최저가를 제시하는 치과일 것이다. X치과가 아닌 또 다른 Y치과 또는 Z치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장 낮은 가격에만’ 집착하는 환자들은 우리의 고객이 아니다. 이들은 더 예쁜 여자가 나타나면 지금의 여자친구를 갈아치우는 남자 혹은 돈이 더 많은 남자가 나타나면 지금의 남자친구를 갈아치우는 여자와 같다. 이들은 ‘가장 낮은 가격’, ‘최저가’라는 목표만을 보고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경주마들과 진배없다.
본 지면을 통해 ‘의료서비스’와 공장에서 찍어대는 ‘공산품’의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나의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생략하기로 한다. 그 차이가 궁금한 독자들에게는 구글링을 권한다. 이미 작성된 논리 정연한 글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학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아커에 따르면 브랜드 가치(brand equity)는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 고객이 인식하는 제품의 질(perceived quality), 브랜드의 연상 이미지(associations), 특허와 등록상표 및 유통관계 등과 같은 독점적 브랜드 가치(앞서 말한 brand equity의 구성요소이자 하부항목이므로 반드시 구별 필요-필자 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함에 있어서 충성도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충성도가 결여된 고객은 유효 고객이 아니며 미래를 함께 할 고객이 될 수 없다.
브랜드 에세이 그 이상
저자는 이 책을 브랜드에 관한 본인의 생각들을 담은 소소한 에세이라고 소개한다. ‘이 세상에는 절대로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기침, 가난, 사랑이다’는 말처럼 저자는 브랜드에 대한 사랑을 결코 숨기지 못한다. ‘아파트와 당신만 생각합니다’라는 대림건설 ‘e편한 세상’의 광고카피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 책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 ‘핵심가치’ 등의 개념뿐만 아니라 토스, 스타벅스, 넷플릭스 등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들의 성공비결을 담고 있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읽어 내려가기 좋은 책이다.
“브랜드가 약속이라면 브랜딩은 약속의 실천이다.” - 임태수, 본문 중에서
1)이상민 대표가 설립한 우리나라 1세대 브랜드 컨설팅 컴퍼니다. 브랜드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데이비드 아커 박사의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파트너로서 1989년 설립된 이래 브랜드 분야에서 브랜드 컨설팅, 브랜드 개발 및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2) 단순한 직장동료 관계를 넘어 서로를 진심으로 격려하는 사이로 보인다. 최장순 작가는 저자의 첫 책인 ≪날마다, 브랜드≫의 추천사를 써 준 다섯 사람 중 한 명이다.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