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 (61)

2023-04-02     김병국 원장

“아주 매끄럽고 아무 문제가 없는 여행은 금방 잊히죠. 고생했거나 예상과 달랐거나 문제를 겪은 곳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요. 결국은 마음에 연결되어서 무언가를 알려주니까요. 가능하면 준비하지 않고 가는 편이에요.”
- 김영하, 2019.05.03. ≪여행의 이유≫ 북 토크 중 -  

여행의 묘미

김영하는 현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다. 그는 ≪살인자의 기억법≫, ≪작별인사≫, ≪오직 두 사람≫ 등 수많은 베 스트셀러들을 탄생시켰다. 동시에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즉, 상품성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것이다. 김영하는 여행을 사랑한다. 그는 TV 예능 에서 여행을 ‘행복의 종합선 물세트’라고 정의했다. 여행이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의 결정체’임을 고려했을 때 그가 내린 정의는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는 여정 동안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얻은 통찰과 사유를 엮어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여행 스타일은 계획적이기 보다는 즉흥적이다. 2007년, 시칠리아 여행 때도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출발했다고 한다.

첫 도착지인 로마의 호텔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당일 아침에 전화로 해결한 그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곳에 있는 공 중전화로 전화를 하거나 호객꾼이 나온 도시가 있으면 그런 분을 따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전적으로 우연에 맡기는 셈이다.

이렇게 즉흥성이 강하면서 변수가 많은 여행을 하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서 전혀 의도치 않았던 추억을 남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계획 없이 무작정 내려간 통영의 한 중국집에서 인생 최고의 짬뽕을 맛보게 되는 기적처럼 말이다(해산물이 싸고 풍부한 항구 도시들의 중국집에서는 짬뽕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란다-필자 주)

브랜드와 브랜딩 미국마케팅협회(AMA)에 따르면 브랜드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의 그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 심벌, 디자인 혹은 이들의 조합’이다.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의 홍성태 명예교수는 저서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에서 브랜딩을 ‘ 브랜드 컨셉(concept)을 관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브랜딩은 브랜드가 가진 막연한 이미지를 실체화( 實體化)하는 과정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브랜딩은 ‘컨셉잡기(concepting)’와 ‘체험시키기(experiencing)’로 이루어져 있다.

퍼스널 브랜딩 앞서 살펴본 브랜드와 브랜딩의 정의와 개념을 빌리자면 ‘퍼스널 브랜딩’이란 ‘상품(재화뿐만 아니라 기업 또는 단체 등을 포함) 또는 서비스가 아닌 한 개인(person)의 컨셉 관리 과정’을 뜻한다.

퍼스널 브랜드 또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개념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37년이다. ‘성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이 현재까지 2천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Think and Grow Rich≫에서 ‘셀프 포지셔닝(self positioning)’과 ‘개인 브랜딩(individual branding)’ 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퍼스널 브랜딩 개념의 원형(原型)을 제공했다.

이후 1997년 8월 31일 ‘경영의 구루(guru)’ 톰 피터스(Tom Peters)가 <Fast Company> 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 ‘당신이라는 브랜드(The Brand Called You)’에서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이라는 표현을 최초로 사용했다.

하멜 표류기
개인 창업기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선박 선원이었던 헨드릭 하멜 (Hendrick Hamel)이 1653년 상선 스페르베르(Sperwer) 호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도중 난파되어 제주도(켈파르트 섬)에 표류한다. 그는 13년 동안 조선에 억류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탈출하여 1668년 조국인 네덜란드로 귀국했다.

이 길고 고된 여정을 기록한 책이 바로 ≪하멜 표류기(원제:Journal van de Ongeluckige Voyagie van’t Jacht de Sperwer)≫이다. 이 책은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책이 아니다. ‘스스로 브랜드가 되는 법’이라는 부제를 퍼스널 브랜딩 방법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이 책은 큰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던 한 브랜드 디자이너의 1인 창업기이다.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시작하는 동료들을 위해 치과의사는 본인만의 병의원을 열기까지 두 번의 큰 탈피기(脫皮期)를 거친다.

첫 번째 탈피기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시점이다. 이 때 치의는 대학병원이라는 크고 든든한 둥지를 떠나 ‘개원가(속칭 로컬)’라는 정글로 진입한다. 두 번째 탈피기는 봉직의(페이닥터)로 근무하던 병원을 떠나 개원을 하기 까지의 시기이다.

대한민국 대부분 치과들은 의사 1인에 2인 이상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봉직의를 고용할 정도의 치과 병의원은 평균 이상의 규모를 갖추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책을 읽는 내내 큰 회사를 떠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개원 전후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는 동료 치의들이 비추어 보였다. 홀로 개원한 의사라면 누구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는 기분을 수시로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고독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하루하루를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동료들에게 일독(一讀)을 권한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 -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