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처럼 뾰족뾰족한 고민들

2023-04-15     김영학 원장

1938년 어느 가을날 열아홉 살 적 청년은 경기도 화성 용주사에서 승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가, 어느 이름 모를 승리의 승무를 보고는 밤늦도록 뒷마당 감마루 아레에서 넋없이 서 있었다. 

그 승무의 불가사의한 선율은 조지훈이 20살 되던 다음 해 ‘얇은 사 하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승무 시로 태어나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애송되고 있다.

그 청년이 다시 토함산의 석굴암을 찾았다. 그리고 수필 '돌의 미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돌에도 피가 돈다. 나는 그것을 토함산 석굴암에서 분명 보았다. 석굴암에서 돌에 피가 돈다는 것을 느끼고는 찬탄과 황홀이 아니라 감읍(感泣)했다.

이상적인 나라를 부처님의 나라를 표현한 절, 불국사 대웅전 앞에 서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에도 부처가 들어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현세의 석가모니 부처와 과거에 이미 나타난 다보여래를 뜻한다. 

최근 들어 신라 천년의 고미술품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가진 옛 수도로서  경주전체가 불교 유적지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같은 수많은 신라 미술의 백미를 손꼽는다면 국보 83호의 반가사유상을 지나칠 수 없다.

반가사유상은 왼쪽 다리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린 이른바 반가(半가)한 자세에 오른 빰에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대어 마치 사유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불상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여,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만 신라의 93.5Cm의 반가사유상은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최상의 아름다움을 뿜낸다.

단순하지만 균형 잡힌 신체,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으로 처리된 옷 주름, 분명하게 표현된 이목구비, 정교하고 완벽한 주조기술. 여기에 더해 얼굴의 잔잔한 미소는 종교의 예배 대상이 주는 숭고미를 더해준다. 천년의 미소의 자태는 부처님의 연꽃 
을 들었을 때 제가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지었던 염화시중 그 자체다. 

누군가 순수한 우리말인 '생각'을 '生角'으로 잘못쓰고, 뿔처럼 뾰족뾰족하게 각지게 살아서 고민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은 자세로 100년 동안 똑같은 생각과 고민만을 하고 갇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