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과잉 진료 VS 좋은 진료

치과의료윤리 개념 정립 필요... 환자와 사회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2023-05-12     김선영 기자

지난 몇 년간 환자나 인터넷 댓글에 대한 치과에 대한  핵심용어는 무엇일까?
지난 2016년 치협 최남섭 회장 집행부때 우리 동네 좋은 치과 캠페인을 전개한 적이 있었다. 치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 치과이미지 개선을 위한 작은 캠페인을 전개했으나 가시화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치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한 홍보나 활동은 필요하다. 

A 원장은 “치과진료가 보험이 안되는 진료가 많다보니 진료비에 대한 부분이 환자들에게 잘못 알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격을 내세우는 임플란트 비용 때문에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 이전에 가격부터 먼저 따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준혁(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 교실)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치과적 정의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요즘 인터넷이나 환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핵심용어도 ‘과잉진료’라고 꼽았다. 

투명 치과, 과잉 진료, 먹튀 치과 등 치과를 연상하며 떠오르는 단어들은 사실 불쾌한 핵심 단어들도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청원에 치과에 대한 청원이 심심찮게 올라온 것도 사실이다. 
김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과잉진료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17년 소위 ‘양심치과의사’가 등장하면서 의도와 다르게 타 치과의사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잉진료라는 표현이 치과계 부정적 영향! 
즉 개별 치과의사가 다른 진단 기준이나 치료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환자에게 다른 진단과 치료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과잉 진료로 알려지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럴까? 치과 진료의 대다수가 비급여 진료이기 때문에 과잉진료 자체, 또는 과잉진료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의료제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김 교수는 환자와 사회가 치과계에 대해 지닌 인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틀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그냥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과잉진료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이미 치과계는 부당한 상황에 끌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뉴스댓글 빅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치과과잉진료 뉴스에 달린 댓글 자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즉 개인의 감정을 과잉의 방식으로 배설하는 출구로 보았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히 감정의 출구로 보기 보다는 분석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중의 댓글을 분석함으로써 대중이 지닌 의견의 방향과 감정의 흐름을 파악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즉 댓글 분석을 통해 치과계와 사회가 어긋나고 있는 지점을 확인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뉴스에서 2011년 1월 1일부터 2022년 8월 31일까지 검색 기간으로 설정하고 ‘치과 과잉진료’를 핵심어로 검색한 결과, 총 483개 기사가 검색됐다. 전체 기사에 달린 댓글의 수는 36.338개였으나 유의미한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댓글 9,737개를 제외하고 남은 26,601개 댓글을 분석했다. 
뉴스 개수는 2019년까지 증가하다가 2020년 이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댓글 개수는 2017년에 압도적으로 높은 수를 나타내는 기사가 있어 다른 기사의 댓글이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관심이 다르다?
우선,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뉴스와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이 기사화된 사건은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후기를 위장한 광고를 올려 막대한 수입을 올린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에 관한 내용이었다. 반면, 가장 많이 댓글이 달린 기사는 다른 치과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한다고 비난한 특정 치과의사를 인터뷰한 기사였다. 이런 결과는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관심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뉴스만을 수집해 분석하기보다는 환자나 소비자의 댓글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의미있다고 밝혔다. 

또한, ‘치과 과잉진료’에 관한 언론의 보도가 시간에 따라 변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기사의 경우, 2015년에는 치과의사가 적정 수 이상으로 배출되면서 의료서비스의 과잉제공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2017~2019년에는 과잉진료를 하는 치과에 대한 실제 문제 제기가 진행됐다. 2021년에는 민간보험 재정과 관련해 과잉 이용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치협이 지난 2016년 펼친 우리동네 좋은치과 캠페인 포스터...지금 이시점에 다시 필요하다.

#과잉진료 문제 다룬 논문은 없어 
김준혁 교수는 이 논문에서 여러 분석 결과를 정리했다. 치과 과잉 진료와 관련하여 첫째, 진료 비용과 더불어 좋은 진료에 대한 희구(希求)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둘째,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따라서, 과잉 진료라는 이슈에 대해 치과 전문직의 해결책이 제시돼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치과 과잉진료 문제를 다룬 논문은 아직 없다.

김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만 할 것을 약속한다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가가 필요하다. 또한  이런 기준을 위해 적정 진료를 설정해 과소 진료와 과잉 진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치과의사 간 적정진료의 범위를 합의할 수 있는지 그 범위는 무엇을 기준으로 내려져야 하는가? 심지어 합의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개별 치과 의사의 진료 자유 침해가 될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치과 의료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치과의료 윤리를 통해 치과의사가 환자와 함께 적절한 치료 선택지를 만들어 갈 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치과의료 윤리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치과의료윤리라는 의미조차 아직은 조금 생소하고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치과의료윤리라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좋은 진료의 의미 
좋은 것, 즉 개인이나 공동체에 유익이 되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좋은 진료의 경우도, 치과의사의 관점에선 뛰어난 술기와 지식을 통해 구현되는 진료를 의미한다. 반면에 환자의 관점에선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나 결과가 자신의 가치및 목적을 얼마나 실현하는 진료인가로 결정된다.

반면, 옳은 것은 정당한 것으로써 합리적으로 설정된 절차와 그에 대한 준수를 말하며, 이는 공적 이성을 전제할 때 합의의 도출 가능성을 제시한다. 
옳은 진료는 절차와 방법의 문제로, 어떤 진료가 절차에 맞게 구현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정당화될 수 없는 이익이 분배됐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김준혁 교수는 ‘치과 과잉진료’가 보여주는 치과계와 사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의의 이론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접근은 댓글 분석이 보여주고 있는 두 개의 관심과 정확히 일치하는 한다. 현재 치과계를 포함한 의료계가 아직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낸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의료 
사회는 ‘제대로 된 의료’를 요청하고 있다. 이것은 환자-의료인의 상호인정에 대한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의료는 결국, 환자및 사회 측에서 의료인의 권리와 연대를 인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환자의 권리와 연대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의료 행위나 환자-의료인 상호작용이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 옳은 의료, 즉 적절한 절차에 따라 수행되고 사회에서 정당성을 부여받는 진료 가 된다는 의미다. 결국 옳은 진료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진료며 사회에서 인정하는 의료다. 따라서 이를 위한 새로운 접근과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라고 본다. 

먼저 새로운 의료 전문 직업성이 모색 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환자와 사회의 요구를 치과계가 먼저 수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환자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 그동안 환자는 그 의미처럼 수동적인 위치에서 이해됐다. 전통의료든 현대의료든지 간에 환자는 의료행위의 대상이자 의술의 시행 장소로만 이해됐다. 

그러나 만성질환, 말기의료, 엔데믹, 펜데믹의 상황에서 환자는 그저 외부에서 주어지는 의료적 개입의 객체로서만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능동적인 역할을 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대는 변했다. 따라서 그 의미도 변화돼야 한다.

치과계와 사회의 관계는 치과의료윤리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는 의료 윤리학의 중요한 문제다. 
물론 현대 의료윤리학은 탈문화적으로 규정된 원칙들에 기초한 철학적 담론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의료제도나 문화의 차이를 무시한 의료윤리가 구성되기는 어렵다. 결국 치과의료윤리는 치과의사가  환자와 사회에 대해 지니는 일종의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의미에서부터 시작해 봐야 할 것이다. 


참고: 대한치과의사협회지 제61권 제3호 치과적 정의에 대한 고찰: 뉴스댓글 빅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