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박사의 치과방사선 (31)

(Ⅱ) 방사선에 의한 인체장기(臟器)의 장해(A)

2023-10-23     김영진 박사

지난 호의 덴탈뉴스 지 연재에서 다룬 인체에 대한 방사선의 영향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각 장기별로 나타나는 방사선피폭 장해를 설명하고자 한다. 

급성 방사선장해는 결정적 영향이므로 문턱값이 있다. 즉 각 조직이나 장기에 따라 방사선에 대한 피폭한계치가 다르고 이를 넘으면 각각 특유의 장해가 나타난다.

세포재생이 일어나는 많은 조직은 분열과 증식을 반복하는 줄기세포에서 성숙 및 분화한 기능세포에 의해 노화되어 탈락하는 세포를 보충하고 있다. 

자기복제 능력을 가진 미분화 줄기세포의 다수는 정지기에 있고 그로부터 점점 분화한 분열 증식이 일어나는 줄기세포 쪽이 방사선 감수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미분화 줄기세포의 많은 수가 치사량 이하인 선량에서 일시적인 조직 및 장기의 기능저하가 나타나지만 재생과 회복이 가능하다.

분화한 기능세포인 림프구와 같이 아포토시스 유도기구가 활동하는 세포의 경우는 방사선 감수성이 한층 높아진다. 따라서 인체의 각 장기를 비교해 보면 골수나 림프계 같은 조혈조직의 감수성이 가장 높아서 방사선 장해가 출현하기 쉽다.

(1) 골수 및 조혈기

조혈기는 가장 방사선 감수성이 높은 장기이다. 모든 혈액세포는 단일 조혈줄기세포에서 유래한다고 간주되고 있다. 자기 복제능력과 다분화 능력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가장 미숙한 다기능성 조혈줄기세포에서 증식, 분화해 만들어지는 혈구는 일정 분화단계에서 성숙된 후 말초로 유출된다. 그러므로 조혈줄기세포는 골수가 고갈되지 않으면서 혈구를 계속 만들어 혈액속의 혈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다기능성 줄기세포는 골수계 줄기세포와 림프구계 줄기세포로 분화되어 많은 조혈인자의 영향을 받아 골수계에서 적혈구계, 과립구·단구계, 혈소판계의 각 계통의 고유 전구세포로 분화한다. 이들 전구세포는 방사선 감수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방사선피폭 후 성숙혈구의 수명에 따라 백혈구 수가 감수한다.

문턱값인 0.5Gy를 넘어 급성 전신피폭이 된 경우, 말초혈 중의 백혈구 수가 감소한다. 백혈구 수는 과립구와 림프구를 합친 총 수이지만 그 중에서도 림프구의 방사선 감수성이 극히 높고 성숙 림프구에 있어서는 방사선조사에 의해 아포토시스가 쉽게 일어난다.

이 때문에 림프구 수는 피폭 직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수 일 정도 후에 최저 수준이 된다. 피폭직후에 백혈구의 일시적인 증가가 발생하지만 이것은 백혈구 중 호중구가 골수나 비장에서 말초혈로 유도되기 때문이다. 혈소판은 수명이 약 10일이고, 과립구계 백혈구와 같은 식으로 골수 중의 미분화 세포가 영향을 받아 감소하므로 피폭 2~3주 후에 혈소판 수가 가장 적어진다.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로 길고, 말초혈 중의 핵이 없는 성숙적혈구는 거의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적혈구감소에 의한 빈혈이 나타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1.5Gy를 넘어 전신피폭 된 경우 골수 및 조혈기에는 조혈전구세포에 장해가 나타나 백혈구 수의 감소에 의한 감염이나 혈소판 감소에 의한 출혈에 따라 생명이 위험해진다. 

전구세포보다 감수성이 낮은 다기능성 줄기세포까지 장해를 입으면 혈액성분의 재생이 불가능하게 되는 골수부전 상태가 된다.

조혈기에 대한 방사선의 영향은 말초혈의 변화 검사해서 쉽게 검출할 수 있다. 백혈구의 변화는 피폭에 가장 예민하게 나타내므로 방사선 방어상 중요한 소견이지만 백혈구 감소 문턱값의 1/10인 50mSv/년의 선량한도 이하에서는 혈액검사로 이상을 검출할 수 없다. 

최근 혈액학의 진보와 함께 혈액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는 조혈줄기세포 이식이 일반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방사선 장해의 조혈부전에 의한 골수사라는 개념은 과거의 개념이 되고 있지만 조혈부전의 치료를 위해서는 HLA(Human Leukocyte Antigen, 사람 백혈구 항원)와 일치하는 기증자가 필요하고 골수은행이나 제대혈은행의 협조를 구하거나 이식골수가 재생하기까지 감염이나 출혈을 극복하기 위한 신중한 환자관리가 요구된다. 그 때문에 혈액전문의가 골수의 조혈능력 평가를 행하고 상태를 파악해서 혈구의 회복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2) 생식샘

방사선피폭에 의한 생식샘의 결정적 영향으로 방사선감수성이 높은 생식세포의 장해나 세포사에 의한 불임이 나타날 수 있다. 생식샘 중에서도 분비세포는 방사선감수성이 비교적 낮지만 피폭량이 많은 경우에는 호르몬분비에 이상이 발생한다.

남성 생식샘인 정소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사춘기 이후 정원세포에서 정자로 13주에 걸쳐 성숙 분화가 계속되고 있어 정자 형성까지의 과정 모두에서 분화단계의 세포가 존재하고 있다. 분화가 이른 단계의 성숙 B형 정원세포가 가장 방사선 감수성이 높은 세포이다. 사람은 0.15Gy 이상 피폭에서 생식세포의 세포사를 일으키고 일시적인 정자 수 감소가 나타난다.  

정자세포나 정자는 방사선에 저항성이 있고 정자의 수명은 약 6주이므로 피폭 후 잠시 동안은 불임이 되지 않는다. 불임에서 회복되는 것은 선량의존성이 있어 피폭선량이 많으면 회복에도 시간이 걸린다. 자기 복제 가능한 미성숙 A형 정원세포는 방사선감수성이 비교적 낮지만 3Gy 이상에서 세포사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6Gy 이상에서 모든 미성숙 정원세포가 세포사를 일으키면서 영구적인 불임이 된다.

여성 생식샘인 난소에서는 태아기에 난원세포에서 제 1차 난모세포로 성숙 분화해서 난포 상피에 둘러싸여 난포를 형성한다. 사춘기까지는 모두 이 단계에서 저장되어 있지만 제1차 난모세포 수는 자연 퇴화와 사춘기 이후의 배란에 의해 감소한다. 

방사선감수성이 가장 높은 세포는 감수분열에 의해 생기는 제 2차 난모세포이다. 그러므로 0.65Gy 이상의 방사선 피폭으로 세포사에 이르거나 일시적 불임이 된다. 제 1차 난모세포의 방사선 감수성은 비교적 낮고 40세 정도의 여성에서는 세포 수가 적기 때문에 2~3Gy 이상의 피폭선량에 의해 임신 불가능한 정도로 세포사가 일어나 영구 불임이 되지만 20대의 젊은 여성은 6~7Gy 정도가 되어야 생식능력의 회복력이 없어진다. 7Gy 정도의 전신피폭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100%의 생식세포 치사를 야기한다.

 

글_ 김영진 박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 심사위원
대한치의학회 고문 역임 
제 23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제 30회 보건의 날 ‘대한민국국민포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