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뉴스경영] 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원장실 경영학의 탄생 (1)

2024-09-09     조정훈 원장

본 지는 이번호부터 수십 회에 걸쳐 조정훈 원장의 저서 『Dr MBA의 원장실 경영학』을 게재한다. 조정훈 원장은 지난 23년간 경 기도 오산 한자리에서 45평의 이젤치과의원을 180평 규모의 치과병원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또한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한 경영전문인이기도 하다. 그의 경영에 대한 탁월한 시각과 치과의사로서의 개원경험이 이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큰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병·의원의 원장이라는 자리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다. 사실 원장은 흔히 기업에서 말하는 경영자 및 근로자 모두에 해당한다. 병·의원에서 경영의 고용주이기도 하면서 생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근로자이기도 한 존재가 곧 원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후배들에게 강의할 때 병·의원을 창업하는 일은 ‘종합예술’ 이라고 설명한다. 투자자, 감독, 작가, 섭외 그리고 주연 배우 모두 원장의 역할이다.

아침에 폼 나게 출근을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YTN 뉴스를 보며 최저임금 인상이냐 동결이냐, 주 52시간제냐 주 69 시간제냐 같은 이슈를 잠깐 생각해 보고 오전 10시에 맞추어 환자를 본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어 협력업체 관 련 결재를 진행하고 오후 2시에 다시 환자를 본다. 오후 6시 30분 퇴근 시간이 다 되어 막내 직원 한 명이 원장실 문을 두드린다.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모두 다 좋지 않은 일이었다. “치과와 집이 멀어서 그만 둘래요.” 여러 섭섭함에도 퇴직연금과 실업급여 등등이 또 머리를 스친다.

드디어 집이다. 피곤함은 샤워로 달래고 저녁을 먹고 알게 모르게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 날 아침, 막내의 빈 자리를 찾는 구인 광고를 알아보고는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이 막내 직원의 급여를 가볍게 넘어간 사실을 알고 놀라고 걱정하기를 또 반복한다. 직원이 화장실 변기가 고장났다고 보 고한다. 하수구 업체를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고 숨은 고수를 찾아 준다는 앱도 깔아 본다. 치과의사협회의 보수교육 점수를 위한 세미나 예약과 입금도 잊으면 안 되며 보철학회 보수교육점수 역시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쉼 없이 그리고 열심히 환자 를 보지 않으면 이번 달 병원 장비 할부금과 인테리어 비용의 은행 대출 원금과 이자 그리고 가족들이 사용한 카드 대금을 낼 수 없다. 이렇듯 열심히 잊지 말고 성실해야 생 존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20여 년 동안 열심히 쉬지 않고 환자를 진료하고 입금된 돈으로 생활을 하고 세금 내기를 20여 번 반복하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자유로운 경영을 깨우치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자연스럽게 성공한 창업자의 평전들과 수많은 경영 컨설턴트들이 저술한 자기 계발서 그리고 성공을 논하는 철학자들의 강의를 들어 왔다. 그리고 현실에 맞지 않음에 좌절하기를 또 반복했다. 치의학은 치의학대로 발전해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그 깊이와 넓음을 알지 못하기에 치과의사에게 돈을 주고 치료를 받 는다. 경영학도 경영학대로 발전해 의사들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 깊이와 넓음 을 알지 못해 과거의 경영학자들이 해결 해 준 문제점으로 새롭게 고민하고 좌절 하다 파산에 이른다. 물론 진료를 받듯이 경영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지만,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매출 규모가 작고 자영업자로서 소득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은 자존심과 인격의 문제로 발생한다. 게다가 학생 시절 뭐든지 잘하던 모범생 들에게는 남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이런 문제를 의뢰하기가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는 원장들부터 조심스럽게 경영학에 관심을 기울이며 병의원을 경영해야 하는 시대다.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병원을 돌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투명해져 있고 다른 전문 영역과 법률 체계 역시 복잡해지고 있으 며, 이들은 의료 영역과 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결된 채 의료영역을 직접 간섭하고 있다. 2000년 초반쯤 서울 집에서 치과가 있는 오산까지 차로 한 시간 거리를 출퇴근하며 의무적으로 듣던 라디오 방송이 MBC의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 였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방송 중 간마다 『맨큐의 경제학』의 일부를 예로 들어 당시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는 했다.

어느 날 문득 서점에서 해당 종이책의 번역본을 보고는 그 크기와 두께에 놀라 구매를 포기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궁금함에 그리고 간절함에 직접 사서 읽어 보기, 정리해 보기를 시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원장님 대부분과 여타 의사들이 경영학을 배우고자 대학원에 다시 입학하거나 두껍고 거대한 경영학원론을 읽을 시간과 열정, 체력은 이미 30대 당시 병·의원을 개원을 할 때 저 멀리 두고 오셨으리라 생각한다.

“원장실 경영학”이 타산지석이 되어 젊은 의사들이 병·의원 개업과 운영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무거움을 조금 이나마 덜어 주길 바란다. 그래서 50대의 조정훈 원장이 달고 살아온 좌절과 어리석음 그리고 각종 시행 착오를 부디 줄여 나가기를 바란다.

 

글_조정훈 원장 
이젤치과그룹 원장 
대한치과의사협회 기획이사 ·
도서 “Dr MBA의 원장실 경영학” 저자 
블로그 “Dr MBA의 원장실 경영학
대한치과보철학회 보철과인정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외래교수
(주) DF 덴탈프렌즈 대표이사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DDS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치과학교실 석사.박사 졸업 MSD Ph.D ·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사 졸업 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