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미술 (2)
다다의 특징
다다이즘은 기존의 모든 도덕적 또는 심미적 가치가 전쟁으로 인한 무의미 인식, 불합리성과 반예술을 격렬하게 주장한 항의운동이며, 표현전략으로는 관념적인 기존 미술 형식을 부정하기 위한 의도로 선택성, 일회성, 우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다다 예술의 유일한 법칙으로는 도발적인 것, 파렴치한 행위들의 결과물들을 이끌어 내는 '우연성'이다.
다다의 특징에 가장 부합되는 작품으로는 기성제품으로 만들어진 남성용 소변기로 제시된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을 들 수 있다. 이 작품 「샘」은 기성제품을 미술관에 제시함으로써 사물을 그곳에서 떼어냄으로써 본래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기능성이 무가치해지며, 결국 사물 그 자체만의 무의미만을 남게 하는 의도로써 예술작품의 권위에 대한 조롱을 보여 주고 있다. 구체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우연성 : 이들 작품의 공통적인 경향은 기계 같이 잘 정돈된 이성에 반대하고 우 연성을 강조하는 예술을 추구하였다. 이는 기존 체계에 대한 부정의 의도를 지니는 것으로 도발적인 것, 파렴치한 행위들로 이어지는 다다예술의 유일한 법칙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선택성 : 우연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소위 레디메이드의 오브제 또는 움직이는 오브제, 콜라주 또는 앗상블라주등에 의해 선택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레디메이드는 사물을 그곳에서 떼어냄으로써 본래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사물 그 자체만의 것으로 무의미만을 남긴다는 점에서 예술의 전통 개념을 파괴하고 있다.
일회성 : 특히 다다이스트들은 우연성을 강조하기 위해 해프닝을 즐겨 상연하였는데, 사전 의도 없이 시행되는 해프닝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시도로 이러한 다다이스트들의 기이한 방법들은 다다의 강렬한 가치 부정적 관념과 함께 추상미술, 초현실주의 또는 2차 세계대전 후 1960년대 예술 등에도 강한 영향을 주었다.
결국 이러한 표현적 특성은 전통 미술형식을 부정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즉, 기존의 모든 도덕적 또는 심미적 가치가 전쟁으로 인한 무의미 인식, 불합리성과 반예술을 격렬하게 주장한 항의운동이다. 결과적으로 다다이즘은 기성의 권위와 조형이론을 무시한 반문명, 비합리적인 예술운동으로 이후 1924년 발족된 초현실주의 로 발전해간다.
다다의 대표작가와 작품
반항과 부정의 예술운동이었던 다다이즘은 1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며 쇠퇴하였지만, 타락한 서구문명에 대한 반항정신은 유럽과 미국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뒤이은 초현실주의를 태동시킨다. 다다이즘의 대표적인 작가들로는 뒤샹, 아르프, 차라, 피카비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887~1968)
프랑스 태생의 미국 작가로 1913년 뉴욕 아모리 쇼에서 입체파 그림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1912)」를 발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반예술' 운동의 선구적 예술가다. 초기인 1904년에서 1910년경까지 인상파 후기인상파 야수파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시작했던 화가로서의 경력은 1917년 이래 회화를 거부하고, 개념을 중시하는 입체와 설치를 주로 한 작품을 전개하였다.
1915년 뉴욕으로 건너간 뒤샹은 1915~1923년 제작된 유리판 대작인 '독신자들에 의해서 나체가 된 신부'라는 작품을 통해 사랑과 욕망의 형이상학을 기계적 이미지로써 표현했다.
이미 1913년 최초의 오브제 작품인 「자전거 바퀴」를 통해 예술의 전통적 개념을 실험했던 그는 1917년 남성 소변기인 「샘」이라는 제목의 오브제 작품을 제시하며 회화 제작을 포기한다. 그는 '미술에서의 재현' 행위를 전면 부정하고 "예술가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반전통적인 사상을 바로 이 작품에서 '레디메이드(ready-made)'란 용어와 개념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굉장한 물의를 일으켰던 「샘」을 통해 가장 유명한 다다 작가로 평가되는 뒤샹은 후일 오브제 작품의 제작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의 의도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일상의 오브제가 예술가의 선택에 의해 특별히 주목받는 예술작품으로 변화하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선택 행위, 즉 아이디어나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원작과 손으로 만드는 수공적 기술이 아닌 선택하는 정신적 행위가 예술의 가장 본질이라는 뒤샹의 이론이다. 결국 뒤샹은 그의 레디메이드 작품에서 창조한 독특한 예술 개념들은 이후 현대미술의 중요한 사조인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뒤샹은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미술의 형태를 변화시키기보다는 미술에 대한 개념 자체에 혁신을 가져온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때 이후 A. 브르통과 함께 뉴욕에서 '쉬르리얼리즘전'을 열며 초현실주의 운동에도 가담했던 뒤샹은 뉴욕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지내다 1968년 프랑스 누이에서 생을 마감한다.
샘 (Fountain)
"나는 변기를 들어 현대미술의 면상에 집어 던졌다."
이 작품은 제1회 앙데팡당전에서 전시가 거절되었던 남성 소변기로 출품된 「샘(fountain)」이라는 제목의 'ready-made(기성품)' 작품으로, 일상의 '기성품'을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라고 명명하고 제목을 달아줌으로써 그 근본의미가 변하는 것을 의도하였다. 여기에서 뒤샹은 '창조성'과 '선택성'이라는 두가지 중요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즉, 변기라는 일상의 물건을 본래의 공간에서 떼어 내어 미술관이라는 의외의 장소에 옮겨 놓음으로써 본래의 기능은 제거되고 미적 대상으로서의 새로운 사물로 변화된다는 개념이다. 이로써 예술에서 동일한 사물이나 작품이 장소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작품의 개념의 변화 자체가 현대미술에서 하 나의 중요한 주제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게 된다.
또한 '선택'이라는 개념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예술가의 선택행위'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일상의 오브제가 예술가의 선택에 의해 특별히 주목받는 예술작품으로 태어난다는 개념으로, 결국 예술의 본질로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선택 행위, 즉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그의 오브제 선택 행위는 '소변기'라는 평범한 사물을 통해 전환되고 변화된 예술세계를 창출하였다. 이것의 의미는 미학적 비 차별성의 시스템을 포함한 뒤샹의 '선택방법'에서 예술의 의미가 출발되는 것을 보여 준다.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물건의 선택과정에서 '발견된 오브제‘ 라는 모호함 속에서 예술과 동시에 비예술이라는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화된 개념을 깨트리면서 예술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더불어, 뒤샹의 작품은 더 이상 손으로 그리거나 직접 물건을 만드는 수공적인 작업에서 미술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워졌다는 충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뒤샹은 「샘」을 통해 화가란 아이디어를 다루는 사람이고 그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는 철학자와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반예술, 반전통을 강조하고 있다.
ready-made (레디메이드)
마르셀 뒤샹은 그의 입체파 시기에 들로네, 레제, 피카비아 등과 활동을 하지만 그의 파격적인 작품들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1912년을 끝으로 뒤샹은 더 이상 유화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작가 활동이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기성제품으로 제작된 남성용 소변기에 자신의 사인을 넣고 「샘」이 라는 제목을 붙여 전람회에 출품함으로써 그 이후 일반화된 명칭이 되었다. 말 그대로 이미 만들어진 (ready-made) 기성품이나 일상 생활용품이 있어야 할 곳에서 전시장으로의 이동됨으로써 그 사물의 본래 목적성을 상실하고 단순한 사물 그 자체의 무의미함만이 남게 되는 미술 개념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