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표현주의의 전개
추상표현주의는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형성된 유럽의 앵포르멜 운동과 미국의 액 션페인팅으로 대별되는데, 앵포르멜 작가들로는 장 포트리에, 장 뒤뷔페와 볼스 등이 대표적이며, 잭슨 폴록, 윌렘 드쿠닝, 마크 로드코등이 액션페인팅(Action Painting)의 대표작가들이다. 미국의 액션페인팅은 뒤따르는 마크 로드코 등의 색면추상(Color-Field Abstract)에 직접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앵포르멜 (Informel)
앵포르멜 미술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일어난 서정적 추상회화의 한 경향으로 기하학적 추상을 중심으로 한 정형화되고 아카데미즘화된 추상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난 비구상회화이다. 격정적이 며 주관적인 회화를 특징으로 하는 앵포르멜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추상표현주의의 범주에 들지만 특히 미국의 액션페인팅에 대응하는 프랑스 중심의 유럽 예술동향을 가리킨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중심의 추상양식의 발전은 뜨거운 추상과 차가운 추상의 발전은 전쟁 후 전쟁의 체험을 통해 비극적 상황을 직관적이고 자발적으로 드러낸 앵포르멜 운동의 전개로 단절된다. 포트리에, 볼스, 뒤뷔페 등의 앵 포르멜 선구자들은 각기 1945년 쟝 포트리에의 ‘인질’전, 1946년 뒤뷔페의 ‘오트 파트’ 전, 1947년 볼스의 개인전 등으로 앵포르멜의 특징을 보여 준다.
이들은 모두 가혹한 전쟁의 피해자들로서, 이 세 전시회의 공통적인 특징은 전쟁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억압된 인간의 극한적인 정신 구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정신적인 기조는 1.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문명과 부르주아 관념형태에 의한 세계지배가 파탄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문명을 절감하고 실존의 가장자리에서 부조리적 삶을 살았던 전후 유럽 예술인들은 극적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상반된 표현방식을 탐색한다.
본래 앵포르멜의 근원적인 생명의 징후는 구상, 비구상을 부정하고, '생생한 포름에 정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듯이 앵포르멜이란 ‘비정형(形)’을 의미하는 말로 형상이 없는 것. 형상이 이지러지는 것을 뜻한다.
앵포르멜의 형식적 특성은 형상으로부터 질료를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두드러지는 데, 이는 질료 자체가 갖는 물질성을 환기한다는 점이다. 즉, 질료가 형상의 단순한 기록으로써의 매체가 아니라 그 자신의 고유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화면의 마티에르가 강조되었다. 애초 지성주의에 반기를 들고 나타났던 앵포르멜 작가들은 지성 대신에 감성을, 필연 대신에 우연을, 형상 대신에 질료를 강조함으로써 결국 ‘마티에르’ 의 회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들의 제스처가 마티에르의 잠재적 가능성을 명확히 해 주고, 마티에르가 제스처를 본질적으로 현실화시킨다. 결국 질료의 우연한 효과를 근거로 하여 마무리하는 방식을 취하였던 앵포르멜의 작품은 이지적인 사고작용에 의한 것이 아닌 물질성만이 최후로 남게 되는 추상이라는 점에서 아카데믹한 추상과 전혀 다른 독자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전후 실존주의의 정신풍토 속에서 뿌리내렸던 앵포르멜은 액션페인팅과 시대를 공유하는 운동으로서 국제적인 예술운동으로 전개되었으나, 이후 미술사에서 미국 중심의 액션페인팅의 흐름에 흡수되면서 탄력을 잃게 되었다.
액션페인팅 (Action painting)
제2차 세계대전 후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전위적인 추상표현주의의 일종으로, 양식상으로는 유럽의 같은 시기의 앵포르멜과 전전의 기하학적 추상에 반한 반조형적 성격을 지닌 유기적이며 표현주의적인 다이내믹한 추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액션페인팅은 그 어의에서도 분명한 것 과 같이 행위 자체가 중요시된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로 대표되는 액션페인팅은 유럽의 앵포르멜과 함께 2차 세계대전 후 나타난 이전의 기하학 추상에 반한 반조형의 성격을 지난 유기적 표현적 추상을 의미한다. 특히 액션페인팅은 용어에서처럼 행위의 과정을 중시한 회화로서 작품을 그린다는 자체가 그 행위의 결과로서 무엇이 그려져 있는가의 문제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액션페인팅의 대표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은 이러한 ‘행위적 특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드리핑 기법에서 그 특성을 잘 볼 수 있다. 초현실주의의 표현원리로서의 오토마시즘(자동기술법) 기법에 영향받은 폴록의 작품 방식은 결국 무의식적인 움직임의 흔적으로서의 우연적인 요소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토마시즘적 액션페인팅의 두드러지는 표현적 특성으로 ‘전면균질화’라는 ‘올오버페인팅’이다. ‘올오버’란 그려진 화면의 특정한 주제나 중심부가 무시된 균등한 평면으로 처리된 회화로 전통적 추상을 포함한 화면의 구성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다이즘 이전의 구성적 방식과는 연계성이 전혀 없는 전형화된 추상미술과 다른 비정형의 화면구성을 보여 준다. 즉, 잭슨 폴록의 전면균질화(올오버메인팅) 양식은 오토마시즘적인 수법의 ‘정신의 자동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오토마시즘의 발전된 표현적 형식이다.
이와 같은 액션페인팅의 표현적 특징을 보여 주는 작가들로는 폴록 이외에 역시 유동적인 선이나 포름이 초현실주의에 연결되는 고르키, 드쿠닝, 프란시스 등이 있으며 이외 평탄한 색면만으로 화면을 구성하여 색면파로 분류되는 로드코 등이 포함된다. 1960년을 정점으로 액션페인팅은 대가들이 점치 죽음을 맞이하면서 쇠퇴기를 맞게 되고 이는 1960년~ 1970년대의 ‘색면 회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