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표현주의 -윌렘 드 쿠닝 (Willem de Kooning, 1904~1997)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작가와 작품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작가로 네덜란드 로테르담 출신의 윌렘 드 쿠닝은 1926 년 미국에 건너가 잭슨 폴록과 더불어 추상표현주의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은 작가이다. 1948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전 생애를 통해 단 한 번도 표현주의에서 이탈하지 않은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1950년대 거칠고 강력한 화법을 통해 여성을 악마적, 성적 대상으로 재형상화한 여인 연작을 통해 세계 미술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소년 시절에는 미술장식회사 견습공과 동시에 미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한 후 장식미술가로 어렵게 생활하던 중 1926년 미국에 정착하였던 그는 이후 뉴욕의 건축시장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하면서 당사에 미국에 이민 온 아실고르키 등과 친분을 맺고, 1935~1936년에는 벽화 화가로서 연방 미술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었다. 특히 1929년 아 고르키와의 만남은 그의 작품 방향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내었는데, 이전 입체파의 엄격한 화면구성에서 시작하여 표현주의적 인물화로 변해 가게 되었으며, 특히 여성상을 주제로 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격렬한 표현의 여성상은 다른 추상표현주의의 작품과는 전혀 이질적이며, 비속한 표현으로 특징되었다.
20여 년의 파괴적이며 전위적인 작품의 끊임없는 시도 속에서 얻어낸 드 쿠닝의 1948년 흑백회화의 전시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하게 되었다. 드 쿠닝은 예의 자유롭고 거의 광란적인 붓질로써 격정적인 모습의 형상에 집중한다.
이때 등장한 그의 유명한 「여인 연작은 오만하고 비속한 여인을 그린 것으로 쉬르레알리슴적 형태적 데포르마시옹을 수용하는 한편, 자유분방한 필치를 격렬하게 휘둘러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며 액션페인팅의 기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그는 1970년대까지 분홍, 노랑, 파랑 등 특유의 강렬한 색감을 바탕으로, 물 감을 짓이겨 채색하는 파격적인 기법을 담은 추상화를 제작했다. 이를 놓고 평단에선 '폭력적인 추상 액션페인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인물을 주로 표현한 드 쿠닝은 동시대의 추상미술가 중 유일하게 인물을 작품의 주제로 끌어들였는데 처 음에는 남성을, 나중에는 여성을 주로 그렸다.
그 역시 잭슨 폴록과 마찬가지로 전면회화(all-over painting)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잭슨 폴록과 다른 점은 인체라는 정해진 소재에서 출발한 계획적인 구성을 보여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그의 격렬한 형상은 속물적이며 유머러스한 조소를 담고 있는 인체의 무한한 변이를 통해 회화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즉, 작품에 생생한 표현과 자발성이 두드러지는 표현적인 강렬한 제스처가 특징 적인 액션페인팅의 또 다른 면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1970년대 말에 치내와 술 등 정신적, 육체적 탈진 상태를 보이다가 1980년대에 시적이고 여유로운 추상작품으로 다시 일어섰다. 우아한 감각주의로 방향을 바꾼 윌렘 드 쿠닝은 물결 모양의 유연한 붓놀림으로 화면에 투명성과 유동성, 그리고 개방성을 부여한 것이다. 1997년 사망한 그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여인」 연작과 「여인과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 여인 시리즈(Woman Series)
1950년대 「여인」 시리즈들은 반복되고 겹쳐지는 터치 작업으로 여인의 얼굴을 용해시키는 추상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액션페인팅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1953년에 전시되었던 「여인Ⅰ」에서 드 쿠닝이 보여 주고자 한 바는, 외부적 사물을 재현한다는 의무에서 해방된 화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구체적인 형상들을 자연히 발견하게 되며 시작된다. 드 쿠닝은 언제나 때로는 풍경의 형태를 그의 회화적 수단에서 배제 하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수상의 한계에서 벗어나 유동성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그는 지극히 추상적인 작품들과 구상적인 속 성이 뚜렷한 연작들을 번갈아 제작하게 되었는데, 이 모든 작품에 생생한 표현과 자발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폴록과는 차별화되면서도 전형적인 액션페인팅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 속 여인은 크게 부릅뜬 눈, 이빨을 통째로 드러내며 독설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입, 격렬하고 난폭한 몸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이 전혀 아니다. 작가는 이러한 여인상을 보며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림을 시작해도 계속 그리다 보면 어느새 그 여인은 주한 엄마상으로 변해버린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드 쿠닝의 격렬한 필치는 초기에 입, 어깨, 가슴, 엉덩이, 다리 등을 자연스럽게 형상화시키게 되는데, 이같은 '인체'의 구체적인 형태들의 수용은 동시에 무한한 변이와 변형이 가능한 와해된 인체로 소멸되어 가며, 더욱 그의 필치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형태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피카소적인 인물 처리가 남아 있으면서도, 반복되는 터치 작업으로 여인의 얼굴을 용해시키는 추상작업을 통해 붓처리가 난폭하면서도 강한 힘이 서린 자신의 회화를 찾아가는 시기이다.
이 여인은 일반적인 여인의 이미지와는 달리 힘이 넘치는 강한 필치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가진 여인의 모습을 보여 준다. 운명에 수동적인 여인의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고 여성에게서 보고자 하는 성적이며 시각적인 욕구를 과감하게 무시 해버리고 있다. 그것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각색된 여인이 아니라 여성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화되지 않은 생명력 넘치는 힘의 리얼리티를 보여 주는 것이다.
출처 - 현대미술의 이해 | 홍창호 著 | 양서원 출판사 | 201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