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아닌데 제품 리콜 전화가 우리에게 와요”
BLACK EDITION 시리즈 .... 같은 블랙인데 왜 다르지? 국내 핵심기술도 해외로 ‘줄줄’ ...해외기술 유출도 급증
[덴탈뉴스=김선영 기자] 최근 3년간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국내 핵심 산업 기술의 해외유출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올해 9월까지 유출 사건이 15건 적발되는 등 기술 탈취 시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불법적인 기술 빼가기와 인력 스카우트가 이어지면서 산업 전반의 기술주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해외 기술 유출 사범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해외 기술유출 사건이 총 15건 적발됐다. 올해 상반기 8건에 그쳤던 기술유출 사건은 불과 1분기 만에 7건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차세대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기술유출 사범 검거건수는 연간 2022년 12건에서 지난해 27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기술유출이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출된 기술 상당수 국가 핵심기술
유출된 기술 가운데 상당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국가 핵심 기술들로 드러났다.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적발된 총 76건의 사건 가운데 24건(31.6%)이 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한 기술탈취였다. 반도체 역시 2023년 3건, 지난해 9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 4건이 추가로 적발되며 주요 유출 표적으로 떠올랐다.
실제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초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임직원 2명이 내부 기술자료 수 백장을 촬영해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같은 달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최신 기술을 외부로 넘긴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충남 아산캠퍼스를 압수수색했다. 요즘 내부에서도 기술유출을 개인 일탈이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같은 블랙인데 같은 제품은 아냐
치과계도 예외는 아니다. 3년 전 Black Edition 시리즈 제품을 개발 출시한 A社 대표는 최근에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왜 제품이 기대만큼 성능이 좋지 않냐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유는 같은 블랙 칼라 때문에 같은 회사 제품으로 착각하고 전화한 것이다.
A 社의 Black Edition 의 검정색을 그대로 본 따서 제작된 기구였고 기구의 칼라가 블랙이다 보니 치과기구전문기업의 A사 제품으로 원장들이 착각하고 A사에 A/S를 요구한 것이다.
A 대표는 “우리 회사의 블랙 에디션시리즈는 B사와 칼라만 같을 뿐 성능은 전혀 다르다”면서 “우리 회사 제품의 Black Edition 시리즈의 블랙을 B사 기구에 동일하게 도색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제품이 온라인 판매몰에서 판매되고 있어 내년 3월 본격적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이미 B사의 제품으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며 B사 제품에 대한 A/S를 우리 회사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 대표는 “신규 제품도 출시 준비 중에 있는데 메인 칼라를 블랙으로 할 지 다른 색을 할지 고민 중에 있다”면서 “우리 회사의 기구가 아닌데도 칼라가 블랙이라는 이유로 같은 제품으로 오인하고 있어 우리 회사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같은 블랙 에디션이지만 회사도 다르고 품질도 다르다. 여전히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