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역량의 네번째 부분–MOT 8
MOT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6가지 감각에 따라 나누어 각각 관리해야 할 부분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이번 호에서는 가장 마이너한 감각인 촉각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우선 촉각은 능동적인 경우와 수동적인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손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집고 누군가의 손을 잡거나 나의 몸을 만지는 행위는 능동적인 경우인데 대개는 어떤 느낌일지 예상이 먼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익숙한 느낌의 촉감을 느낀다.
반면에 누군가 손이나 물건 등을 이용하여 정지해 있는 나와 접촉하는 수동적인 경우에는 어떤 촉감일지 예상을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낯선 느낌의 촉감을 받게 된다. 치과에서 환자들이 경험하는 촉각은 대부분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험이므로 예상을 못하거나 낯선 느낌을 받기 쉽다.
두 번째로 고려해 볼 면은 촉각은 -특히 수동적인 경우의 촉각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감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타인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경험하는 촉각은 그리 많지 않으며 그마저도 대부분 손을 통하기 때문에 손이 아닌 다른 신체 부분의 경우 촉각을 경험하는 빈도가 매우 낮다.
빈도가 낮다는 것은 감각에 대한 뇌의 반응이 강력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잠복 기간을 포함한 지속 기간 또한 다른 감각에 비해 길어진다. 어릴 적 추운 겨울 튼 손에 핸드 크림을 발라주시던 어머님의 손길이라든지 시험 결과를 칭찬하시며 어깨를 잡아주시던 선생님의 손길이라든지 사랑하는 사람과 볼을 맞대면서 느꼈던 촉감 같은 것들을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장면을 떠올릴 때면 그 당시 느꼈던 촉감도 같이 떠오르곤 한다.
세 번째로 고려해 볼 면은 촉감은 다른 어떤 감각 보다 더 솔직하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감각의 자극도 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감정이 묻어 나오지만 촉각만큼 감정이 분명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내가 마음이 평화로울때와 그렇지 못할 때 나의 터치는 분명 다를 것이며 그것은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하물며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전달하는 촉각적 자극과 싫어하거나 꺼려하는 경우에 전달하는 촉각적 자극은 보다 뚜렷한 차이를 느끼게 할 것이다.
치과에서 이루어지는 촉각적 자극은 지난 호에서 논의한 미각처럼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촉각적 자극의 방지이며 둘째는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촉각적 자극의 활용이다. 환자가 치과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촉각적 자극은 진료용 핸드 미러가 만들어낸다. 10분 정도의 진료 동안에도 치과용 핸드 미러는 의료진의 손에 매달려 계속적으로 움직이며 입술과 치아 그리고 혀와 수십 차례 접촉한다.
그런데 미러와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촉각은 환자의 심리 상태에 과연 긍정적일까? 치과 진료 과정에서 구강 내외에서 이루어지는 촉각의 대부분은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미러를 포함하여 치아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미러 그리고 익스플로러나 다른 다양한 기구들의 접촉은 기본적으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며 더군다나 이 접촉이 부드럽지 못하고 거칠게 이루어진다면 환자의 심리 상태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반면에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촉각적인 자극에는 어떤것이 있을까? 환자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수준의 가벼운 접촉은 환자와 래포를 형성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동성의 환자와 처음 만났을 때 상담 전에 악수를 하는 것도 좋으며 동성의 학생 환자의 경우 힘든 치과 치료를 잘 받는 것에 대해 격려해주며 어깨를 만져주는 것도 좋고 연세가 많은 환자분들의 경우 치료 전후로 손을 지그시 잡아 드리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좋은 촉각적 자극의 예이다.
연세가 많은 상담 환자의 경우 상담을 마친 후 치료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가볍게 팔짱을 끼고 상담실을 나오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위에서도 기술하였듯이 촉각적 자극은 전달자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특별한 자극이다. 내가 진심으로 환자를 아끼고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없이 가식적이고 계산적이며 형식적으로 촉각적 자극을 만들어낸다면 그 방법이 무엇이든지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결코 줄 수 없을 것이다.
진훈희 원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치과교정과를 거쳐 강남예치과 교정진료부 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다수의 경영강의의 연자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강남의 바이스치과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