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치과의사도 있을까?
협회에서 담당 이사로서 하는 업무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업무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경찰서, 검찰청, 법원 등에서 오는 공문 처리이다.
전국의 사법 기관에서 치과 관련하여 형사, 민사 문제가 생겨서 자문을 받을 일이 생기면 협회로 의견 조회 공문을 보내게 되고, 여기에 정확하고 공정한 답을 작성하여 회신하게 된다.
대략 일년에 백 몇십건 정도의 공문을 받게 된다.
이 일을 6년째 하다 보니 온갖 경우를 다 접해 보았고 이제 웬만한 건에는 역치가 높아져서 당황하지 않지만 아직도 간혹은 긴장되는 경우가 생긴다.
워낙 많은 공문을 처리하니 별 일이 다 생기고, 치과 의사 측이나 환자 측에서 공문 작성 제대로 하라는 협박도 많이 받았다.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핸드폰으로 계속 낮밤을 가리지 않고 연락한 분도 있고, 병원으로 전화해서 끝없이 직원들을 괴롭히는 분도 있었다.
이런 분들은 물론 대부분 치과의사들이다. 정중하게 그만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으나 당연히 듣지 않는다.
이제 이런 일들은 그려러니 할 정도로 되었지만, 치과의사 진상은 일반적인 진상과 비교해 보았을 때,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수준급을 자랑한다.
5년 넘는 동안에 수많은 분들을 도와드렸다.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도 거의 다 받았고, 휴일에 집 앞으로 찾아오신 분도 계셨다. 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적절한 조언을 해 드렸으며, 공문 작성에 있어서도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 해서 도와 드렸다.
어떤 분은 검찰청에 불려 가는데 도와 달라고 해서 2번을 같이 가서 검사에게 우리 입장을 피력한 적도 있다.
정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분들을 도와드렸다고 자부하는데 문제는 그 이후이다.
일이 끝나고 나서 고맙다고 연락을 주신 분은 지금까지 단 한 분이다!
상담을 할 때, 요청을 드린다.
‘끝나고 나면 결과도 궁금하고 하니까 연락 한 번만 주세요.’
단 한 분을 제외하고는 전화 한 통, 문자 한 번 주신 분이 없다. 물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심정이 다른 건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끝나고 나서 욕한 분들은 부지기수이다. 제대로 안 도와줘서 결과가 마음에 안 들게 나왔다고.
공문 내용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진료로 인한 일반적인 분쟁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큰 사고도 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경찰서에서 의견 조회 공문이 왔는데, 변사 사건이었다. 변사 사건은 드물지 않게 공문이 오고, 대개는 신원 확인차 요청을 하는 것인데, 이 건은 치과 치료와 연관된 사건이었다.
임플란트 수술을 몇 개 하였고, 다음 날 아침에 사망한 상태로 발견이 되었다. 관련 치과는 압수 수색을 당하였고 치과 치료와 사망 사고가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부검을 하였고, 부검 기록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관건은 진료기록부이다! 사전에 문진한 내역, 동의서 내역 등이 상세히 첨부되어 있으면 문제가 없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