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 의무’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이강운 법제이사의 쓴소리 단소리
원가 이하의 의료 수가를 현실에서 설명의무 위반은 제고돼야 의료 분쟁이 생겨서 소송으로 진행되거나 중재원 혹은 한국소비자원으로 갈 때, 모든 기관에서 중시하는 의무 사항이 있다. 바로 설명의 의무와 주의의 의무이다.
‘설명의 의무’는 말 그대로 사전에 얼마나 충실하게 진료 행위에 대한 설명을 하였는지가 관건이 된다. 즉, 부작용 내지 후유증 가능성이 있을 때 환자에게 자기 결정권을 주자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당연히 모든 진료 행위 전에 상세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환자는 의료에 대한 전문 지식이 의료인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상세한 설명을 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원가 이하의 의료 수가가 많고, 설명을 상세히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법원에서 판단 할 때, 단지 설명을 했다고 설명의 의무가 충족되었다고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설명 동의서가 있고, 환자 본인의 서명이 있어도 줄이 그어져 있지 않다고 인정이 되지 않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최근, 설명을 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하겠다는 어이없는 법 제정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김성주, 남인순 의원이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결국 폐기된 바 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 또 다시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19대에서 폐기된 법안과 유사한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였고,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됐는데, 다행히 심의 보류되었고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순간 환자에 대한 잘못된 결과가 없더라도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자체가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지금도 판례는 의료인의 설명 의무 위반과 환자의 상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의료인을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또한 민사적으로도 큰 배상 금액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임플란트 시술 후 실명한 사례에 대해 의사가 환자에게 4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배상의 이유가 주의 의무 위반이 아닌 설명 의무 위반이었다!.
즉, 시술상 과오가 있어 문제가 된 것이 아니고 사전에 실명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과오라는 뜻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임플란트 시술 전에 아무 상관이 없는 전신적인 사항을 모두 얘기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된다. 임플란트 시술 이후에 탈모가 된다고 떼를 써도 배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는, 치경부 마모증 치료 이후 교합 장애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환자에 대해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역시 설명 의무 위반이 과오라고 판단했다. 치경부 마모증에 레진이나 글라스 아이오노머 충전을 하는데, 교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도 전문성이 부족한 법조인들이 자의적 인 잣대로 판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설명의 의무가 강제화되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법으로 의무화시키는 것이 능사가 절대 아니다.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것은 원가 이하의 의료 수가를 현실에 맞게 대폭 상향 조정하는 일이며,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적절한 댓가가 지불이 된다면 당연히 설명은 꼼꼼하게 행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