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이상증후군 증상 '논문철회'
강명신교수의 New York Times 읽기
자신이 관찰한 사실을 두고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falsification), 관찰하지 않은 것을 관찰된 것으로 만들거나(fabrication), 남의 것을 인용 없이 쓰는(plagiarism) 등의 일을 ‘과학적 부정행위(scientific misconduct)라고 한다.
비과학적’ 행위는 더 있다. 데이터의 일부를 ‘맘에 안 들어서 안 본 걸로 하고 빠뜨리는’ 일이 있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연구결과 전체를 출판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일련의 과학 활동에는 자가수정(self-correction) 기제도 포함돼 있다. 물론 고장이 나기도 한다.
첫째, 본인의 검토이다. 본인이 발견한 것을 의심하면서 그게 어쩌다 나온 결과가 아닌지 검토하는 과정이다. 물론 성급한 출판 욕심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동료심사자들의 다면적 심사다. 심사 자체 한계나 심사 부실 가능성도 있긴 하다.
셋째, 출판 이후 결과의 재현가능성이다. 그러니 프로토콜을 있는 그대로 적어야 한다. 출판 이후에 학계 내부 지적으로 과학적 부정행위나 에러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논문철회 사태는 과학의 최후 자정 기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다. “논문철회 급증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라는 4월 16일자 뉴욕타임즈 기사에는, 논문철회는 ‘과학적 풍토의 기능이상이라는 훨씬 심대한 문제가 발현시키는 증상 중 하나’라는 주장이 나온다.
‘Infection & Immunity’ 지 편집장인 닥터 페릭 팽(Ferric C. Fang)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mBio’ 편집장인 닥터 캐서디벌(Casadevall)도 사태를 깊이 우려한다.
특히 의생명과학 쪽으로 정부 연구비 상당부분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과학이 승자독식게임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센티브가 문제라면서, ‘왜곡가능성이 있는 인센티브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부정행위까지 저지르는 과학자들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팽과 캐서디벌은 근본적 개혁을 요청하는 사설을 ‘Infection & Immunity’ 지에 실었다. 논문철회사태 급증 요인으로 독자 접근 가능성이 높아 에러가 잘 발각될 수 있는 온라인 환경도 있지만, 심각한 것은 많은 논문을 생산하고, 인용점수가 높은 학술지에 실어야 한다는 압력이다.
인용점수가 높을수록 논문철회율도 높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단연 최고는 ‘NEJM’이다. 이에 대해 ‘NEJM’ 측은 분모가 작아서 높게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Science’지 편집자는 주목 받을수록 발각되기 쉬운 거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매년 박사들이 양산되는데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1973년에는 박사인력 반이상이 정년 트랙에 진입하는 데 6년 쯤 걸렸지만, 2006년에는 그렇게 운좋은 경우는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실험실은 더 많은 업적을 내놓기 위해 더 많은 대학원생을 받아야 한다는 유인에 따라 움직인다.
“경제가 과학에 미치는 영향(How Economics Shapes Science?)” 저자인 경제학자 폴라 스테판(Paula Stephan)박사는 실험실 논문생산방식을 피라미드식 구조라고 부른다.
대학은 연구비를 정부 등 외부 재원에 의존한다. 학내 과학자들의 봉급도 점점 연구비에 의존하고 있다. 논문편수와 연구비 수주액은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의 질은 별개 문제다.
텍사스대 보건대학원 네스(Robert Ness)박사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자신의 상품을 다른과 학자들에게 잘 팔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중소기업 같다고 말한다.
대학은 유명한 과학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려는 유인을 따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연구용 건물도 짓게 된다. 건축비로 빚을 지고 연구비로 갚는다. 이런 일련의 사정으로 과학자들은 업적과 연구비 수주 압력에 몰리게 되고 연구를 꼼꼼히 챙길 시간도 부족해진다.
스테판 박사는‘ Nature’지 4월 5일자에 중국과 한국, 터키 등에서는 과학자들이 좋은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면 현금을 지급받는다면서 이 것이 시스템 전체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자독식시스 템을 탈피하기 위해, 실험실 하나가 수주할 수 있는 액수에 제한을 둬야 한다거나, 승진을 결정할 때 공동연구에 점수를 더 주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과학자들의 커리어 전쟁에서 출판물 숫자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덧붙이고 있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작동 규칙을 바꾸고자 할 때, 배리 슈워츠 (Barry Schwartz) 박사처럼 일철학의 측면에서 인센티브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것이 이 문제에 더 근본적이다. 인센티브가 생기면 ‘이 행동이 적절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이 정도 받으면 해 볼 만한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슈워츠 박사가 관찰한 경험적 증거다.
진료나 연구와 관련된 인센티브 시스템과 그 안에 속한 우리 자신의 생각을 되짚어보게 한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생명윤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