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전문직의 역사와 미래 (6)

지식·권력 구도를 통해 본 치과 전문직

2017-01-01     강신익 교수

본지는 수회에 걸쳐 강신익 교수의 치과전문직의 역사와 미래,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에 대해 ‘강신익 교수의 플랫폼’이라는 코너로 게재할 예정이다. 이 기고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내다보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문화적 정서가 다름에 따른 수용의 어려움 말고도 치학 모형은 그것이 추구하는 지식의 성격을 둘러싼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치학 모형은 의학과는 구분되는 지식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무리 추구하는 지식 체계의 독자성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완전히 기계적인 조작에만 관계된 기술적 지식이 아닌 한, 인간과 인체에 대한 지식체계일 수밖에 없다.

치학이 궁극적으로 인간 또는 인체 전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그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 교과 과정을 살펴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치과대학에서 강의가 이루어지는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 병리학, 미생물학, 면역학 그리고 치학 체계에 고유한 영역인 치아우식학cariology이나 치주병학에 이르기까지 전신에 관계되지 않은 것은 없다. 이름만 구강해부학이나 구강생리학 등으로 부른다고 그것이 일반 해부학이나 생리학과는 전혀 다른 지식체계가 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치주병의 발생과정에 관한 연구를 함에 있어 구강에만 특별히 적용되는 면역학적 기전이 존재하고 따라서 우리는 면역학이 아닌 구강면역학을 연구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구강외과 수술을 함에 있어 우리는 물론 해부학적으로 구강에 인접한 조직들을 주로 다룬다.

그러나 수술에 따르는 전신적 반응을 고려치 않고 어떻게 환자를 돌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이러한 경우는 기초 분야나 구강외과에 종사하는 소수의 치과의사에 해당하는 일이고 대다수의 치과의사는 이와 관계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의과와 치과의 영역다툼이 아니라 그 둘이 존재의 근거로 삼는 지식의 체계이다.

에릭슨이 제시하고 필자가 확대 해석한, 추상성·실천성 또는 비의성·기술성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치학 모형의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악학은 특이성은 있으되 독자성은 결여돼 있다.

치의학은 비의성·기술성 연속선의 중간지점에서 새로운 비의성·기술성의 연속선을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한쪽 끝은 어쩔 수 없이 의학이 존재근거로 삼는 비의성, 추상성(주로 생물학적 지식체계)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그 이름을 무어라 부르는지에 관계없이, 그리고 위에 말한 모형(구강학 또는 치학 모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 치학 또는 구강학은 비의성·기술성 연속선의 전부분에 걸쳐있는 지식체계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강조점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구강학과 치학 모형이 나누어질 뿐이다.

치과를 보는 세 가지 모형의 마지막 것은 (기능모형)치의학 또는 그 진료를 단순한 기능적 지식체계와 그 실천으로 보는 것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치의학은 의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치과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기능공과 같이 망가진 치아를 고치는 데에 한정된다.

따라서 이 모형에서 볼 때 치과의사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의미의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다. 추상적·실천적, 비의적·기술적 지식의 연속선에서 볼 때 치의학은 실천성과 기술성의 극단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상성과 비의성을 전혀 가지지 않는 하나의 기능적 지식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세 가지 모형 중에서 가장 격렬히 배척받는 모형일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순수한 기술 모형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근접한 나라로 독일을 들 수 있다.

독일은 치과의사의 양성에 있어 두 가지 경로를 인정하고 있다. 하나는 치과대학을 통한 길이며 다른 하나는 도제적 훈련을 마친 뒤 악구강계의 질병과 약리학에 대한 추가적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길이다. 1971년 현재 전체 독일 치과의사 중 이러한 도제 출신인 자가 삼분의 일에 이른다고 한다(Erichsen, 1990, p.38). 독일은 치과 모형과 기술모형을 모두 포섭하고 있는 셈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치의학은 그 학문과 실천의 역사적 성격상 추상적·비의적·관념적·과학적 측면과 실천적·기술적·구체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특이한 존재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그 강조하는 바에 따라 위와 같이 구강학, 치학, 기술 모형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으며, 실지로 각각의 모형을 취하고 있는 나라들을 예시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모형을 채택하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치의학의 학문으로서의 존재양상과 그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전문직화 professionalization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다음 호에 계속 ▶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 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