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전문직의 역사와 미래 (7)
지식·권력 구도를 통해 본 치과 전문직
본지는 수회에 걸쳐 강신익 교수의 치과전문직의 역사와 미래,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에 대해 강신익 교수의 플랫폼이라는 코너로 게재할 예정이다. 이 기고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내다보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지난 호에 이어 ▶
오늘날 우리나라의 치과의사가 느끼고 있는 정체성의 상실과 안팎으로부터의 도전은 이러한 치의학의 학문으로서의 성격과 그 실천 구조로서의 전문직 개념에 대한 반성이 없었던 데 기인한다고 본다.
이제 지금까지 논의한 치의학의 학문적 성격을 토대로 그 실천 구조로 자리 잡은 치과전문직의 모습을, 전문직 일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살펴보자.
전문직의 위상
전문직의 위상과 그것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 사회 속에서 담당하는 기능적 역할을 중심으로 보는가, 아니면 그것이 근거하고 있는 지식의 성격을 중심으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두 측면은 서로 밀집한 관련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전문직이 가진 이 두 가지 측면을 검토함으로써 우리는 전문직 일반과 그것의 특수한 사례인 치과 전문직의 위상에 대한 보다 적절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직은 비의적 지식체계와 이타적 서비스라는 이데올로기를 가진다(Armstrong, 1990).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그것이 보편성을 가지는 학문체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천에 있어서는 개별 사례를 다루며 그 각각의 사례는 ‘인간’이라는 규정 불가능한 존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격은 그것이 직선적 인과관계를 다루는 ‘과학’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래서 서양의 의철학에서는 의학을 과학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기예(art)로 볼 것인가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개별 사례, 즉 특수성에 대한 강조는 전문직이 다루는 학문 체계와 그 실천구조인 자율적 통제방식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자율성은 이타적 서비스라는 이념에 의해 더 확고하게 그 정당성을 확보한다.
다시 말해 전문직이 행하는 서비스는 그 성격상 개인적 수준과 사회적 수준 모두에서 그 서비스를 받는 개인과 사회 전체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을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체계화되어 있다.
그러나 전문직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직 역할에 대한 비판으로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문명 비판적 시각과 나바로(Navaro)를 비롯한 좌파 이론가들의 체제 비판 등이 있다.
일리치의 비판에 의하면, 전문직 특히 의료 전문직의 확대는 일반 대중을 무력화한다. 의료 전문직의 발달은 건강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제도화된 의료 체계 속에 편입시킴으로써 본래적으로 타고난, 스스로의 방식으로 건강해지려는 능력과 권리를 박탈한다. 따라서 의료의 전문직 화는 지양해야 할 대상이 되며 그 대신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 스스로가 문제를 바로보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직에 대한 체제 비판 이론에 의하면, 비인간화해 가는 의료서비스는 자본의 수탈 구조에 그 뿌리가 있다. 자본주의적 경제 체제하에서 의료 전문직은 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하수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문제는 전문직의 존재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구조에 편입되는 조직 원리에 있다. 그래서 바람직한 의료 서비스의 조직 원리는 그것을 자본의 영향에서 분리해 사회화하는 데 두어진다. 여기서 의료전문직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문제는 전문직을 자본의 논리에서 떼어내는 데 있지 전문직이 가진 지식의 효용이나 자율성을 문제 삼는 데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전문직의 위상을 자본의 이익에 종속되는 것으로 봄으로써 전문직이 그 정당성의 근거로 가지고 있던 이타적 서비스라는 이념에 손상을 입힌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이론들은 그 지향하는바 초점은 다르지만, 어쨌든 이를 통해 우리는 의료전문직이 자신들의 존재 근거인 지식의 성격과 그것의 실천 구조를 둘러싼 안팎으로부터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치과 전문직이 정체성에 대한 논의도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 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