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전문직의 미래 (2)
문화와 정치학
본지는 수회에 걸쳐 강신익 교수의 치과 전문직의 역사와 미래,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에 대해 강신익 교수의 플랫폼이라는 코너로 게재할 예정이다. 이 기고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내다보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지난 호에 이어 ▶
그렇다면 여기서 전체로서의 사회 또는 공중의 이익은 어떠한 형태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치과 전문직의 분화 독립은 과연 전체로서의 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었는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공중의 이익에 대한 삭스(Saks)의 견해를 들어보자.
공중의 이익이라는 개념에 근거하고 있는 가치는, 사회 구성원들의 독자적 의지의 결과라기보다는, 자신이 정의한 실재(reality)의 개념을 남에게 부과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집단의 정치적 활동의 결과이다(Saks.1955).
치의학의 전문화 과정은 의학 전문직, 치과시술자, 그리고 중재자로서의 국가간에 있었던 정치적 투쟁과 타협의 산물이다.
치의학의 전문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길이 돌팔이와 협잡꾼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었다고 주장하였지만, 그 과정에 비전문가 대중이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해 역할을 하였다는 흔적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이것은 치의학의 전문화가 이루어진 시기가 계몽의 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계몽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비전문가 대중은 전문직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지는 비의적 지식과 그들이 내세우는 이타적 이념의 진실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전문직이 내세우던 절대적 진리로서의 지식체계와 사회에 봉사하는 서비스라는 이념 모두에 심각한 회의와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지고 있다.
전문직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위해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그 첫 번째 고려 대상에 넣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전문직, 또는 의학 일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를 요하는 무거운 주제이므로 여기서는 다만 치과 전문직의 미래를 전망할 때 생각하여야 할 요소들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도록 한다.
치과 전문직이 형성되어 온 과정을 돌아볼 때 치과 전문직은 다음 세 집단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의과 전문직, 행정적 중재자로서의 국가, 그리고 그 실체가 불명확한 대중이다.
의과 전문직과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그 업무 영역이나 지식 기반에 관련하여 이미 논의한 바 있다.
전문직 형성 과정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는 자세히 논하지 않았지만, 영국과 미국, 특히 미국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반면 유럽 대륙 국가들에서는 국가가 전문직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만을 지적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다음 호에 계속 ▶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