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 (1)
지난 호에 이어 ▶
이러한 추세는 인문과 교양을 경시한 그간의 교육 제도와 일정한 관계를 갖는다. 의학이든 치의학이든 그것은 사람간의 관계를 그 중심축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때, 전문직은 무한 경쟁의 시대에 시장의 한 모퉁이를 차지한 사업가 이상의 지위를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치과 전문직의 역사와 미래는 마무리된다.
치과 전문직은 이제 그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람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전환은 자신의 학문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그 출발점으로 하며, 인문 정신의 회복을 그 중심 내용으로 한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의료계의 분위기가 무척 뒤숭숭하다. 한약의 조제권을 둘러싼 한의사와 약사의 분쟁이 양 당사자간의 세력싸움으로 번지더니, 새천년이 시작되던 2000년에는 의약분업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의 의사들이 집단 폐ㆍ파업 투쟁을 벌이는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발전했다.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의사 단체간의 싸움은 의료수가의 대폭 인상이라는 미봉책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 했지만, 의사협회는 또다시 의약분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학적 개입의 정도를 둘러싼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1997년 보라매 병원에서 있었던 사건을 발단으로 해서 벌어졌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적ㆍ윤리적 논란은, 치료를 중단한 의사에 대한 사법처리로 매듭지어지는 듯 하더니, 2001년 의사협회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초법적 자체 윤리지침을 발표함으로써 또다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의학적 지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 논쟁도 뜨겁다. 1997년 영국에서 다 자란 양의 체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하고 이를 자궁에 착상시켜 만들어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고, 연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복제소 영롱이가 탄생함으로써 이제 복제인간이 탄생하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수정란을 배양해서 얻어지는 줄기세포가 난치병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증폭되면서 수정란을 이용한 연구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또, 30억 쌍에 달하는 인간유전체 염기서열의 분석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발표가 있자, 인간의 생로병사가 모두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다는 유전자 결정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 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