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 (2)

강신익 교수의 플랫폼

2017-02-18     강신익 교수

지난 호에 이어 ▶

의학적 연구의 성과가 인간의 정체성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의료서비스 시장의 판도에도 중요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의료시장도 WTO 체제 이후 불어 닥친 각종 시장개방 압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의료기관은 대부분 사적 소유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가능한 서비스의 종류와 수가는 국가가 통제하는 기형적 공급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은 생사가 걸린 필수적 의료서비스보다는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면서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비급여 치료항목에만 주력하는 의료서비스의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서비스는 이제 분명히 하나의 상품이 되어가고 있으며 의료인은 이 상품의 판매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의료인이 지켜야 할 윤리에 관한 논의는 이상과 같은 복잡한 현실 속에 자리한다.

현실성없는 윤리선언을 암송한다고 위와 같은 윤리적 딜레마가 해결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현실논리에 집착하여 의료인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간의 정황을 종합해 보건대 우리나라 의료윤리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론과 이상론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지 못했던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따라서, 의료윤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더불어 보건의료의 본질적 가치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본질적 가치란 것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는 사회에서 대부분의 구성원이 동의하는 기본적 규범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 글에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치과의사가 처해있는 객관적 현실을 근거로 삼으면서, 그들이 걸어온 길을 둘러보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가치관과 규범이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본 뒤, 이를 다시 우리의 현실에 비춰봄으로써, 우리나라의 치과의사가 지켜야 할 윤리의 근거를 찾아보고자 한다.

1. 한국 치과의사의 존재양식

얼핏 생각하면, 치과의사는 앞서 살펴본 의료계의 윤리적 딜레마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직역간 다툼이 큰 사회문제가 된 적도 별로 없고,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 기존의 생명개념을 위협할만한 위력을 가지지도 않았으며, 치료행위 중에 보험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도 않아서 국가의 의료수가 통제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등 윤리적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치과의료 윤리의 문제는 일반의료윤리의 문제와 어떻게 다른가 묻지 않을 수 없고, 그런 물음을 묻다보면, 의사전문직과 치과의사전문직이 형성되어온 역사적 과정과 문화적 경험의 차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호에 계속 ▶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