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 (4)
지난 호에 이어 ▶
하지만 일반인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는 이러한 객관적 존재조건에 기반을 둔 합리적 수준의 것이기보다는 전통적 가치-醫 術은 仁術이라든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 사람이라는 등- 를 현실적 상황에 가감 없이 적용하여 얻어진 정서적 판단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윤리 문제에 대한 치과 의사 쪽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리의 문제는 가르쳐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성에 호소할 문제라든가, 사회 전체가 자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데 의료인에게만 이와 동떨어진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 등은 모두, 도덕과 현실을 화해할 수 없는 대척점에 위치시키고 있다.
그러나 막스 베버가 그의 주저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에서 역설했듯이, 일견 상호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금욕주의와 자본주의는 절묘한 조화를 찾아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 의료윤리의 문제가 반드시 금욕주의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적 이념이 반드시 현실적 사회체계와 모순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합 리적으로 설명해내고 이러한 설명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가에 있다.
윤리의 문제는 단순한 인성(人性)의 문제이기보다는 보다 철저한 합리적 추론의 문제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치과의료윤리의 문제는 보다 철저 한 연구와 이에 근거한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전국의 11개 치과대학 중에서 윤리 과목 전임교수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그래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경우든 윤리의 문제는 어느 한 당사자의 일방적 노력이나 희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윤리란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과의사의 윤리를 말하려면 그들이 봉사하고자 하는 환자 쪽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이 치 과의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치과의사의 존재조건을 분석하듯이 그들이 기대하는 것의 역사적ㆍ사회적ㆍ문화적 의미를 살펴야 한다.
2. 한국 의료계의 현실
의사 파업의 윤리 2000년에 있었던 전대미문의 전국적 의사 파업 사태는 우리에게 수많은 상처와 과제를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치과의사가 직접적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보건의료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적극적으 로 나서야 할 때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먼저 그 상처의 원인과 손상의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상처의 정도야 현재의 상황을 중심으로 파 악하면 될 터이지만, 이 상처의 원인이 그렇게 단순한 것 같지는 않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국민 그리고 의사가 그원인을 각각 달리 파악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윤리는 있을 수 없다.
다음 호에 계속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