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감염 관리 수준 아직 ‘괜찮다’
[긴급 진단] 개원가 감염 관리 수준 80~90%, 국민홍보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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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르스 확산 공포로 치과에 환자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주요 치과전문지들은 “2일 수입 고작 7만원. 차라리 문 닫을까”, “아동, 노인환자 씨가 말랐다” 등 메르스가 몰고 온 극한적 경영상황 보도에 열을 올린다.
최대한 바깥출입을 자제하려는 국민들을 탓할 문제 는 아닐 듯 싶다. 궁금한 건 치과는 감기환자 출입이나 메르스 감염 위험과는 거리가 멀고 상대적으로 안전함에도 왜 덩달아 피해를 입어야 할까, 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치과는 국민들이 신뢰할 만큼
교차 감염 등 방지를 위해 철저히 기준을 지키고 있을까?
스탠다드 프로토콜은 이미 나와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치과대학병원. 이곳은 환자를 맞이하기 전 유닛체어 전체에 소공포를 씌우고. 환자도 얼 굴과 가슴 부위만이 아닌 전신에 소공포 옷을 입힌다. 치과의사와 스텝도 중무장(?)을 하고, 진료가 끝나면 소공 포와 진료진이 입은 옷들은 곧장 감염폐기물통으로 던져진다.
이러한 풍경을 비단 해당 치대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굳이 이렇게 지나치도록 ‘ 임팬트 콘트럴’할 필요가 있
는가란 질문에 “모든 환자를 HIV 환자로 간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란다.
미국은 이미 2003년 질병관리본부(CDC)가 “치과진료 실에서 감염방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종합한 ‘스탠다드 프로토콜’을 발간했다.
일명 ‘rr5217’이란 보고서인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완사항이 나오지 않을 정 도로 완벽한 권고안이다.
rr은 recommendation(권고안) 과 report(보고서)의 약자고 뒤 숫자는 2003년 12월 19일 에 나온 17번째 리포트라는 뜻이다.
서울 치대 구강생물학 김각균 교수는 “치과는 환자가 오면 진단을 할 수 없어 문진을 하는데, 문진만으로는 모 든 것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환자 자신이 병이 있는 줄 모르거나 알아도 숨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과에선 구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모든 환자를 병을 옮길 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병이 없는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며 “환자를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모든 감염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미국의 모든 치과가 사례로 든 텍사스주 치대병 원처럼 하진 않는다. 비용 문제 때문. 그러나 어떠한 방법 을 선택하든 핵심은 “철저히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감염노출 1위 ‘치과의사’
그렇다면 왜 치과에서의 감염기준이 메디컬보다 더 엄격한 걸까?
미국 CDC는 가장 위험한 감염성 질병으로 3개를 지목했는데, 바로 ▲B형감염 ▲HIV ▲C형감염이다.
B형감염은 1960년대 말경, HIV는 1980년대 초경, C 형감염은 90년대 이후 발견됐다. 3개 질병의 공통점은 피를 비롯한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건, B형감염이 발견된 1960년대 말미 CDC 가 전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B형감염의 위험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조사했는데, 1위가 치과의사였다는 사실이다. 혈액에 과다 노출된 내과의사를 제치고 말이다.
김 교수는 “양은 많지 않지만, 혈액이 섞인 침을 자주 접하고, 마취주사에 자주 찔리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치과기공사도 B형감염 전염자가 상당히 높다. 본 뜬 것에 묻은 혈액이 섞인 체액만으로도 전염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 미국에선 1960년대 말부터 치과에서 모든 기구의 소독·멸균, 표면관리 등 이 철저해 졌다.
김 교수는 “이때 만든 기준을 Berrier(장벽)라 표현했는데, 환자와 의료인 사이에 장벽을 쳐서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에서 치과감염기 준의 초기 목적은 환자가 아니라 치과의사 스 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최종 2003년 ‘rr5217’이 나오기까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하는데, HIV 보균 치과의사의 환자 5명 감염 사건이다.
해당 사건이 터진 후 치과의사가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사건원인이 미궁에 빠졌는데, 법정에서 해당 치과에서 근무하던 치과위생사가 “사망한 치과의사가 자신에게 스케일링 등 치주치료를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언을 하면서 치과감염기준 강화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 된다.
김 교수는 “원인은 바로 핸드피스였다. 핸 드피스는 진료를 중단하면 음압이 발생해 환 자 입안의 물질이 핸드피스 안으로 들어가는 데, 멸균 없이 다시 사용해 감염이 이뤄진 것”이라며 “당시까지 고위험군 기구들은 모두 멸균을 했는데, 핸드피스는 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미 CDC는 그 사건을 계기로 1990년대 초부터 핸드피스 음압을 방 지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반드시 오토클레이브를 할 것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80~90%까진 올라왔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자. 2015년 현재 한 국 치과들의 감염관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기세호 경영 정책이사는 “임플란트 수술 등이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회원들이 감염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특히 젊은 회원들은 매우 잘 하고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럴까? 본지는 현장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감염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는 한 치과를 탐방했다.
일산의 중산연세치과(원장 정환영 이하 J치과) 치과감염관리는 크게 ▲유닛체어 등 진료 주위공간의 표면관리 ▲모든 기구의 철저한 소독과 멸균 ▲되도록 1회용 기구 사용 ▲수 관관리 4개 축으로 나눌 수 있는데, J치과에 선 각 분야마다 특별한 프로토콜을 정해놓진 않았고, 관행적으로 해오고 있는 수준이었다.
‘표면관리’의 경우 수술 등 특별한 케이스 는 진료 후 곳곳에 표면소독제를 뿌리고, 퇴근 전 치과 전체에 표면소독제를 뿌리는 등 나름 철저히 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메르스 발병 이후엔 모든 진료 이후 뿌리고 있다고 했다.
‘기구 소독 멸균’의 경우도 나름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는데, 한번 사용한 기구는 무조건 소 독 내지 멸균을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지키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핸드피스는 이 원칙 이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담당 실장은 “ 2007년 PD수첩 보도 이후 3~4년은 ‘1회 사용 1회 멸균’ 원칙을 철저히 지켰지만, 갈수록 느슨해진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일주일에 1~2번 여유 있을 때 멸균을 하고, 오일링은 되도록 1회 원칙을 지킨다. 특히, 블리딩이 많을 때는 반드시 오일링을 한다”고 말했다.
주사침 등 1회용 기구 사용 원칙도 제대로 지키고 있었으며, 특히, (탐방대상으로 J치과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수관관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호에 소개한다.
스탠다드와 현실 사이의 괴리
J치과 정환영 원장은 “일선 개원가의 감염 관리 수준이 80~90% 선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수관관리 등, 90~95%까지 올리는 것인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라고 피력했다.
일산 서울미소치과 라성호 원장도“ 나름 감염관리에 신경을 쓰는 원장들은 접근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면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하는데, 뚜렷하게 정답이 무엇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정답이라 할 수 있는 기준은 치협이 사스 파동을 계기로 2011년 복지부와 공동으로 발간한 ‘치과감염관리지침’이다.
치협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데, 책받침 1장 분량으로 앞면엔 ▲진료 전 병력 확인 ▲진료전 손씻기 및 마스크·글러브 착용·일회용품 재사용 불가 ·진료기구의 감염관리 분류에 따른 소독이란 기본 지침과 진료기 구의 감염관리 분류가 나와 있고, 뒷면엔 감 염관리를 위한 점검사항이 나열돼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치협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참조한다”고 돼 있다.
‘감염관리 프로그램’도 홈페이지에 다운 받아 볼 수 있는데, 2007년 소위 MBC PD수 첩 파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매우 수준이 높다는 게 문제다.
기세호 이사도 “프로그램에 담긴 동영상을 미8군에서 찍는 등 개원가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완벽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정환영 원장은 “시각을 바꾸어 무엇이 최상이냐가 아니라 바텀 리미트(Bottom Limit), 즉 바닥한계가 어디냐를 찾는 게 우선”이라며 “누구나 지킬 수 있는, 또 지켜야 하는 바닥한계점을 정하고 지속적으로 Up시켜 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게 최상의 해결 책”이라고 피력했다.
그렇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바텀 리 미트는 어느 수준일까? 기세호 이사는 “근거 부족 등 아직 최소의 기준을 정할 상황이 못 된다”고 말했다. 기 이사에 따르면, 수질의 예 를 들어 미국 CDC 기준은 세균숫자가 1ml당 500cfu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준 자체가 없어‘ 먹는 용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1ml당 100cfu다. 오히려 우리의 기준이 더 높은 것 이다.
국민의 신뢰를 높이자
사실 메르스와 치과는 거의 무관하다. 김각균 교수는 “메르스 때문에 치과에서 감염 될 확률은 굉장히 낮다. 치과감염의 핵심요 인인 체액이 아니라 호흡을 통한 감염이기 때문”이라며 “메르스는 잠복기 때는 감염이 안 된다. 증상이 나타나 기침과 가래가 나오기 시작하면 비로소 감염을 시킨다. 그런데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치과에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설사 잠복기에 있는 사람이 오더라도 지침만 잘 지키면 절대 감염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본지가 이런 기획을 잡은 이유는 국민들의 ‘혹시나’ 하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켜야 하는가를 찾기 위함이었다.
정답은 나온 것 같다. 2007년 PD수첩, 2010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정국과 상관없이 “한결 같이 치과는 철저한 감염관리를 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치협이 무조건 지켜야 하고, 또한 지킬 수 있는 최소 기준을 제시하고, 모든 치과가 이를 실천해 나간다면, 또한 ‘최소 기준’을 부단히 높여나가려 노력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자연 히 올라갈 것이다.
나아가 여전히 ‘나 몰라라’ 외면하는 정부에 감염관리비용의 수가 반영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