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직업 전문성과 윤리 (13)
지난호에 이어,
다. 변화하는 환경
아무리 훌륭한 윤리강령이라도 현실적 여건이 그 준수를 담보해 주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있을 수 없다. 위에서 논의한 세 가지 의료인윤리 중에서도 특히 전문직윤리는 사회적ㆍ문화적 환경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전문직윤리라는 것이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주변여건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공허한 도덕적 훈계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전문직 윤리라는 개념 자체가 서구의 역사적 경험에서 탄생한 것인 만큼 주체적 전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의 현실 여건이 과연 치과전문직 윤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윤리기준을 마련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서구에서 의료전문직이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이후에도 역사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우리가 서양의 치의학을 받아들인 것은 서구에서 치과전문직의 지위가 확립된 이후의 일이므로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후의 역사적 경험에서는 동서의 역사를 뚜렷이 구분할 수 없다고 본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일어난 사회적 여건의 변화는 대체적으로 전통적인 전문직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들인데 우선 그러한 상황변화 를 읽어보자. 서양에서 의료인의 윤리 문제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1960년대 이후의 일이다. 서양의 60년대는 각 분야에서 권위에 대한 도전이 러시를 이루던 시기였다.
민권운동, 학생운동, 반전운동, 여권운동, 노동운동, 히피문화 등은 정치권력 뿐 아니 라 기득권층전반에 대한 정치적ㆍ문화적 저항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과학적 의학의 성과를 기반으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던 의료전문직 역시 공격의 목표가 되었고 그러한 공격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한 것이 새로워진 의료윤리운동이었다.
환자의 권리의식이 크게 신장되었고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무조건 권위적 전문가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환자의 권리의식이 신장됨에 따라 의료전문직을 상대로 한 법적 다툼과 소송이 빈번 해졌고 의료전문직의 일거수일투족은 시민 적ㆍ사법적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둘째, 진료비 지불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환자와 의료인의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