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신용카드 '수수료 폭탄'

원가 75% 수가에 불경기·메르스, 카드 수수료까지 수수료율 작년 2.1~2.3% → 2.3~2.7% 인상, 작년 카드사 순이익 2조1백7십억 '3년새 9천억 깡충'

2015-07-29     강민홍 기자

 

카드사들의 ‘봉’ 동네의원

서울 고려대 앞에 위치한 유닛체어 5대 규모의 A치과는 작년까지 신용카드 수수료로 매달 69만원~75만원 정도를 카드사에 납부했다. 매달 매출이 4천만 원가량 되지만, 환자들의 신용카드 결제가 95%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카드 수수료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매출이나 카드 결제율은 그대로인데, 수수료가 이유 없이 78~82만원 사이로 올랐다. 카드사에 문의해보니 작년 2.31%가 적용되던 수수료율이 2.61%로 올랐기 때문이란다.

장기불황과 저가 경쟁 심화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동네치과가 신용카드사들의 높은 수수료율 부과 횡포에까지 시달리며 삼중고의 고통을 받고 있다. 높은 카드 수수료율로 인한 피해는 영세상공인 가맹점 전체의 문제일 수 있지만, 올해 들어 치과는 더더욱 피해가 크다. 메르스의 영향으로 병의원의 경영상태가 심각해진데다, 수가의 원가보존율이 75% 수준으로 타 보건의료단체보다 더욱 저평가 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카드 수수료율이 이유 없이 0.3% 가량 인상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의원은 수가가 원가의 85%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환자의 98%가 카드를 사용하고, 심지어 소액 1500원도 다 카드로 결제한다”면서 “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거기다 카드 수수료율까지 올라 경영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개탄했다. 추 회장에 따르면, 의원의 수수료율은 2013년~2014년 2.31%였는데, 올해 2.5%~2.7%로 올랐다. 치협 관계자에 따르면, 치과의원도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카드사들이 대형병원들에게는 우대를 적용해 2.1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횡포 가능한 독소조항

이렇듯 카드사들이 거침없이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 있는 이유는 최근 몇차례 이뤄진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 탓이다.

지난 2012년 2월 김영환 의원이 발의한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카드 수수료율이 기본 2.1%, 우대 1.5%로 낮아지며 동네치과 카드 수수료가 1%대로 인하될 거라는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우대가 적용되는 소상공인의 기준이 ‘연간 매출액 2억원 이하’로 개정되며, 의약인들은 1%대 수수료율이 그림의 떡이 됐다. 순이익 기준이 아니라 매출 기준이다 보니 의원이나 치과, 약국은 해당 가맹점이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같은 개정으로 가맹점 단체 설립 기준도 2억원 이하로 국한돼, 의약단체 차원에서 단체협상도 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카드사들이 각 가맹점마다 2.1% 기준 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왔는데, 특히 올해 1월 20일 “대형 가맹점의 경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거래 건수 제공을 빌미로 VAN이나 카드사에게 요구하던 보상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없도록” 18조3의 4항이 개정(7월 21일부터 시행)되며, 이를 악용해 더욱 더 수수료율을 인상한 것으로 보여진다.

대폭 인하가 당연한 ‘3가지 이유’

새정련 김영환 의원에 따르면, 현재 5개 카드사가 원가의 적격비용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카드 결제날과 지급날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리‘다. 수수료울이 인하돼야 하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금리인데, 2010년 이후 3.25%이던 시중금리는 7차례에 걸쳐 1.5%까지 인하됐기 때문이다.

둘째는 12개에 이르는 부가통신업(VAN) 사업자다. 시장 규모가 2.2배, 단기순이익이 1.7배로 증가했는데, 모두가 이익을 내는 만큼 인하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신용카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카드사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연도별 카드사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2년 1조 3천억, 2013년 1조7천억, 2014년에는 2조1천7백억 원을 기록했다.

▲ 김영환 의원

김영환 의원은 “(수수료율 인하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인하할 요인이 있고, 조건도 충족돼 있다는 확답을 받았다“면서 ”인하는 분명히 된다. 그러나 조금 내리는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전면적으로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김 의원은 “현재의 2.1% 기본 수수료율을 1.5%로, 우대도 1%로 일괄 내리고,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0.5%~0.7%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협 김홍석 재무이사는 “숲이 생태 환경적으로 잘 가꿔지려면 큰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나무와 풀들도 함께 자라야 한다”면서 “몇 년 전에도 의약단체가 힘을 합쳤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보다 많은 단체들이 힘을 모아 확실히 실효성을 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향후 보다 많은 단체와 함께 행동하기 위해 9월 중 국회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