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취 클리닉’ 운영 해볼만 하다!
구강건강 불만족 원인의 10.9% ‘구취증’…고령화 따라 노인환자 증가 추세, ‘생리적 구취증’ 치과 속수무책…환자들 한의원·이비인후과로 발길 돌려
사람들은 누구나 구취를 갖고 있고, 일부는 심한 구취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치과 구취 진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 후생성이 2007년 조사한 치과의식조사에 따르면, 구강건강 불만족 원인의 10.9%가 구취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구취측정’ 항목만 건강보험법상 비급여로 명시돼 있어 한해에 구취 치료를 받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가 잡힌 것이 없지만, 20~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구취환자 유치! 한의원은 혈안인데…
그런데 그 많은 구취증 환자들은 다 어디로 갈까? 국내에서 정식으로 ‘구취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고대구로병원과 조선대·강릉원주치과병원 등 일부 치과대학병원에 불과하다.
2013년 구취조절연구회를 창립한 김영수(고대구로병원 예방치과)교수도 일본에서 직접 혼다식 구취조절 프로토콜을 습득하고 구취클리닉을 운영하기 시작한 게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일선 개원가에선 구취클리닉을 운영하는 치과가 아직은 없는 실정.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이 한의원, 내과 등을 전전하다 최종착지로 김교수를 찾아오는데, 환자가 상당하단다.
김 교수는 “치과에서 해결하지 못한 구취환자들은 한의원이나 이비인후과, 내과를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의원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실정이고, 이비인후과나 내과 등은 잘 안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취 치료 하면, 당연히 치과에서 하는 게 맞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김 교수는 “학부 때 간단하게 배웠는데,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제대로 된 커리큘럼이 없다”고 이유를 말했다.
구취는 크게 ‘병적 구취’와 ‘생리적 구취’로 나뉘는데, 충치나 치주질환 등 구강질환으로 인한 병적 구취는 치과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생리적 구취’인데, 원인이 ▲위·간 등 타질환 ▲기도질환 ▲심리적 요인 3가지이고, 특히 심리적 요인이 의외로 굉장히 많다. 치과에서 ‘생리적 구취’라는 점과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진단할 줄 알아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히다 보니 자신의 영역을 남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타질환에 의한 거면 해당과로 리퍼하면 되고, 구강내와 기도질환에 의한 거면 치료해주면 된다”면서 “심리적 요인은, 그에 맞는 치료법(혼다식 구취조절법)을 습득하면 얼마든지 케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리적 구취 치료법 엿보기
현재 구취조절연구회는 혼다식 구취조절법을 한국에 맞게 새로운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는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김교수는 “8주간 주말마다 이틀씩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으면 구취 치료법을 마스터할 수 있는 프로토몰을 제작 중”이라며 “완성되면 상·하반기 한차례씩 연수회를 진행할 계획이고, 아마 내년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취 치료 프로토콜은 대략 이렇다. 1차 내원 시 구취 및 타액 측정, 방사선 및 요 검사 등 정밀진단을 하고, 병적인지 생리적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생리적 구취면 치료를 위해 필요한 설문조사를 한다.
또한 환자에게 일주일간의 식습관 등을 일일이 체크하도록 하는 설문을 준다. 7일 후 2차 내원 시 정밀검사 결과, 설문조사, 생활습관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서 처치를 한다. 김교수는 “혼다식 챠트가 있는데, 각각의 원인과 분석 결과에 따라 치료법이 다 다르다”면서 “생리적 구취 중 심리적 요인은 식습관이나 구강건강관리 습관,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습관을 교정하는 훈련을 시키는 게 치료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Self-Contral 방식의 처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CLO2제제를 처방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식약처에서 수입허가가 나지 않고 있고, 최근 올인원바이오가 젤 방식의 ‘CLO2 제재를 출시했다. 참고로 ‘CLO2 제재’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글제와는 차이가 있다.
구취를 유발하는 세균은 산소를 싫어하는 현기성인데, 염소(CL)에 산소(O2)가 붙어 있어 현기성 세균이 활동을 못하게 한다. 일반 가글제가 얼룩을 로션으로 가리는 용도라면, CLO2 제재는 얼룩 표백용이라 할 수 있다.
구취! 치과영역으로 가져오자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구취는 타액이 부족하면 심해진다. 수면 시 타액분비가 적어 아침에 입냄새가 심한 게 그 이유다. 나이가 들면 타액 분비가 작아지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노인층에서 구강건조증이 많듯, 구취증상도 늘어날 확률이 크다.
실제 김 교수를 찾아오는 환자의 60% 가량이 50세 이상 고령층이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구취클리닉 운영은 꽤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구취클리닉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관련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위에서 설명했듯, 연구회에서 교육프로토콜을 제작 중이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8주 과정의 심화코스가 마련될 전망이다.
둘째는 기본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구취측정기와 타액측정키트면 충분하다. 시중에는 올인원바이오의 프레스뷰(트윈브리셔2), 동보무역상사의 오랄크로마(일본 FIS사), 세한치재의 비비체커 등의 구취측정기가 판매되고 있다.
김 교수는 “구취측정만을 위해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개원가에선 부담이 크다. 여러 기능이 달려있는 유닛체어처럼 다양한 측정과 진단을 함께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장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물론 구취 치료가 치과에서 보편화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제도적 과제는 있다. 비급여로 돼 있는 구취측정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고, 연구회가 개발 중인 치료 프로토콜도 건보 급여로 인정받아야 한다.
임플란트처럼 인터넷 포털에서 구취만 치면 파워링크된 치과들이 줄줄이 뜰 정도로 클리닉을 운영하는 치과가 많다면 그리 어렵진 않은 일이다. 즉,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파이를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