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능력·소신·소통·팀워크가 중요
강명신교수의 New York Times 읽기
지난 4월 13일자 뉴욕타임스에 의대입학생 선발에서 사회과학과 인문학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의대지망생들이 의료윤리나 인문사회과학 과목을 대거 수강하고 있다. 절반 가까이 인문사회과목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하니, 이런 변화가 합격생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과장이 아닌 듯하다.
의대에 입학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선발에 반영해 미래 의사들의 경향을 바꾸는 것이 미국의과대학협의회(AAMC, Association of American Colleges)의 의도다. 회장인 다렐 커취(Darrell G. Kirch) 박사는 의사들의 지식은 믿지만 임상매너는 거의 믿지 못한다는 결과가 있다며, 시민들이 만나기 원하는 의사 특성을 입학생 선발에서부터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의사‘의료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에서도, 의사의 진료수준이나 의료기술, 전문성 등 능력은 65.2%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환자 대하는 태도는 56.1%가 불만족인 것으로 나타났으니 우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입학시험의 변화는 테크놀로지와 임상병리검사가 주가 되는 현실에서 과거의 환자응대 및 소통기술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의학교육자들의 주장과 노력의 결과로, 2015년 도입에 앞서 3년 동안 검토과정도 거치게 된다. 위원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당사자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검토해 정립 이론을 수차례 검증한 후 2010년 10월, 입학생 역량으로 6개 항목을 최종 권장했다. 온전성과 윤리, 신뢰성, 서비스 지향, 대인관계기술 및 팀워크 기술, 배우려는 욕구, 융통성 등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시술과 검사를 해야 상환해주는 보험시스템과 효율 지향 의료시스템으로 가면서 환자 상담 시간이 줄고 테크놀로지는 극대화됐으며 치유기술은 최소화됐다. 이런 배경에 따라 ‘의대교육을 받을 준비가 됐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를 달리 규정하게 된 것이다.
표준화된 선다형 필기시험인 MCAT의 선별력은 미지수다. 하지만 발 빠르게 독자 행보를 보이는 학교도 몇 군데 있다.
작년 7월 10일자 뉴욕타임스에는 학부 학점이나 시험 점수, 개인적 인터뷰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아홉 번의 미니인터뷰를 통해서 인간관계기술을 반영하는 학교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스탠포드 의대와 UCLA 의대, 신시내티 의대 등이다.
이 기사에는 버지니아 주 신설 의대에서 열리는, 일종의 ‘땡시험’ 같은 면접시험을 소개하고 있다. 하루 동안 26명의 입학후보생은 강의실 문 앞에 한 명씩 대기하고 있다가 벨소리가 울리면 2분 동안 실제 의료상황에 대한 면접 문제를 읽는다.
다시 벨이 울리면 26명이 면접실로 들어가서 면접관과 읽은 문제에 대해 8분 동안 토론하는데, 정답이 없으므로 첫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생각과 다른 의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은 어떤지, 팀으로 일할 때 어떨지 등을 고려해 점수를 매긴다. 필기시험 점수가 높더라도 소통기술이 미흡하면 입학하지 못한다.
이 시스템은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에서 해롤드 라이터(Harold Reiter)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첫 5분이 지나면 면접관들이 점수를 바꾸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 여러 면접관을 활용하면 랜덤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점, 상황 면접을 하면 기존 개인 면접 때보다 성격상 하자가 잘 드러난다는 점 등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이라고 한다.
의사의 임상기술적 능력과 별개로 예방 가능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소통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의료가 팀제로 변화하고 있어서 의료팀 내 팀워크와 소통이 팀 능력을 좌우하는 추세에 따라 교육당국은 소통과 팀워크를 중요하게 보게 됐고 입학시험에서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우리나라는 내후년부터 의대-의전원 병행 대학들이, 2017년부터는 의전원 체제였던 대학들도 의대 체제로 전환한다. 의전원 체제 유지 학교는 가천대, 강원대, 건국대, 동국대, 제주대로 5곳이다. 2017년 의전원 체제 입학생 수는 218명이다. 의사들은 의학교육을 통해 양성된다. 비판정신과 소신, 소통기술과 팀워크는 우리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다. 예과와 본과, 의전원 교육에서 이런 부분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좋은 의사를 양성하려고 하는 지향에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New for Aspiring Doctors, the People Skills Test By Gardiner Harris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생명윤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