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관리가 키포인트이자 방향

서지컬 중심이 낮은 딜레마 천차만별 진단결과, 과잉 · 저가경쟁 심화, 파이 확대 한계 ··· 경영의 핵심은 위임과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

2015-08-12     강민홍 기자

내과적 영역은 '미개척 상태'

의과에서는 환자가 오면, 일단 기존의 병명기록들을 살펴보고, 현재의 몸 상태를 파악한다. 그 후 진단을 하는데, 간단히 열을 재거나 청진기로 호흡을 확인한 후 곧장 약을 처방한다. 30초 진료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상태가 심하다 싶으면 피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를 보고 약만 처방할 지, 주사까지 놓을 지, 입원을 시킬지, 수술을 할지를 결정한다.

 

서지컬 중심이 낳은 ‘딜레마’

이렇듯 외과적 술식이 중시되고, 진단·검사·관리라는 내과적 술식은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진료 패턴은 치과의사들에게 여러 딜레마를 안겨준다. 첫째는 때만 되면 언론의 치과 때리기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진단 결과 천차만별’, 뽑고 박는 임플란트 술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환자 진단을 동일하게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는 모두가 외과적 술식만 추구하다보니 과잉경쟁, 저가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것. 윤 원장은 “신입이 개원을 하는데, 기존에 자리잡은 옆 치과와 경쟁을 하기 위해 똑같이 고가의 캐드캠, CT를 구입한다. 그렇게 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라고 반문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 중국집 골목에 중국집을 하나 더 차리는 격이라는 것. 윤 원장은 “고가 장비의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이 찍어내고 결국 저가 경쟁으로 간다”면서 “비용이 얼마 안드는 진단검진 술식으로 환자들에게 차별화된 진료를 제공해 자리를 잡으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딜레마는 예방진료의 전문가인 치과위생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조영식 회장은 “모두들 경영을 얘기하는데, 경영의 핵심은 위임과 관리다. 인력들에게 업무를 위임시키고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수익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그러나 치과는 좋게 말해 외과적 처치지, 본질은 장인기술이다. 모두가 치과의사가 직접 해야 하고, 치과위생사는 보조인력일 뿐이다”고 말했다.

삼성병원을 예로 들자. 의사는 수술과 진단만 할 뿐이다. 나머지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데, 고급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 회장은 “미국은 개인치과에서 치과위생사가 별도의 체어를 사용하고, 전체 수입의 30% 이상을 올리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더 이상 늘릴 ‘파이가 없다’

무엇보다 외과적 처치에 올인하다 보니 낳은 최고의 딜레마는 ‘ 더이상 늘릴 파이가 없다’는 점이다. 치과계는 과잉공급과 경쟁심화로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보톡스 필러, 성형, 코골이, 이갈이장치, 마우스가드, 금연치료 등등. 그러나 이러한 아이템들은 한계가 분명하다. 비급여에서 워낙 저가경쟁이 심화되다보니, 치과건강보험이 새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문제는 더 이상 건강보험 급여로 넣을 아이템이 없다는 점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으로 이제 웬만한 비급여 항목은 급여화된 상황이다. 치아홈메우기, 스케일링, 완전틀니, 부분틀니, 임플란트, 2019년 보험적용될 레진에 이르기까지… 4차 보장성 강화계획을 논할 2019년, 치과는 새롭게 급여에 포함될 항목으로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까?

K 원장은 “보철 등 비급여로 남아있는 항목을 급여화하는 것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 행위료에 대한 원가가 75%밖에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정도의 비급여는 존재해야 한다”면서 “전혀 새로운 필드의 영역을 개척하고 급여에 포함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새로운 영역이 바로 검사·진단·관리 영역이다.

이미 의과 쪽은 진단·검사항목을 급여화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 노력은 성공을 거둬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다. 윤 원장은 “메디칼은 검사방법을 늘리는데 공을 들였고, 정부는 신의료기술을 통과하면 전부 다 급여로 인정해줬다”면서 “과거 약 제조로 돈을 벌었다면, 의약분업 이후에는 진단·검사비로 먹고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진단·관리로의 전환 희망은 있다

그렇다면 외과적 처치 위주에서 진단·유지관리라는 내과적 처치로의 진료 패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제들이 이뤄져야 할까?

먼저, 정확한 초기 진단과 유지 관리를 할 수 있는 장비와 진료 프로토콜이 개발돼야 하는데, 이미 수년전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진단장비로는 초기우식과 치주질환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위험도 평가를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장비인 큐레이(Q-ray)를 주목해볼 만하다. 정확한 진단과 위험도 평가에 따른 처치·관리 프로토콜도 권호근 교수를 비롯 김백일 교수 등 예방치과학계에서 십 수 년 전부터 공을 들여 완성했고, 개원가에서도 박창진 원장 등 일부가 개원 현장에 맞는 예방·관리 프로토콜을 실행하고 강연도 진행 중이다.(본지는 향후 개발·상용화되고 있는 예방프로토콜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기획을 연재할 계획이다)

프로토콜을 간략히 소개하면, 진단장비를 통해 육안이나 X-ray 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초기우식과 구강 내 종합적인 상태를 진단하고 위험도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프로토콜에 맞게 환자에게 예방처치, 교육, 관리를 한다. 물론 그 영역은 치과위생사의 몫이다. 조 교수는 “치과의사는 진단과 위험도 평가에 따란 계획을 세우고, 치과위생사에 의해 진행되는 모든 예방·교육·관리를 평가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충치가 많다고 무조건 치과에 자주 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도 평가 결과에 따라 처치의 내용이 달라진다. 육안으로 보이는 충치가 없어도 매달 방문해야하고, 충치가 있어도 1년에 한번 방문할 수도 있다.

두 번째 과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진단·검사·관리와 관련된 장비와 술식들이 의료행위로 인정받고, 보험급여 적용이 되는 것이다. 예방처치 중 급여로 인정받는 것은 6개월마다 1번 스케일링과 평생 1번 치태조절교육이 유일한데, 이러한 진단장비 및 기술을 시급히 급여화하기 위한 노력이 향후 2~4년 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1달에 1번 구강위생처치를 보험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우리도 환자가 정기적으로 와서 체크를 받고, 문제가 생기면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의 보험급여화를 위해 전 치과계 차원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