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원격 매체가 있는 격” 원격의료의 폐해 우려 목소리 높아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 10대 과제 중 하나가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였다. 내년에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도 이미 허용했다.
원격의료시작은 노무현 정부 당시 민간보험회사에서 꺼낸 ‘건강관리 서비스’였다. 미국식 건강관리서비스를 모방해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보험상품을 출시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고 했다.
보험회사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처방 약제 관련 정보를 확보한 후 의료진이 상담을 하는 게 가능해야 한다. 이 세가지가 보험 상품 판매의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이는 의료민영화 방안이라며 반대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해 건강관리 서비스가 어려워지자 ‘원격의료’얘기가 다시 등장했다.
# 원격의료 효과 검증된 적 없어
치협과 의협은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이미 표명했다. 한의협은 재진단계에서 부분적으로 원격의료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의 효과는 검증된 것이 없다.
원격의료시행을 위해 여러 차례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건강개선 효과는 물론 비용대비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시행한 비대면 전화상담만이 효과를 봤다. 그동안 시범사업에서 효과가 입증된 것은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건강보험료 수가 책정이 돼 있다.
비대면 전화상담은 의사와 환자가 대면해서 진단을 이미 한 상태에서 별도로 진단할 게 없는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한 보완적인 의료행위다.
원격의료는 첨단기술이 의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거론된다.
하지만 의사들은 정부와 입장이 다르다. 의료는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이므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첨단기술이라도 안전이 최우선이며 고가의 최첨단 영상장비조차도 전문 의료진이 판독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원격의료 문제는 결국 국민건강정책의 우선순위에 관한 논쟁이다.
의료는 공공재며 헌법에서도 강조하는 건강권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환자를 진료할 때는 눈에 보이는 증상 몇개만 보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 환자의 노동환경, 경제상황, 가족관계까지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준혁 원장은 원격의료의 윤리문제도 대두된다고 말한다. 그는 “원격의료는 단지 의료인과 환자사이에 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원격의료는 환자와 의료인을 이격시켜 그 중간에 원격매체를 집어 넣는 것이 원격의료”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원격의료에서는 환자를 직접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인은 진료를 위해 다른 여러 수단에 의존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여러 검사자료와 같은 여러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엄격히 보조수단일뿐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은 의료인과 환자에게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원격의료에서 의료인과 환자는 자신의 견해를 내 놓을 뿐 최종 결정은 원격매체가 주관하게 된다는 것이다.
# 치료결정도 의사가 아닌 매체가
원격의료에서도 진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의료인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환자와 의사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매체가 달라지면 이 모든 결정방식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원격의료가 정식으로 매체로 자리 잡으면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매체가 되며 이는 의료의 본질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예로 들면 배달앱 초창기 누구도 회사에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앱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배달 중계회사가 중계료를 올리는 것이 식당의 생존을 움직이고 배달 대행업체가 독립하여 큰 수익을 내는 하나의 업종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전화로 음식 주문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긴다. 오히려 앱에서 제공하는 업체 순위와 리뷰 추천메뉴에 의존하여 음식을 선택하게 된다.
#원격진료 허용하면 건강을 앱으로 구현할 시대 온다
원격진료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저 대면진료의 대행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곧 진료자체의 성격을변화시키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인 누구도 원격진료매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고 환자는 원격진료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대면을 기본으로 환자 의료인 이행 관계를 논했던 의료윤리와 의료사회학은 무용한 것이 된다. 모든 것을 원격진료가 통제할 미래에선 국가는 바로 시민의 건강에 개입할 것이고 그것은 기업을 통해 앱으로 구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격의료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 주치의 제도를 시행·정착시키고 행위별 수가제를 총액 수가제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1차 의료기관이 활성화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