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의 New York Times 읽기
새해 첫날 뉴욕타임스 기사로 에너지 음료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에지(edge)”를 준다는데 과학적 “증거”는 희박하다는 제목이다. 에너지 드링크는 카페인 외에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성분이 거의 없는 음료라고 한다지만 광고는 그 이상을 제공하는 특별한 블렌딩이라는 인상을 준다. 미네소타 주립대 닥터 로버트 페팃(Dr. Robert Pettit)은 “커피 대사 방식과 같다”고 했고, 존스홉킨스 대 닥터 롤랜드 그리피스(Dr. Roland Grffiths)는 “회사에서야 약국에서 파는 노우도즈(NoDoz)와 같다고 하긴 싫을 거다”라고 했다. 하긴 ‘졸립지 않아요’ 로는 ‘에지’를 기대하긴 좀 그렇다.
글루코로락톤(glucuronolactone)이나 타우린(taurine)같은 다른 성분은 어떨까? 위스콘신대 닥터 크레이그 굿맨(Dr. Craig Goodman)은 글루코로락톤에 관한 임상시험 예를 찾을 수가 없었다. 40년 된 일본연구 두 건을 겨우 찾았는데 과량을 주사한 실험쥐가 수영을 더 잘 하더라고 한다. 회사는 성분이 아니라 배합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에너지 드링크 현상의 뿌리는 일본이다. 1940년대 말 다이쇼 제약(Taisho Pharmaveuticals)에서 타우린 엑스를 출시했는데 전시에 일본왕립해군 병사들이 피로회복, 밤눈 밝힘용으로 쓴 데 착안했다. 1960년 무렵 다이쇼 제약은 카페인50mg, 타우린1000mg, 비타민 B군, 향료를 함유한 리포비탄 디(Lipovitan D)를 내놓았다. 50년 후 340억 병이 팔리고 나서 회사 측은 이 음료로 단 한 번도 임상연구를 한적 없다고 보고했다. 회사 중역인 닥터 다까노리 고누찌와(TakanoriKouckiwa)는 약제로서의 구체적인 이익보다는 여러 기능을 하니까 타우린을 넣은 거라고 밝혔다. 1960년대 태국에서 이와 성분이 유사한 크레이팅 뎅(Krating Deng) 또는 레드불(Red Bull)이라는 제품이 나왔다. 비행기 시차를 치료하는 제품을 찾던 호주 비즈니스맨 디이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는 태국 제조가와 같이 레드불을 창립했다. 유럽으로 건너간 레드불은 트럭운전기사와 학생 사이에서 알코올 음료에 섞어 마시는 용도로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에는 미국에 상륙했다.
미국에서 이 문제가 떠오른 것은 재작년말 볼티모어에서 14살 소녀가 이틀 연속 몬스터에너지를 마시고 사망하면서다. 아이에게는 심장에 지병이 있었지만 부검보고서는 기존 심장문제를 악화시킨, “카페인독성에 의한 심장 부정맥”으로 사인이 명시돼있다.
어머니는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근거로 작년후반기에 FDA 보고서를 얻게 되는데, 이 보고서는 2010년 이후 3년간 5명 사망이 에너지 드링크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정은 경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회사를 탓했다. 회사대변인은 자사음료가 원인이 된 사망은 어디에서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소아청소년의학회는 모든 연령 아동에게 에너지 드링크 음용을 삼가라고 경고하고 있고,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와 NIH에서는 학교에서는 무카페인 음료만 판매할 것을 권하고 있다. 미국 복지부 산하 약물남용정신보건국(Substance Abuse & Mental ServicesAdministration)에서 10일에 내놓은 ‘DAWN(Drug Abuse WarningNetwork) 보고서’ 내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FDA가 에너지 드링크를 드럭으로 구분하지는 않지만, 에너지 드링크 관련 응급실 내원을 ‘adverse reaction’으로 구분해서 보고서에 싣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 드링크 관련 응급실 내원빈도가 2005년 1,494건에서 2008년에는 16,059건을 기록했으며, 2011년에는 20,783건이라는 보고다.
2011년 전체빈도 중에서, 에너지 드링크만으로 보고된 것이 절반이 넘는 58%였고 아데랄이나 리탈린 같은 중추신경자극제와 혼용한 경우가 9%, 알코올과 같이 음용한 경우 13%, 불법약물과 같이 쓴 경우도 10%나 됐다. 이 중 주취자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기면감 같은음주 관련 증상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카페인을 섭취하면 알코올의 효과가 없어져서 운전해도 된다는 잘못된, 위험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우선 응급실에서부터 의무기록의 약물사용관련 병력에 평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지 물어봐야할 것 같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생명윤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