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대표의 짧은 글 긴 여운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면 해답이 나온다는 말이다.
필자는 지난 여름 가장 친한 선생님 중 한분과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다. 메르스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라 병원의 분위기도 매우 험악했다. 동부이촌동 근처 순천향병원으로 이동하여 간단한 처치를 받고 목발을 짚고 그 다음날부터 취재하러 다녔다. 부은 다리에 석고붕대를 하고, 몸은 천근만근. 하지만 입원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당신이 부르지 않았다면 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셨다. 그랬기에 더더욱 쉴 수가없었다. 선생님께 아주 경미한 사고였다며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너무 안타까워하시는 선생님께 조금의 안심이라도 드리기 위해 매일 매일 출근하며 일을 감행했다.
지난 시간이지만 너무나 더웠던 그 여름 목발을 짚고 카메라를 들고 핸드백을 들고 다녔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입술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 기간 동안 장애우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계단을 오를 수도 없었고, 킬힐을 신고 다녀 키가 커보였던 나는 모든 게 다 드러난 셈이었다. 입을 수 있는 옷에도 한계가 있었다.
처음 취재를 가거나 미팅에 갈 때는 심리적인 위축감도 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었고, 걸음도 빠르지 않아 힘들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장애우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그 체험이 필자는 비록 잠깐이지만 평생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장애인 주차구역의 고마움도 그때 느꼈다. 다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일반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너무 힘들었다. 계단을 오를 수도 없었고 엘리베이터의 소중함도 느꼈다.
처음 만나는 분들께는 혹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어떨지 잠깐 동안 위축되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 장애우들이 많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그들은 그러한 장애우라는 주홍글씨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으리라. 몇 달 체험으로도 힘들었는데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정말 많은 배려를 해야겠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지 않고서는 그 신발이 편한지 불편한지 모르는 것처럼 항상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불꽃 축제때 친구와 한강을 갔는데 그 인파속에 훨체어를 탄 장애우가 내 시선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많아 낮은 키의 훨체어에서는 사실 불편할 법도 한데, 그 인파속에 있는 모습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들은 몸이 잠시 불편할 뿐 어쩌면 우리보다도 더 크고 무거운 짐들을 헤쳐나가는 가장 강자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이마음 꼭 간직하고, 항상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겠다. 그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