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 으로 각색해 세미나 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좋은 의사’라는 주제로 벌써 스물네 번째입니다.
진작 이 주제를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책에서 말씀하신 나머지 부분도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어떤 학생들이 입학하는가에 따라 도덕성은 이미 결판난다는 입장엔 반대하시면서, 입학 후에 관련 교과목에 노출됨으로써 관련 역량과 성향이 보강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습니다. 물론 재학 기간 중에 어떤 교육과정에 노출되었든지 좋은 의사가 될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들의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말이죠.
강: 예. 그리고 또 책에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대인관계기술이 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죠? 재학 중에 학사지도 내지 진로지도가 의료계열 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미국보다도 특히 우리나라는 도중에 다른 것을 해 볼 기회를 주는 학교가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어찌 보면 학생들이 그런 기회를 찾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최근에 연세의대가 이 부분에서 제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에 읽긴 했습니다만, 치의학교육과 관련된 논문에서 치대를 졸업하고 다른 것을 할 기회가 사회적으로 적다는 문제를 넌지시 이야기하는 글도 본 적 있어요.
샘: 그런 것은 당연히 개개인이 알아서 해야하는 부분이 아닌가요?
강: 하하.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요. 사실은 입학을 같이 했으면 같은 과정을 밟아서 졸업도 같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알게 모르게 있어요.
샘: 아, 그렇군요.
강: 또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요. 교육과정이 어떻든지 좋은 의사가 될 아이들은 된다든지 어떻게 해도 대인관계기술이 늘질 않는 아이들도 있다든지 이런 게 사실이지만, 의학교육의 개혁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고 하셨죠?
샘: 안전운전을 해서 생존율이 조금 달라진다고 하면서 안전운전에 반대할 수는 없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강: 아, 그 비유가 그럴싸한데 나중에 제가 좀 빌려 쓰겠습니다.
샘: 그런데 말이죠. 입학생들의 입학 당시의 상태라고 할까요? 그것이 이어지는 교육과정으로부터 얼마나 배울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면도 있겠죠? 그래서 입학 관련한 학교의 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긴 있어요.
강: 잠깐만요, 그러니까, 입학으로 결판난다는 의견엔 반대하신다면서 입학사정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샘: 그렇습니다. 내가 사실 입학사정 자체가 안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 적도 없잖아요.
강: 예, 그렇긴 합니다. 말씀하세요.
샘: 입학생들의 수준은 앞으로의 교육과정의 원재료(?)하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사실은 궁극적인 결과가 입학 당시에 다는 아니지만 이미 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입학사정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아니, 우선 입학을 위한 경쟁이 극심하죠? 당락이 결정되는 간격이 그리 크질 않잖아요?
강: 예.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도 그렇습니다. 의치대가 다 그렇습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