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의 New York Times 읽기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뉴욕 시장이 추진하는 10대 임신 방지 캠페인이 포스터 때문에 역풍을 맞았다.
포스터에는 곱슬머리 아기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사진과 함께, “엄마가 날 10대 때 가졌으니까 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겠죠”라는 문구가 손글씨체로 적혀있다. 10대 산모의 아이는 22세가 넘는 산모의 아이와 비교할 때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할 확률이 9배가 넘는다는, National Campaign to Prevent Teen and Unplanned Pregnancy의 조사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90년 역사의 민간기관 Planned Parenthood of New York City (PPNYC)는 뉴욕 전역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에 그런 포스터를 붙인다고 해서 10대 임신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통해 10대 부모와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PPNYC 교육훈련부회장인 Haydee Morales는 상처를 주고 수치심 유발하면서 10대 임신이 가난을 가져온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가난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수치와 비난으로 뭘 해보겠다니 어리석다’는 기사에서는 교내 프로그램 “Changing theOdds”를 시행하는 International Community High School를 소개하고 있다. ‘가난 자체를 헤쳐 나가기도 충분히 버겁다. 거기에 아기를 키우는 일을 더하게 되면 훨씬 더 힘들어진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10대 엄마였다’는 기사에서 15살 때 임신해서 6살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여대생 글로리나 말론(Gloria Malone)은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다 괜찮아질 거다’고 말씀하시더니 침실로 가셔서 눈이 빠지도록 우셨다”고 회상한다. 그는 캠페인 포스터가 유발하는 비난과 수치는 자신처럼 낳아서 키워보려는 사람에게 포기하라고 하는 거나 다를바 없다고 말한다.
수치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기사도 실렸다. 인간에게는 공포와 혐오, 수치 같은 감정이 객관적 정보와 면밀한 추론보다 행동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생식보건 전문연구기관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에 따르면, 10대 임신 원인 일부는 빈곤과 불형평(inequity), 일부는 불충분한 성교육과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임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9년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콜롬비아 보건대학원 연구(Dr. John Santelli 등)에 의하면 피임제 사용이 10% 감소한 것과 10대 임신율 증가가 직결된다고 했다.
2012년 4월에는 경제학자의 분석이 실렸다. 메릴랜드 대 멜리사 커니(Melissa Kearney)와 웰슬리 대 필립 레빈(Philip Levine)은 소득불평등과 10대 출산율을 비교한 연구에서 불평등 정도가 심한 지역 빈곤가정에서 10대 임신이 더욱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저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경제적 상승 기회가 없으니 경제적 진보를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젊은 나이에 아기를 낳는다는 것이다.
여러 요인이 관련되겠지만 원치 않는 10대 임신을 일으키는 근접원인은 피임의 결여 혹은 실패다.
재작년 보건복지부 가족건강과의 ‘전국 인공임신중절실태에 대한연구’와 작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청소년 한부모가족 종합대책 연구 I : 청소년 한부모가족 지원정책 국가비교연구’에서는 공통적으로 10대임신 예방을 위한 실질적 성교육과 피임방법의 접근도를 강조하면서 네덜란드를 주목했다. 정규교과 중에 이뤄지는 실질적 성교육, 성과 피임에 대한 사회의 개방된 토론, 피임법에 대한 높은 접근가능성이 청소년 임신예방에 주효했다.
요즘 국회의원이었던 분들이 통일을 대비해서 혹은 사회복지를 배우러 독일로 많이 간다는데 네덜란드에도 들러서 이걸 배워 오면 어떨까 한다. 금욕 강조-금욕실패 시 성행위-피임실패 시 원치 않는 임신-출산을 원치 않으면 중절-출산 시 입양 또는 직접 양육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실질적 피임교육과 피임방법의 접근도 향상, 청소년한부모 가족에 대한 자립지원보다 더 중요한 정책 아젠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생명윤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