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우리가 핵심적으로 알아내야 할 것은 상대의 의도다. 그 의도가 무엇이 되었든 그 뒤에는 늘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상대의 말에서 다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상대가 원하는 것, 상대의 목표에 나를 맞춘다. 주의를 기울이면 그 의도나 목표 역시 구체적으로 전달된다.
예컨대 아는 사람이 평소답지 않게 갑자기 내 인생에 관심을 보인다면 신경이 쓰일 것이다. 정말로 나를 알고 싶어서 이러는건가? 그냥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나를 이용하려고 분위기를 조성 중인가? 이럴 때는 흥분과 관심을 표현하는 상대의 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내가 읽어낼 수 있는 전체적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라.
상대는 내 말을 얼마나 유심히 듣고 있는가? 상대가 계속해서 눈을 맞추는가? 상대가 내 말을 듣고는 있지만 자기 안에 침잠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갑자기 내가 화제의 중심이 되긴 했으나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 상대는 아마 나에게 뭔가를 부탁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나를 조종 하고 이용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공감은 거울신경(mirror neuron)에 크게 의존한다. 거울신경이란 물건을 줍는 것처럼 누가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봤을 때 마치 우리가 직접 그 렇게하는 것처럼 뇌 안에서 활성화되는 뉴런이다. 거울신경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가 어떤 기분일지 느껴볼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공감능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흉내도 아주 잘 낸다고 한다.
누군가 미소를 짓거나 고통에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표정을 따라 하고 그를 통해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느낀다.
누가 미소를 짓거나 기분이 좋아 보이면 우리에게도 자주 전염되는 효과가 있다. 이 능력을 의식적으로 사용해 상대의 감정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상대의 표정을 흉내내거나 혹은 과거에 그런 감정을 일으켰던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된다.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는 『뿌리』를 집필하기 전에 한동안 어두컴컴한 배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흑인 노예들이 느꼈을 밀실공포를 재현해보려 애썼다고 한다. 그는 노예들의 감정을 뼛속깊이 느껴봄으로써 노예의 세상으로 들어가 글을 쓸 수 있었다.
더불어 어떤 식으로든 상대를 따라하면 상대로부터 공감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이게 겉으로 드러날 때도 있는데 바로 '카멜레온 효과'라는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서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은 상대의 자세나 제스처를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한 사람이 다리를 꼬면 다른 사람도 다리를 꼬는 식이다.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을 일부러 따라 해서 교감을 유도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말하고 있을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보이면 교감이 더 깊어진다. 심지어 상대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상대의 기분을 깊숙이 받아들인 다음, 다시 상대에게 돌려주면 라포르(rapport)라고 하는 깊은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이런 정서적 라포르를 몹시 갈망한다.
라포르를 경험하는 일이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라포르에는 최면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상대의 거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 의 나르시시즘에 호소할 수도 있다.
본능적 공감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에 완전히 다 휘말려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읽어낸 것들을 분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 강하게 노골적으로 이런 방법을 쓰면 상대에게 소름끼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선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보이고 표정이나 행동 등을 따라하는 것은 거의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게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