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수녀원의 고해성사를 담당하는 카농 미뇽(Canon Mignon) 신부는 한 수녀가 그런 꿈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들었다. 미뇽 신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그랑디에 신부를 경멸하고 있었다.
미뇽 신부는 이번이 마침내 그랑디에 신부를 끝장낼 기회라고 보았다. 그는 퇴마사를 불러들여 수녀들에게 퇴마의식을 치렀다. 얼마 못가 거의 모든 수녀가 밤마다 그랑디에 신부가 찾아온다고 했다. 퇴마사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똑똑히 알았다. 수녀들은 그랑디에 신부가 조종하는 악마에 씐 것이다.
미뇽 신부와 뜻을 같이한 사람들은 주민들을 교화하기 위해 퇴마의식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 재미난 광경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아주 먼 곳에서부터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수녀들은 바닥을 구르고, 온몸을 비틀고, 다리를 드러내고, 비명을 지르며 음란한 소리를 끝도 없이 외쳐댔다. 그중에서도 악마에게 가장 심하게 씐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잔이었다. 잔은 다른 수녀들보다도 더 격렬하게 몸을 비틀었고 그녀의 입을 통해 말하는 악마들은 더 심한 사탄의 말들을 지껄였다. 이제 퇴마사들의 눈에 그랑디에 신부는 무슨 수를 썼는지는 알 수 없어도 루던의 착한 수녀들을 홀려 타락시킨 게 분명했다. 비록 한 번도 수녀원에 발을 들이거나 잔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얼마 못가 그랑디에 신부는 마법을 부렸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증거에 따라 그랑디에 신부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수많은 고문 끝에 1634년 8월 18일 어마어마한 군중 앞에서 화형 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은 조용해졌다. 수녀들은 갑자기 다들 악마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잔은 그렇지 못했다. 악마들은 잔을 떠나지 않으려 했고 오히려 더 강력하게 그녀를 움켜쥐었다. 이 지독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예수회에서 나섰다. 예수회는 장조 제프 쉬랭(Jean-Joseph Surin) 신부를 파견해 잔이 다시는 악귀에 씌지 않도록 퇴마의식을 치르게 했다. 쉬랭 신부는 잔이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임을 알게 됐다. 잔은 악마에 관한 문제에 정통했고 자신의 운명에 절망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잔은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악마에 충분히 강하게 저항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어쩌면 악마들의 영향력에 이미 굴복한 것 같았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잔은 쉬랭 신부를 지나칠 정도로 좋아해서 몇 시간씩 수녀원에 붙잡아두고 영적 대화를 나눴다. 잔은 더 힘을 내 기도하고 명상하기 시작했다.
잔은 없앨 수 있는 사치란 사치는 모두 제거했다. 딱딱한 바닥에서 잤고, 구토를 유발하는 약쑥 물약을 음식에 탔다. 잔은 자신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쉬랭 신부에게 자신은 “하느님에게 너무나 가까워서 하느님으로부터 입에 키스를 받았다”라고 고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