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 법제이사의 솔로몬의 지혜
작년 가을의 일이다.
중앙지검 공안부에 근무하는 잘 아는 검사한테서 연락이왔다.
측면 엑스레이 필름이 한 장 있고, 구내 치근단 엑스레이필름이 몇 장 있는데 동일인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측면 엑스레이는 치과 진료 목적으로 찍은 것이 아닌지라 각도도 맞지 않고 중첩되어 있었으며, 판독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여러 가지 공통점을 찾아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얼마 전, 다시 검찰에서 연락이 왔다. 공판이 있으니, 검찰측 증인으로 참석 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승낙을 하고, 법원에서 증인 소환장을 받은 후 재판에 참여하였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경력도 많고 매우 유명한 분이었다.
간단한 인적 사항을 말한 후,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먼저 변호사의 선공이 시작되었다.
‘법원이나 검찰의 의료 자문 위원을 맡은 적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당연히 없는 걸 알고 있고 이런 일에 경험이 전무하다는 걸 부각시켜 자문 내용을 폄하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답변하기를, 정부의 공식적인 의료분쟁조정기구인 중재원에서 4년째 조정위원으로 일하고 있고, 협회에서 의료분쟁 관련 공문을 수백 건 넘게 처리했다고 답변을 하였다. 일단 선취점을 올리고 산뜻한 출발을 하였다.
그 이후, 세 시간에 가까운 공방이 이어졌다.
재판부와 검사들은 계속 경청을 하고 있고, 피고인 측 변호사와 설전이 오갔다. 스크린을 한 쪽 벽면에 펼쳐놓고 사진을 계속 띄워 가면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는데, 그 중의 하나는 치근단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소구치 하나가 측면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소구치(같은 부위의 소구치를 뜻한다.)와 모양이 매우 유사하다는 제 답변에 대한 논쟁이었다.
변호사님가 말하기를, “소구치는 뿌리가 하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구치는 거의 똑같이 생긴 것 아니냐?” 는 질문에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변호사님, 사람도 대부분은 다리가 두 개인 것은 같습니다. 그렇지만 키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고, 뚱뚱한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듯이 개개 치아도 유심히 보면 생긴 형태나 비율이 다 다릅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고 앞으로 추가 공판이 열릴 예정이지만, 어떻게 같은 대상을 놓고 해석을 정반대로 할 수 있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 사건은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씨에 관련된 재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