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 교수의 New York Times 읽기
안젤리나 졸리의 양쪽 유방절제술이 화제였다. 유엔 난민 위원회 특별 홍보대사인 졸리가 자신의 의학적 결정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직접기고했다. 졸리의 상황과 그에 따른 선택 자체에 이견이나 우려를 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이런 상황이 드물다는 것과, 이번 센세이션으로 인해서 초기 유방암에서 의학적으로는 필요하지 않은 유방절제술이 트렌드가 될까봐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방암과 유방암에 대한 유전자검사 그리고 외과적 수술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털어놓음으로써 다른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 졸리의 의도다. 1974년 미 영부인이었던 베티 포드(Betty Ford)가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해 유방암에 대한 대중 인지도가 상승한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쪽 유방에 암이 있는 여성들이 나머지 유방도 절재하는 예방적 유방절제가 상당히 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적 돌연변이도 없고,, 다른 쪽 유방에 발생 위험이 매우 낮은 경우에도 미리 절제하는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목소리였다. 이런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어머니와 본인이 여성암을 겪은 여성이 어린 딸의 유방절제술을 고려하는 경우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녀의 상황은 이렇다. 어머니가 십년 동안 암환자로 살다가 2007년 56세에 돌아가시고 현재 37세인 자신이 BRCA1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사들이 예측하건대 유방암 위험이 87%, 난소암 위험이 50%라고했다. 양쪽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로 위험이 5%로 떨어졌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에게 유방암으로 엄마가 죽는 일은 없을 거라고 얘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한다.
졸리의 결정은 BRCA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들에게 닥친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부각시킨다.
유방암 전문 외과의사이자 베스트 셀러 〈Dr. Susan Love’s BreastBook〉의 저자 닥터 러브는 말한다. “졸리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것은 우리가 실제로는 유방암에 대해 좋은 예방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사실이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상적 신체 부위를 잘라내는 것은 실은 과격한 일이다.”
BRCA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 중 30% 정도가 예방적으로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다고 뉴욕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임상유전학과장인 닥터 케네스 오핏(Kenneth Offit)이 말한다.
이 암센터의 닥터 모니카 모로(Monica Morrow)는 BRCA 돌연변이를 가지면 고위험 상황이 되는 것은 맞지만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매우 고위험인 상황에서나 있음직한 일인데 예방을 위해서 절제술을 택해야 하는 경우에 속하는 여성은 드물다고 말한다.
고위험군이 아닌 여성들이 양쪽 유방을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것에 대해 비판해온 앰디 앰더슨 암센터 종양외과의 닥터 이자벨 베드로이지언(Isabelle Bedrosian)도 크게 우려한다. 그러나 유전상담의 가치와 그로부터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가족력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하나의 메시지가 모두에게 통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졸리가 한 것을 나도 해야 되겠다고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그녀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상 유전자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는 부위를 잘라내지 않고, 돌연변이 유전자 자체를 갈아치우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효과를 입증하는 날이 올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유전자적 위험도와 발병확률 같은 평균적 지식을 특정환자에게 적용할 때에 주의깊은 유전상담도제 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예방적 시술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다 예방하는 것도 아니니 예방이라고 무턱대고 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졸업했다.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의학 관련 기사를 통해 미디어가 의학을 다루는 시선을 탐색하는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생명윤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