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대표의 짧은 글 긴 여운
한남대교를 지나 압구정역에 다다르면 작은 언덕에 앙드레김의 샵이 눈에 띄던 시절이 있었다. 앙드레김의 샵 윈도우에는 마치 패션쇼를 연상시키는 드레스와 그의 컨셉이 강하게 묻어나는 무대연출을 볼 수 있었다.
밤늦게 그곳을 지날 때도 그 불은 환하게 켜져 있어 한눈에 앙드레김 샵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시시때때로 그 샵의 윈도우의 데코레이션은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필자는 마치 한편의 패션쇼를 연상시키는 듯 했다. 가느린 여성의 마네킹, 하얀 순백의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길쭉한 다리선을 드러내는 서구적 여성의 마네킹의 자태가 부러울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빠져들고 있었다. 그 샵을 지날 때면 문득 문득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앙드레김이 작고한 이후 그 샵도 계속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그 샵을 지나갈 때 눈에 띄는 하나 “임대 문의”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존경하던 디자이너의 죽음, 마이클잭슨의 죽음, 스티븐잡스의 죽음, 마돈나의 죽음,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일들이다.
가깝게는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윤동주 시인을 알게 됐다. 그의 시에 그리고 그에게 흠뻑 빠져 있었다. 그의 외모는 마치 철학자를 연상시키는 어딘가 우수에 젖은 듯 한 외모. 그때부터 그는 나의 영원한 애인이었다. 그의 시를 가슴으로 읽고 가슴으로 외우며 그에 관한 모든 자료들을 찾고 뒤졌다. 그때 나는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에 태어나 그의 애인이 되고 싶었다. 그도 시를 남겼다. 별헤는 밤이 수록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마이클 잭슨도 주옥같은 음악을 남겼다. 그의 의상과 그의 춤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스티븐 잡스도 많은 명언을 남겼다. 그의 옷차림도 화젯거리가 되었다. 검정색 폴라티에 청바지, 앙드레김도 마찬가지. 얼굴에 하얀 분을 바르고 의상은 하얀 의상을 고집하며 그에 어울리는 신발, 머리는 까맣게 색칠을 하고.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저마다 외모나 의상에서도 특색 있는 색깔을 가졌다. 지금은 개성이 많이 존중되고 있다. 앞선 이들은 하나같이 그들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었다는 점이다.
마이클잭슨은 음악을 남겼고 스티븐잡스는 아이폰과 희망을 남겼고 앙드레김은 의상을 남겼다. 윤동주는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그들은 가고 없지만 그들의 작품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 은 길다 했던가!
개성이 강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향기가 문득 그리워진다.
우리 치과계도 이미 작고하신 김일봉 선생님을 기억하는가. 언제나 단정한 나비넥타이를 메고 계셨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우리 치과계에 트렌드를 리드하고 자기만의 개성이 또렷한 멋진 분들이 새해에는 많았으면 좋겠다.
조금은 눈에 튀는 의상을 입을 줄도 알고 조금은 멋스러운 갈색머리 염색도, 조금은 화려한 의상을 입을 줄 아는 개성이 넘치는 분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