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마송 (André Masson, 1896~1987)
프랑스의 화가로 마송은 초기에는 그리스, 드렝 등의 영향을 받았으며, 1923년 이후 아르토(Antonin Artaud), 레리스(Michel Leris), 미로, 아라공, 브르통 등과 친교, 쉬르레알리슴의 화가로서 활약하였다. 오토마티즘의 관념을 조형미술에 적극적으로 적용한 작가이다. 1942~1945년 도미하여 코네티컷에 거주하면서 충실한 작품활동을 하던 그는 1945년 귀국하여 몽환적(夢幻的), 주술적(呪術的) 화풍과 철학적 사색을 특징으로 하는 화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대표작은 여름철의 기분전환 (1934. 파리 개인장)이나 「레오나르도와 이사벨라 데스테」(1942) 등이 있으며, 삽화 제작이나 무대장식에도 활발히 참여하였다.
마송이 회화에서 의도한 것은 브르통의 자동기술과 같이 무의식 상태에서 그려지는 자동묘사 그림이다. 주로 드로잉적 회화, 물감·모래를 혼합한 모래 그림 작업을 한다. 브르통과 알게 된 직후인 1923~24년에 그는 재빠른 선묘에 의한 드로잉 작품을 통해 세상과 우주에 대한 자신의 감성을 격정적으로 나타내었으며 기이한 동물,신화적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 드로잉을 주로 남기고 있다.
V. 추상표현주의 및 그 이후 (Abstract expressionism & After)
추상표현주의는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유럽과 미국화단을 지배했던 회화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미술사조중 하나이다. 본래 칸딘스키의 초기 작품에 대해서 사용했던 추상표현주의라는 용어는 1940년대 미국의 액션페인팅 작가들의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어 유럽의 앵포르멜 작가들의 작업을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전후 유럽과 미국 미술의 공통점은 전통성의 거부, 즉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면인 태 형식주의에 빠진 구성적 조형의 모든 이론과 작품들이 그 비판의 대상이었다. 앵포르멜의 지지자인 미셸 타피에는 다다이즘의 '반예술', '반이성'의 부정정신에 공감하고, 추상미술의 아카데미즘화되어 관념화된 추상미술의 조형적 이론에 대해 강력한 거부를 내세웠다. 유럽의 앵포르멜 운동은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경험한 예술가들의 야만적 문명에 대한 고발로 이루어졌으며, 동시대의 미국의 액션페인팅 미술은 미국의 개척 환경 속에서 전쟁을 피해 도미한 유럽의 전위작가들에 커다란 영감을 받은 미국의 젊은 작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새로운 미술이다.
'앵포르멜' 양식은 그 형식에서 전통적 추상과 단절된 유럽에서의 추상표현주의로, 하나의 행위와 마티에르를 강조하는 물질성 자체에 의미를 두는 양식이다. 선구자로 들고 있는 장 포트리에, 장 뒤뷔페 등의 작품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간주되는 마티에르는 단순한 묘사를 위한 테크닉이나 구성적 방식을 취하는 추상을 넘어선다.
마티에르를 접근하는 앵포르멜 작가들은 마티에르를 단순히 재료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물감을 두껍게 발라 올린 화면을 긁거나 흠집을 내서 물질성 자체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 는 새로운 방향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석고나 석회를 굳게 화면에 발랐던 포트리에, 물감에 모래나 유리조각 같은 것을 섞어 두껍게 발랐던 뒤뷔페 등에 있어 마티에르는 물성 자체를 드러낸다는 흔적의 행위와 관련된 의미이다. 이러한 약동적 필치와 그 흔적의 마티에르라는 앵포르멜의 동향은 모든 전통예술과 단절된 '또 다른 예술(L'artautre)'로서 전후 1940~50년대의 유럽미술을 대표하는 비구상회화이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로 지칭되는 '액션페인팅'은 미국 나름의 독자적인 세계를 나타내고 있는 유럽의 앵포르멜과 함께, 공통적으로 전후 전통과 단절된 전위미술로 평가된다. '액션페인팅'은 대표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에 대해 비평가 헤롤드 로젠버그가 사용한 이 용어로 바닥에 깔린 캔버스 위에서 드리핑 페인팅을 시도하는 폴록 의 제작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폴록의 작업태도는 회화가 화가의 자아표현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넘어선 것으로, 폴록은 '작업하는 동안 나 자신은 희화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라고 행위하는 자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전의 대상 의 재현은 물론 구성, 분해, 표현이라는 전통 추상과도 다른 오직 '행위' 만이 존재하는 하나의 장으로 전통과 근본을 달리한다.
액션페인팅은 애초 제1차 세계대전 후 도미한 마르셀 뒤샹, 몬드리안 등 유럽의 전 위작가들의 반문명, 반예술사상에 영향받은 젊은 작가들에 생성되는데, 특히 초현실주의의 '오토마시즘(Automatism)'이라는 '이성에 의한 통제가 없는 행위의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제작방식의 영향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잭슨 폴록, 드쿠닝 등의 미국 작가들은 '의식의 조정을 거치는 자발성의 표현방법'이라는 새로운 조형의식을 만들어 낸다.
특히 폴록의 경우는, 전면 균질적(全面均質的)인 공간구성, 드립 기법의 개발, 또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둔 액션(제스처)적인 제작 태도가 특징적이다. 이로써 회화의 모든 표현행위는 행위만으로 환원되는 예술로 흡수되며, 그에 따라 표현 행위의 결과보다 작품을 하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 로 새로운 추상미술의 개념을 확장시키게 하였다.
1951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국추상회화·조각전'은 미국 미술을 최초의 국제미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주었던 추상표현주의 미술운동의 계기가 되었다. 이후 추상표현주의 미술은 1951년부터 1961년 사이 미국 전역에서 세계 각국으로 파급되었으며, 뒤따르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색면화 회화, 팝아트, 미니멀 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추상표현주의가 갖는 의의는 외면적으로 미국 미술의 최초 국제미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또 내용 면에서는 그 내용이 갖는 주제성은 당시 전통화되어 가는 몬드리안의 추상이 추구한 신조형주의적 질서와 또 다 른 철학적인 성찰을 반영한다는 특징을 지닌다는 점이다. 그것은 실존주의의 영향으로 작가의 실존적 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대중이 함께 공유하게 된 계기가 됨으 써 1950년대 미술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