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가능’ VS ‘무면허 의료행위’
[덴탈뉴스=김선영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 결과,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한 해 진료비는 약 50조원이었다. ‘노인 의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영상 검사기기 사용이 필수적이다. 엑스레이로 뼈를, 초음파로 힘줄·인대를 검사한 뒤 도수 치료나 통증 주사 같은 치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인의 치매나 파킨슨병 진단을 위해선 뇌파계 사용이 필요하다.
지난 1월 17일 수원지방법원은 항소심에서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약식명령(벌금 200만 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한의사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 엑스레이 보조적 사용은 위법 아니다
법원은 엑스레이 외에도 한의사의 초음파, 뇌파계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의사가 보조적 수단으로 영상 검사 기기를 사용했다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의협은 엑스레이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의사들이 초음파, 뇌파계에 이어 의사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엑스레이 검사도 직접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도 맞대응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원지법 판결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의 보조적 사용이 형사 처벌을 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법원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인정했다고 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달 25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용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판결은 BGM-6 기기를 사용한 한의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판단한 것이었다”면서 “재판부는 해당 기기의 사용이 자동으로 추출된 성장 추정치를 한의학적 진료에 참고하거나 환자에게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이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므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한다고 보기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른 시행규칙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병·의원, 치과 병·의원, 보건소 등은 안전관리책임자로 의사, 치과의사, 방사선사 등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의원과 한의사는 명시돼 있지 않다.
#수원지법 그 밖의 기관에 한의원도 해당
하지만 수원지법은 이번 판결이 “한의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밖의 기관’을 정하고 있고, 한의원이 ‘그 밖의 기관’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규칙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명시된 의사, 치과의사, 방사선사 등으로 한정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엑스레이 기기는 손을 올리면 골밀도값이 측정되고 내장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성장추정치가 추출돼 해독에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지 않은 점과 A씨가 성장장애 등을 한의학적 진단방법으로 진단하면서 기기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점 등도 고려했다.
#정부 규정에는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불가
정부의 ‘진단용 방사선 책임자 자격 기준’ 명단에 의사와 방사선사는 명시돼 있지만 한의사는 없다. 정부 규정상 한의사는 사실상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수원지법의 판결로 한의사와 의사간 분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대립되는 부분은 중 하나는 바로 ‘환자 피해’ 여부다. 한의사협회는 “엑스레이를 사용하면 환자가 염좌(타박상)인지 골절인지 정확히 알 수 있고 이에 맞춰 정확한 침, 뜸 시술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가 골절 여부를 알아보려고 다시 병·의원에 가서 영상 검사를 받은 뒤 한의원에 오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진료비도 두 배 지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한의사도 한의대 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엑스레이 교육을 받고 있고, 한의사 국가 고시에도 관련 문제가 출제된다”고 했다.
의료계 입장은 정반대다. 영상 검사 판독은 전공의를 거쳐 전임의가 돼서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 분야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문적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촬영은 과다 검사와 이로 인한 환자의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진 확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영상 검사 판독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흉부 엑스레이 판독하는 의사도 미세한 폐 결절을 놓칠 때가 있을 수 있으며 오진으로 인해 치료 적기를 놓치면 피해는 100% 환자가 본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한의협의 주장도 반박했다.
# 의협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
의협은 한방 의료행위와 관련해 그동안 국정감사에서 첩약 과잉 진료와 한방 건강보험 지출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으므로 이런 상황에서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학문적 기초가 다른 한의사가 의학을 바탕으로 진단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오진으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발생시킨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은 경제적 부담 줄인다(?)
이에 반해 한의사는 “추나요법에 엑스레이 영상 진단은 필수인데, 그간 환자가 한의원에 내원한 뒤 양방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다시 한의원에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활용하게 되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 진료비 중복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법원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인정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앞서 2022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료에 사용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의협에 따르면 현재 전국 한의원 약 3000곳이 초음파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