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원장의 치과에서의 진정요법

치과임상은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치과라는 단어는 ‘무섭다’ ‘두렵다’는 말과 연관지어 인식된다. 사람들은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측 자료이기는 하지만 1987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과에 가는 것’을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 다음으로 공포를 느낀다고 하였습니다(그림 01). ‘고소공포증’ ‘쥐를 보는 것’ ‘비행기 타는 것’ 등이 그 뒤 순위를 차지한다.

또 필자가 공부했던 시애틀의 워싱톤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6-14%가 치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과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환자가 갖고 있는 이러한 통증과 두려움을 조절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sedation입니다. 실제로 필자는 외과적인 수술은 물론 신경치료와 보존치료에서도 이러한 치료법을 임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그림 02).
약물을 통한 진정요법은 다음과 같은 많은 장점이 있다.
1. 환자의 두려움을 조절하여 치료가 가능하게 한다
2. 국소마취가 잘되고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3. 치료시 오심 및 구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증상이 줄어든다
4. 혈압을 10-20% 정도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다.
5 .근육이완 효과로 술자도 치료가 편해진다
6. 치료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진료 flow가 빨라진다
7. 망각효과로 인해 환자는 치료 중의 나쁜 기억들을 잊어버려 다음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10여년 전 진정요법이 본격적으로 개원가에 소개되면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현재는 그때에 비해 개원가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를 Gartner의 Hype Cycle 모델(그림 03)로 필자는 설명하고 싶다. 즉 새로운 기술이 처음 소개될 때는 업체의 과장, 언론의 호들갑, 대중의 과잉기대가 어우려져 초기에 지나치게 큰 환상(hype)이 형성된다.

이런 과잉기대는 곧 실망과 관심 감소로 이어지지만, 점차 시간이 흘러 시장이 성숙하면 해당 기술이 재조명받으며 본격 보급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Hype Cycle 모델은 촉발기, 흥분기, 실망기, 재모색기, 본격 보급기의 5단계를 거쳐 성숙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진정요법이 초기의 흥분기와 실망기를 거쳐서, 이제는 재모색기와 본격 보급기의 과정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정법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역설적이게도 의료인 자신일수도 있다. 필자가 동료의사들에 sedation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내 병원에는 그런 치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그렇지 않다. 찾는 사람이 많다"고 얘기해 주지만 서로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의외로 약물 사용에 부정적인 시각을 의사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문제가 매스컴에 단골메뉴로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의사들이 약을 함부로 쓰는 것처럼 오해하기 쉬운데, 항상제의 경우는 그럴지 몰라도 실제로는 환자가 느끼는 진통과 두려움을 줄여주기 위한 약물처방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이라고 말할수 있다.
201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는 "한국은 마약성 진통제를 너무 적게 사용하므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의 방해요인을 제거하고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2005년 기준 한국의 인구 당 모르핀 사용량(45mg)은 호주의 152분의 1, 일본의 11분의 1로 사용량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고 세계평균(58.11mg)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환자는 물론이거니와 의사들조차 통증을 조절하는 수단으로서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근거없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느낄 수 있는 통증과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은 의사의 의무이다. 이를 위해서 적절한 약물을 시의적절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진정요법은 환자와의 관계성을 새롭게 형성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