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실’이란 무엇일까? 의료 행위에 있어서 잘못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의료 행위의 잘못이란 설명의 의무 위반 및 주의의 의무 위반 모두를 포함한다.
의료 과실을 저지르지 않는 의료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필자는 없다고 본다.
무수한 의료 행위가 매일 이루어지고 무수한 의료 과실이 매일 생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매우 경미하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벼운 행위에 대해 법적인 책임과 재산상의 책임을 묻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환자 측은 수많은 의료 행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게 되며, 공식적으로 의료인에 대해 책임을 묻고 경제적으로 배상을 받게 된다.
의료인은 진료 행위에 있어 극도로 위축되며 방어 진료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이의 제기를 하면 결국은 걸리게 되고 경제적으로 손실을 보게 된다.
문제는 국가 기관들에서 이러한 환자들을 옹호하고 부추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경미한 의료 과실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실제 사례 위주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모 대학 병원에서, 치주염이 심한 환자 발치를 했고, 임플란트 식립을 했다. 보철 치료까지 잘 마무리가 됐다. 환자는 음식물이 낀다고 이의 제기를 했고, 모 국가 기관에서 양측 의견을 들어 감정서를 작성했고 조정을 시도했다. 조정부에서 권유한 금액은 일백만원이었다!
임플란트 수술도 잘 되었고, 보철 치료도잘 되었다. 그리고 치료 전 동의서도 작성이 되었고 환자의 자필 서명도 있었다. 동의서에는 치조골이 약하고 함몰이 되어 있어 보철 치료 후 음식물이 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병원 측에서는 당연히(!) 조정을 거부했고,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대학병원에서 유사한 경우에 조정을 수락한 사례들이 있다.
그럼 조정부에서 어떠한 근거로 일백만원을 제시했을까?
감정서에 나온 내용이 근거가 됐는데, ‘환자가 충분히 납득하게 설명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환자를 납득시키고, 더 나아가 감정위원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다른 사례를 살펴보겠다.
간단한 치료 전, 국소마취를 했는데 환자가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사건이다.
마취 용량은 미미했으며, 치료 전 전신 병력을 문진했는데 환자는 전신적인 질환이 없었고, 기존에 국소마취제에 대한 과민반응이나 다른 이상 반응이 없었다고 직접 표현했다. 환자는 국소 마취 후 심장에 무리가 통증이 왔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병원에서 심장 정밀 검사도 받았다. 당연히 아무런 이상이 없고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역시 조정부에서는 의료인의 과실이 있다고 합의를 강권했다. 그럼 의료인의 과실은 무엇이었을까? 역시 감정서의 내용이 근거가 됐다.
‘환자가 문진란에 체크한 것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고, 국소 마취 전에 심장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을 직접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국소 마취 전에 심장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고 환자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치과의사가 전국에 한 명이라도 있을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상적으로는 치료 전 생길 수 있는 모든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옳다. 확률적으로야 극히 희박하고 의학적인 메카니즘이 전혀 밝혀진 것이 없어도 설명하는 것이 옳다. 임플란트 시술 이후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실명이 발생해도 설명 의무 위반으로 배상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의료 과실을 범하지 않으려면 임플란트 식립 전마다 눈이 멀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해야 한다. 국소 마취할 때마다 심장에 이상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좋다는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고 의료 과실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 보험 수가가 원가 이하인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의료인은 모든 의료 행위에 있어서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문서에 서명을 받아 놓아도 환자가 충분히 못 알아들었다고 하면 의료인은 과실을 범하는 것이고, 환자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환자들에게 천국보다 좋은 여건을 가진 곳이다. 거의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해 이의 제기만 하면 합법적으로 빈틈을 찾아내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나라다. 이러한 여건을 조성하는데 비의료인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의료인이 앞장서고 있는데서 좌절감을 느낀다.
이강운 원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원 석사·박사 학위 취득했고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치주과 인턴·레지던트를 수료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겸임교수와 성균관의대 외래교수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와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과 치협 법제이사를 역임했다. 강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