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은 1987년 45세의 나이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게 된다.
당시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던 단순 가전제품생산기업으로 인식됐고 심지어 국내 1위 그룹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 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당시로서는 허무맹랑한(?) 목표를 제시했고 결국 이뤄냈다.
지금도 언론에 회자되는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라”는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 경영 선언, 휴대전화의 품질향상을 위해 자사 브랜드의 휴대폰 15만대를 부수고 태워버린 1995 년의 화형식 외에도 이 회장은 탁월한 1명의 천재가 10~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는 인재경영, 꼭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며 출근부를 없앤 창조경영의 DNA를 삼성에 심었다.
유교사상이 강한 장자우선의 한국사회에서 3남으로 경영권을 쥐게 된 것 자체가 변화와 혁신의 시작이었는지 모르지만 이 회장이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약 18조원으로 추산되는 현재의 재산을 마련하기 위해서? 태어날 때부터 남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아마도 그룹총수로서 당면한 과제였기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선택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당사자만의 몫이기에 외롭고 고독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처절함이 오늘의 이건희 회장을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일반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신념이라고 포장된 고집은 확고해진다.
거친 도전을 이겨냈기에 스스로의 판단과 노력이 옳았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낼 도량 또한 필요한 것이다.
현재 치과계에는 집행부가 바뀌어도 늘 산적한 당면과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사고의 틀을 깨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이상훈, 이하 치협)도 지난 20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치과계 변화와 개혁을 위한 방안마련에 나서겠다고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이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관행과 사고의 틀을 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처절한 희생과 기득권을 내려놓아야만 그나마 가능하다.
故 이건희 회장은 전 세계 표준규격이던 4:3의 TV 화면비율을 바꾼 TV를 1996년 출시했다. 방송국의 송출화면 비율이 12.8:9이었기에 100% 다 보여주는 화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에서였다.
또한 2003년 전체 판매량의 27%에 달하던 효자상품인 브라운관 TV 생산을 중단했다. 당장의 손실이 발생해도 디지털 TV가 시대의 흐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 때문이 아닌 그룹의 총수로서 사심을 버리고 변화와 혁신을 선택했기에 지금의 삼성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모든 리더들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객관적인 비판의 공론장인 언론을 2 곳이나 출입금지 시킨 치협의 현실에서 변화와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치협의 노력이 3만여 치과의사들의 공감을 얻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박용환 기자는 평화방송 아나운서, PD로 활동했으며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취재 기자를 거쳐 본 지 취재기자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