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공공정책, 마지막 시간입니다. 지난번에는 위원회의 어떤 위원이 여론의 지지를 크게 받지 못할 것 같으면 정책 아젠다에 대해 논의하지 말고 그냥 현행대로 가는 게 신중한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 선생님이 반대하신다고 하셨어요.
샘: 그래요.
강: 그리고 위원회에서 논의를 세세하게 하여야 하는 사안들이, 사실 여론이 두 갈래로 극명하게 갈리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하셨어요.
샘: 그렇죠! 그러니까 강한 반대를 피한다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요.
강: 현재 상태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게 분명할 것 같은데, 그걸 이유로 신중하자면서 그냥 이대로 가자는 것도 말이 안 되네요.
샘: 여론의 강한 반대에 위축되잖아요? 그러면요, 모든 입장으로부터 위축되는 꼴이 되어버리는 경우들이 있어요.
강: 네! 그래서 그냥 현상유지로 가는 게 안전하다고 하는 거고요.
샘: 그렇죠! 그래서 내가 말한 그 위원회 사례에서는 여론이 달라지지 않았으니 모라토리움을 걷어내지 말자는 이야기가 바로, 그냥 현상유지로 가자는 게 되는 거죠.
강: 선생님이 거론하신 미국의 사례 중에서, 총기소유나 인공임신중절이나 국가의료보험 등등 이런 것들이 사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대다수의 지지를 받을 만한 결정도 실제로 없어요, 그렇죠?
샘: 그럼요! 그리고 우왕좌왕 어물어물 하다보면, 결국 또 목소리 큰 집단한테 이슈를 떠넘기는 결과도 생겨요.
강: 아, 그러네요! 맥락이 같진 않은데, 이 생각이 나요, 선생님. 회의 할 때엔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막상 무기명으로 투표를 해보면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오는 걸 본 적이 더러 있거든요. 목소리 크기가 제대로 현실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런 작은 회의체에서도 느껴요!
샘: 하하. 그랬군요.
강: 대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고서야 정책변경을 하겠다는 것이 현상유지로 빠지기 쉽고 목소리 큰 쪽이 좌지우지 하게 만들기도 쉽고,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샘: 그러니까, 정책결정이라는 게 도덕적으로 뭔가 합의해서 그걸 그대로 반영하는 게 안 되잖아요. 의견이 아무리 다양해도 결정은 하나니까. 당연히 여러 의견을 진지하게 듣긴 해야죠!
강: 책을 보니까 선생님은 정책이 어떤 것이 되었든지, 반대하는 사람들의 큰 목소리에 좌우되는 것은 안 된다는 게 말씀의 핵심 같아요.
샘: 저항이 최소일 거라는 것이, 정책결정의 근거가 되면 안 되지 않겠어요?
강: 예. 그래도 무시하기 힘든 건 사실이잖아요, 선생님.
샘: 그렇죠.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관점을 고려하고 가치를 고려해서 세심하게 심의하라고 회의체가 있는 게 그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요.
강: 모두를 고려한다는 게 모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결정이 나오라고 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래서요, 선생님?
샘: 대중의 저항이 최소인 길을 찾지 말고 가장 좋은 이유들로 뒷받침되는 길을 찾아야죠!
강: 예! 다음부턴 주제를 ‘좋은 의사’로 바꾸어서 말씀 듣겠습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