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 칸딘스키

즉흥 7  1910년 모스크바 트레테야코프 미술관
즉흥 7 1910년 모스크바 트레테야코프 미술관

 

즉흥 7 (improvisation 7)

칸딘스키는 1909년부터 그림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제목을 붙였다. 먼저 ‘즉흥(improvisational)’ 시리즈는 의식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표현된 그림이고, ‘인상(impressions)’시리즈는 평면적으로 녹여진 형태가 드러난 그림이다. 그리고 칸딘스키 조형예술의 핵심인 ‘구성(compositions)’은 기하학 적인 형태가 의식적으로 배열된 그림이다.

이 작품은 ‘즉흥’ 시리즈 중 하나로 서술적이며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표현주의적 추상을 보여 주는데, 이 작품 역시 그의 예술관인 음악과 같은 내적 필연성에 근거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 한 때 음악가가 되려고 하였던 칸딘스키는 그림에서 음악적 표현을 반영하는 그림에 주목하였다. 이에 따라 즉흥, 푸가, 변주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는데, 음악에서 음률이 현실을 재현하고 있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의 영혼에 호소하듯이, 색채나 형태 등의 조형요소 그 자체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추상미술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고 끊임없는 실험을 이어나갔다. 대학 교수의 자리를 거부하고, 서른 살의 나이로 독일에서 고독하게 화가의 길을 걸었던 그는 추상 미술의 선구자로서 미술사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구성 9   1936년 캔버스에 유채  113.5/195cm  파리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
구성 9 1936년 캔버스에 유채 113.5/195cm 파리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

 

구성 9 (Composition 9)

「칸딘스키의 구성 9」는 기하학적 구성에 음악적 정서감이 녹아 있고, 파리의 초현실주의 예술이 동시에 반영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경직된 구성주의적 틀을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그림 속의 기하학 형태들은 초현실주의자인 호안 미로의 생물의 형태적인 모양과 유사한 것으로, 칸딘스키의 생물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나 타내고 있다.

초현실주의자들 의 생물학적 형태들이 하나의 오케스트라 속에서 유영하듯이 떠도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뒷면의 폭넓은 대각선 은 음악에서 조용히 배경음을 연주하는 낮은 톤의 배경음악과 같이 기하형태들을 구조적으로 통일시켜 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음악을 작곡하듯이 그림을 그렸던 초기 칸딘스키의 경쾌한 정서적인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구성 시리즈로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듯하다. 앞면의 날아다니듯이 떠다니는 기하학 모양들은 리듬감과 화성을 지닌 주연 역할과 조연 역할을 수행하는 악기들의 음악에 비유할 수 있다.

앞면의 날아다니듯이 떠다니는 기하학 모양들은 오르내리는 리듬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원근법을 뛰어넘은 화면구성과 구체적 이미지를 유추할 수 없는 기호는 추상성을 극대화시켜 보여 주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앞선 시대에 그의 작품에서 주로 언급되던 음악적 분위기를 뛰어넘는 무중력의 공간감이 표출된 듯하다.

장식적인 느낌의 이 그림은 강렬함이 돋보이는 이전 「구성」 시리즈와 달리 다소서 정성이 가미된 차분한 분위기의 유쾌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

구성 7 (Composition 7)

칸딘스키의 가장 야심찬 대작이랄 수 있는 이 작품은 세계대전을 표현한 것이다. 칸딘스키는 여러 복잡한 형태와 색채들이 마치 큰 폭풍처럼 얽혀 있는 30장 이상의 수채와 유화 습작을 준비한 후 1913년 11월 완성되었다.

특히 뮌헨 작업실 에서 마지막 3일 반나절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된 이 역작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칸딘스키의 지난 5년간의 결실이 집적되어 있는 작품이다. 칸딘스키는 이 그림에서 자신의 ‘구성’을 형태나 구성 면에서 교향곡에 비견될 만한 '내적 시각'을 다양한 색과 동적인 선묘의 어우러짐으로 묘사했다. 결국 칸딘스키는 그가 고백한 것처럼 자신의 예술이 '비가시적' 내면의 영적 예술을 창조하고자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칸딘스키는 화면 중앙의 왼쪽 부분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는 두껍게 바른 물감과 옅은 물감을 번갈아 사용하는 한편, 중심부로부터 솟아나는 대조적인 색채와 모양, 절단선 등의 소용돌이를 형성시켰다. 중앙 부위 소용돌이 문양과 특정 형태를 드러 내주는 모티브들은 이전 칸딘스키의 초기 회화에서도 발견되는 요소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것은 비재현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이곳의 모티브는 주어진 기본 의미 외에도 완전 추상에 이르는 순수 회화적 언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데 가치가 있다.

이 작품은 칸딘스키가 썼던 글들과 이 그림을 위한 여러 예비작업을 통하여 이 그림이 사랑의 소생의 테마, 예수의 부활과 최후의 심판, 노아 홍수를 그렸던 이전의 구성 그림과 밝고 맑은 느낌을 표현한 이후의 구성 그림을 결합시키는 특징을 보여 주는 의미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마음속의 축제  1942년, 유채 및 마분지에 템페라 49.2/49.6cm 조르주 퐁피두미술관
마음속의 축제 1942년, 유채 및 마분지에 템페라 49.2/49.6cm 조르주 퐁피두미술관

 

마음속의 축제 

이 작품은 칸딘스키의 말년인 1942년 파리시절 제작된 작품이다. 이시기 칸딘스키가 채색된 원, 삼각형, 곡선, 상반된 곡선, 초승달, 사각 등의 기하 형태를 화면에 즐겨 등장시켰다. 그가 이런 형태의 작 품을 지향한 것은 현실에 등장하는 형태를 최소화하거나 없앰으로써 그것들의 가장 본질적인 의미를 끄집어 내고자 했기 때문 이다. 이러한 조형적 형태들로 구성적이며 기하학적 특성을 갖게 되었으며, 이런 특성은 그의 말년 작품에까지 지속되었다.

이 작품에서도 초록색 바탕 위에 원 속의 점이 축제의 불꽃놀이를 연상하게 하며, 삼각형과 사각형의 면은 분할되어 대각선을 중심으로 배치되었다. 이 두 개의 면은 다시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곡선면은 다시 분할되어 있다.

이 시기 칸딘스키는 큰 형태를 화면의 상단부에 배치하는 구성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러한 비균형적인 배치는 공간을 인식하는 데 불안정한 느낌을 받게 한다. 큰 형태는 일반적으로 하단부에 위치해야만 보는 이가 안정감을 느끼지만 이 화면에서는 상단부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또 긴장감을 고조시켜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을 보완하고 있다. 가장 하단부에 위치한 생명체 형상은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칸딘스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특히 파리 시대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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