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공공정책, 열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에는 정책결정에서 의견일치를 고집하다 이도저도 아닌 채로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샘: 그래요. 합의가 될 가능성이 없는데, 합의를 주장하는 건 뭔가를 논의해서 결정할 의지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의견일치가 될 희망이 전무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아무 정책이나 다 좋다는 뜻도 아니고요.
강: 예, 선생님. 공무원이 합의를 전제로 하자는 게 합의가 가능하다는 말은 아니고, 워낙 어느 쪽으로 결정 나더라도 그 반대쪽 여론 역시 강하니까 위원회에서 어떻게 좀 설득할 논리를 만들라는 것 아니었을까요?
샘: 그렇죠. 계속 말하지만 가치다원주의가 시류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뭘 주장하더라도 한계가 있어요. 한계들 중심엔 그래도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들이 있을 거라고요.
강: 말씀이 이해는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해요. 이쪽과 저쪽이 반대를 해도 중첩되는 가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샘: 공정성이나 이익, 인간존중, 그리고 인간존중으로부터 파생되는, 사람들의 기대에 대한 존중 같은 걸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요?
강: 예, 그건 물론이에요, 선생님. 이 가치들의 비중이 또 문제가 되겠단 생각이 들지만요.
샘: 그런 가치를 담은 원칙을 최대한 지침으로 삼아서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 지난 번 말씀하셨던 그,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 IVF 배아연구로 논쟁이 되었을 때 이야기를 더 들려주세요.
샘: 그래요! 그 때 연방정부가 그 배아연구에 대해서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상태였는데 이걸 해제하자는 안에 위원들이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위원이 있었어요.
강: 아, 예에. 이유를 뭐라고 했는데요?
샘: 해제를 여론이 지지해줄 거라고 설득이 되기 전에는 안 된다는 거였죠. 체외수정배아 연구가 비도덕적이라고 반대하는 여론이 강한데 연방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면서요.
강: 그래서요?
샘: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시민들이 법이나 제도에 갖는 감정이나 자부심 같은 걸 중요시하는 데엔 찬성하지만, 도덕적으로 예민한 쟁점에 관한 결정을 논의하는데, 신중성, 그가 말하는 뜻으로 말이죠, 그것에는 찬성할 수 없어요.
강: 왜요, 아젠다로 올라온 사안에 대해 그 위원이 논의 없이 현상유지하자고 하니까요?
샘: 난 그 위원이 감정에 연연하는 거라고 봐요. 배아연구를 반대하는 여론을 내는 시민들이 당장 기분이 상할 게 싫은 거죠.
강: 아! 사실 제가 지금 웃고 있지만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기분 나빠하는데 누가 좋겠어요. 그래도 우리가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정책의 향방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그게 전부는 아닌 거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 선생님.
샘: 공공정책을 논의하는 위원회나 포럼에서 예민한 사안으로 숙고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심의결과로 어떤 게 나오더라도 여론의 지지를 많이 얻을 수도 없어요.
